[추도사] 도난카이 대지진 희생자 추도비 이전 제막식(11.4일. 나고야)
보고 싶고, 불러보고 싶은 친구에게
친구들이여, 머나먼 하늘나라에서 쓸쓸하게 잠들어 있지요.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67년(年)이 지났군요.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 지 눈물만 납니다.
우리들은 1944년 5월 30일 11시 기차로 목포, 나주, 광주, 순천, 여수 5개 도시에서 강제로 연행되어 일본에 왔지요.
‘중학교도 보내준다. 땅도 사고, 2층 집을 지을 돈도 벌 수 있다.’ 는 갖가지 달콤한 말을 하던 헌병과 일본인 교장 선생, 담임 선생님의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나고야 미쯔비시에 오니 처음에는 공원 등 여러 유명한 곳을 구경시켜 주었지요. 그러나 속임수일 뿐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었고, 일본 반장은 일을 잘못한다고 구둣발로 차는가 하면, 특히, 무참하게 양쪽 뺨을 맞은 기억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억울하고 분함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친구들이여, 그때가 기껏해야 13살, 14살, 15살 나이였습니다. 우리들은 꽃으로 말하자면 한 번도 피어보지 못한 청춘입니다. 내 청춘을 어느 누구에게 돌려 달라고 하며, 누구에게 보상해 달라 할까요?
하나님도 무심하구려. 그러다 몇 개월이 지난 12월 7일 오후 1시 30분경 일어난 대지진에 아까운 친구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 버렸지요. 소중한 친구들이여! 분하고 억울한 이 슬픔을 그 누구에게 하소연합니까?
어린 소녀를 강제로 끌어다 일을 시키면서 동물처럼 모진 구박과 갖은 고통을 준 것도 모자라, 월급 한 푼 주지 않고 고향으로 보낸 이렇게 가혹한 사람이 일본 사람 말고 또 있을까요?
친구들이여, 밤이면 공습과 적기에 시달려 잠 못 이루고 낮이면 현장에서 일에 시달리고, 배고픔에 시달려 몸부림치면서 손을 맞잡고 한두 번 울었나요.
생각나지요? 점심 시간은 언제나 일본 학생들이 먼저였고 그 다음에야 우리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차례였지요. 우리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일본 여자들이 먹다 버린 그 밥까지 부러워했습니다. 부끄러운 생각도 없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 밥이라도 주워 먹으려고 하면 여지없이 발로 손을 뭉개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래도 나는 용감하게 주워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답니다.
왜 우리들은 모든 걸 다 적게 주고, 왜 그렇게 우리를 차별했는지 지금도 이유를 알고 싶어요.
1944년 2월 경, 도야마 다이몽으로 이송되었지요. 도야마에 가서도 모든 사연은 나고야에서나 똑같았지요.
그래도, 일본 사람한테 맞는 한이 있더라도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부모 형제들 가슴에 쓰라린 상처는 안겨주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시장이나 길거리에 나가면 손가락질하면서 ‘위안부 간다’ 수군수군하는 말, 매일매일 이 말 들은 이 가슴은 어땠겠습니까?
하늘이나 땅이나 알지, 어느 누구에게 이 한 맺힌 가슴을 하소연할 수 있겠습니까? 모진 목숨 죽지 못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웃음 한 번 소리 내어 웃어보지 못한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참, 친구들에게 반갑고 기쁜 소식 전할게요. ‘위안부’라는 이 한마디가 낙인이 되어, 죽을 때까지 가슴에 안고 가야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시민들 덕분에 늦게나마 힘을 내고 있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009년에 결성되어 우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답니다. 지난 10월 24일엔 광주 친구 3명, 순천 2명, 김중권씨 동생과 부인 이렇게 6명이 원고가 되어 67년 만에 내 나라, 광주지방법원에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일본에서 오신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회장님, 이와츠키 변호사와 많은 시민들과 함께 당당하게 제출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정부에서도 못한 일을 시민들의 힘으로 미쓰비시를 법정에 세우게 됐답니다. 법원 문을 들어가면서 나는 기쁜 눈물을 흘렸다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에서 큰 대못이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오. 속으로 얼마나 기뻤던지 나는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서 소리치면서 울어도 보고, 목 놓아 외쳐도 보았답니다. 친구들이여, 하늘나라에서도 소리 높이 외쳐보세요!
우리들도 이제는 큰 힘이 생겨 용기가 나고 살맛납니다. 67년을 어둠 속에서 눈물맺힌 한 많은 세상을 지냈는데, 이제는 나 혼자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기까지 하늘에 있는 친구들께서도 많이 도와줬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 나고야 시민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머나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도쿄까지 가서 원정 시위를 하고 계신답니다. 일본은 밉지만 이 분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친구들이여, 이제는 우리 가슴에도 머지않아 웃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과 함께 다 같이 두 어깨를 번쩍 올리고, 만세 삼창 부를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계신 친구들이여!
이승에서 못다한 인연, 반드시 정의를 되찾아 저승에서라도 만납시다. 그때까지 우리를 지켜보세요. 그 날을 꼭 지켜보세요.
2012년 11.4일 광주에 사는 금덕이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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