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37 (비 오는 날 그리운 님 에게 쓰는 편지) /묵향
능소화가 빗물에 젖어있는 모습이 샤워 실에서 갖나온 새 악시처럼 청초합니다.
꽃술에 맺힌 동글동글한 빗 망울이 또르르 굴러서 발등으로 떨어질 것 같은 신선함이 비 오는 날의 칙칙함을 덜어줍니다.
오늘은 편지가 쓰고 싶어 졌습니다.
내 마음에 새겨진 그리운 님(가상적)에게 손끝에 마음을 모아서 한 자 두 자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몇칠 전 핸드폰으로 비 오는 사진을 찍어선 짤막하게 글을 곁들여 카페에 올렸었지요
<비 오는 날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써 본지 참 오래되었습니다.
소시 적엔 참 편지를 즐겨 썼었지요.
군 시절엔 미지의 여인에게 주간지에 게재된 주소를 찾아선 참 많이도 썼었습니다.
만날 수 없는 여인...펜팔...군 병영...
고랑 내 나는 남자들의 울타리 안에서 젊음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분내 나는 여인을 생각하며
약속도 희망도 없는 것 같은 미지의 여인에게 자신을 이기기 위하여 썼었고
고된 내무생활을 견디며 한낮 희망이 있다면 점호시간에 받아든 편지를 침상에 누워
가슴 두근거리며 읽던 그때의 편지가 새삼 쓰고 싶어졌습니다.
임에게 드리는 편지
보슬비가 부슬 부슬 내립니다.
파란 잔디위에도 능소 화 꽃잎에도 촉촉이 내리며 대지에 푸른 삶을 일구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끄럽게 우짖던 갈가마귀 떼도 오늘은 조용하네요.
아마도 내게 조용한 시간에 그리움의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배려를 하나봅니다.
하얀 백지위에 글자 하나하나에 마음을 모아 써내려 가는 내내 비가 오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하나 둘 싹틔우기 시작 합니다.
비는 아마도 눈물을 감추게 하기 위하여 내리는 것인지도 몰라요
비를 맞습니다.
우산을 쓰지 않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핑계 삼아 눈물을 섞어 보냅니다.
그리움을 잊기 위해서 보고픔을 참기 위해서 아린 가슴을 빗속에 씻어 냅니다
빗소리 음악이 되어 흐르고
마음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
상념은 바람이 되어 흘러갑니다.
비 오는 날의 초상화(肖像畵)...
이처럼 아름다운 정경을 눈에 담으며 그대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음이 행복합니다
당신이 저기 저 아래 소나무 길에서 방긋 웃으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입니다.
그대는 내가 그리워 두 팔을 벌려 단숨에 고갯길을 올라 내게 안깁니다.
아무 말 없이 가슴에 안겨 뜨거운 입맞춤으로 그리웠던 시간들을 잊어갑니다
빗물이 사랑하는 연인들의 기쁨의 눈물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끔히 씻어 냅니다.
사랑했기에 그리워했고
그리웠기에 보고픔에 목말라 기다림에 지친 세월들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상 일뿐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비가 내리는 뜨락에 서서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하고 애타게 그리며 머릿속에 그려보는
상상의 세계 속 이기에 눈을 뜨면 허무한 마음을 안고 있는 초라한 내 자신만이 보일 뿐이랍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렇게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곤 또 다른 생각의 세계로 나래를 펴며 글을 써 내려가는 손끝에 희망을 담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난 것이 아니고
당신이 내 곁을 떠난 것이 아니기에...
다만 언젠가 만날 날의 기다림이 버거워서 그렇겠지요.
무한의 시간을 기다리는 당신이라는 내 님은 빗속의 그리움이 얼마나 센티하고 멋스러운지 모를 것입니다.
그래서 배시시 웃습니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난다는 그 옛날 아버지 말씀이었지만
지금 나는 나를 달래던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고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는 칠푼이가 되었답니다.
그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사랑을 하면 왜 아픔이 올까요.
사랑을 하면 그리웁디다.
사랑을 하면 보고픕디다.
이 세상의 미사어구가 필요 없는 행위중 하나가 사랑이지요.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사랑이요
가장 인간 본연의 본질로 변하는 것이 사랑이지요.
아마도 그래서 그런 아리아리한 마음이 드는 가 봅니다.
가난한 사람도 사랑엔 가난이 없어지고
허약한 사람도 사랑엔 약해지지 않더이다.
기쁨을 위해서 슬픔을 건너뛰어야 하고
행복을 위해서 고통을 이겨 내야 하듯이 삶은 늘 시련을 극복해야 평화가 찾아오는 가 봐요.
슬픔을 아는 사람이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하네요.
사랑은 아리고 아픈 마음이 먼저라고 합니다
사랑은 늘 즐겁기만 하고 기쁘기만 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하네요
내 마음이 당신으로 하여금 아픔이 클수록 더 큰 사랑이라고 하네요
사랑하기에 그대가 잘되어야 하고
사랑하기에 그대가 아프면 내가 더 아프고
내가 당신을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이라 합디다.
숭고한 사랑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슴에 담겨진 마음이 나를 향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예쁘게 보이는 사랑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 안에 진솔함이 함께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대와 난 이렇게 그리움의 편지를 쓰며 비 오는 날 빗소리에 가슴 아파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네요.
곁에 있어도 보고 싶고 그립다고...
곁에 있어도 외롭고 또 외롭다고...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요. ^^
얼마나 사랑하면 그럴까요.
비는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마치 자판의 리듬에 맞춰 두드려 주는 피아노의 타성처럼 부드러운 통 기타의 울림처럼
비의 소리는 끝없는 두드림의 파성(破聲)을 전합니다.
해가 저물어 가고 어둠이 스물 스물 내려앉으면 검은 장막이 나를 감추겠지요.
아....
그러면 오히려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사념이 들지를 않겠네요
왜냐구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없어지잖아요.
그 다음엔 눈을 감고 마음만으로도 당신을 볼 수가 있고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해맑은 당신을 바라볼 수 있어서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빗소리와 내 님...
멋진 시 한 구절이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
그 동안 늘 상 님을 보면서도 <사랑한다> 는 말 한마디를 못했지요 (쑥쓰) *^^*
그 말이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튀어 나오지를 않아요.
<사랑합니다>
이 말을 오늘 님에게 드립니다
꼭꼭 가슴에 담아 두세요
누가 보면 우리를 놀릴 수도 있으니까요
“얼레 꼴레리,,,누구누구는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헤헤...
그래두 괜찮다 구요?
그래두 그냥 보관하세요.
묵향이 처음 드리는 <사랑한다>는 말인데...
퍼뜨리지 마세요 알았죠?
비가 종일 내립니다
너무 많이도 아닌 너무 적게도 아닌 아주 예쁘게 비가 내려요
아....!
내게 노란 우산이 있어요
우리 빗속을 거닐어 볼래요?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며 사는 삶의 소리를 들어봐요
그리고...
아무도 보이지 않게 우산 속에서 상큼한 입맞춤도 해봐요 우리 그래봐요
오늘은 사랑을 하고 싶은 비 오는 날이니까요.
오늘 비 오는 날의 능소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동봉하오니 보고프면 꺼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님이여
자료사진/묵향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후회스런 생각 ....누구에게나 있나봅니다
사랑길 님^^
오늘도 행운이 가득한 날이 되세요~^.~
그런가 봐요
그 흔한 말을 왜 입에서 떼어내지 못하는지 몰라요
아마도 습관이 아닌가 합니다
처음서부터 사랑해..를 달고 살았다면
거북스럽지 않을텐데...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왜 그런지 몰라요
이제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ㅎㅎ
이젠 서로가 다 알잖아요 그 마음을...
그래두 <사랑해>한 마디 던져 보려고 노력하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길 님~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 사람도
그리울 때가 있듯이..
사랑하는 마음 가슴에 품고도
표현 못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은 ~
아픔이 있기에 더욱 고귀한 것 같습니다
묵향님!의
고은 글귀 저의 마음속까지
빗물이 촉촉이 스며들 듯
고운 사랑 받아 갑니다.
고운님!
더위에 강건하시고 평온한 휴일 되세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 사람이
늘 그리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삶의 타성에 젖다보면 그것이 소원해 지는가 봅니다
그 사랑이 아픈만큼
깊어진다고 하는데...
마음상한 아픔이 아니길 바라며 살지요
늘 촉촉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음으로라도 촉촉한 생각을 해봐요 네? ^^
장마철의 건강에 유의 하시어
다음에 뵙 때 행복한 모습이시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