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속에서 잊혀졌던 얼굴들을 마음속 가득 피어 오르게 하는
십일월 끝자락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구나.
어제 서울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더듬으며 책상 머리에 앉아
마음속 미소를 지어 보긴 하지만 아직 여독이 덜 풀린 탓인지 머리가 무겁다.
인생의 황금기로 불리는 어린시절을 마음속에 보물처럼 품고 살아왔기에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보려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친구들을 찾았었지.
짜여진 틀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
어제 하루는 잠시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일상의 탈출이었고
기대와 설렘으로 향수에 젖게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가슴 저 깊이 감춰두었던 그리운 동무 코흘리개 친구들은 언제 봐도 정겹고 반갑지...
어릴적 추억이 같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만나면 편하고 반가운 친구들
(정자,창근,형년,희연,경석,혁,원진,용운,대중,정의,성기,애송 ,훈갑 그리고 덕임)
긴 기다림에 비해 짧은 만남이었지만 포동한 오겹살에 단소주를 마시며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에 취했고 순백의 동심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지.
삶의 카타르시스가 이게 아니냐는 듯, 세상의 모든 근심 그리고 미움과 욕심
모두 잊고 동심으로 돌아가 어우러지는 친구들의 모습을 노래방에서 보며
나 또한 흥에 겨워 친구들을 얼싸안고 목청을 높였지만
노래에 대한 감과 재주가 없어 음치소리를 듣는 나였기에
노래방에서 해방 될때까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스트레스가 공포에 가까웠다면 엄살이 무척 심한걸까?
어찌하건 즐거운 하루였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세월속 가슴에만 묻어두고 있던 그리운 추억들을
다시금 찾게 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목넘김이 좋다는 카스의 유혹도 있었을테지만 맹물로 목축여가며 고생한 총무야 고맙다.
아직 식지 않은 모두의 온기를 느끼며 그리운 벗들에게로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지만,
긴여운 많은 기억들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생각하니 난 오늘도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생각 해 본다.
(서울 동창모임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