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훔치다 / 이헌 조미경
나무들은 찬바람에 잔기침을 하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성미 급한 산수유 붉은 입술 뾰족 내밀고 앉아 누굴 부르는가
까치가 보금자리를 튼 우듬지에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에 늦잠을 자다 깨어 난 철새 한 마리 허둥거리다 신발 한 짝을 잃고 헤매고 있다
자동차 경적소리 요란한 도로 삐죽이 고개 내민 초록의 향연 살며시 다가가 안아 주고 픈 마음 봄은 우리들 옆으로 한발 다가왔다. |
봄은 요술쟁이 / 이헌 조미경
노란 산수유
몽글몽글 피어날때
목련은 기지개를 켜며
활 시위를 당긴다
고수 부지 넓은 빈터에
겨우내 차가운 바람과
흰 눈을 뚫고 분연히 일어선
보리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발길에 차이고 멸시를 받으며
볼품없이 자라는 잡초들
싱글벙글 웃으며
늦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들을
야유하며 봄맞이 한다
애타게 봄소식을 기다리던 여심은
옷장에서 요술 지팡이를 꺼내어
꽃처럼 아름다운 변신을 하고
찬기가 가시지 않은 거리를 달린다.
북한산의 봄
이헌 조미경
겨울의 잔해가 남은 북한산 계곡에는 아직도 수정 고드름이 삐뚜름 한 표정으로 계곡 한편에 서 있다
쪽빛을 안고 있는 하늘의 한 귀퉁이 인고의 세월을 안은 거목 사이에 우뚝 서있다
땅 밑에서는 봄의 소리 가득하고 나무 위에서는 새끼들을 부화하는 부지런한 어미새들의 활기찬 몸짓에서 포근한 봄이 오는 중이다
마른 나뭇잎 바람에 스치니 야위어 가는 나신에 포근한 숨결을 불어넣고 싶은데 봄의 화살은 어디서 날아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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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봄은 요술쟁이
조 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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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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