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의 고장 보성군 의병사] 22. 독립운동에 앞장 선 서재필(徐在弼) 박사의 탄생 이야기

[노블하우스/김선태]

[의병의 고장 보성군 의병사] 22. 독립운동에 앞장 선 서재필(徐在弼) 박사의 탄생 이야기

               김선태 주주통신원l승인2017.10.19l수정2017.10.1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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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운동에 앞장 선 서재필(徐在弼)박사의 탄생 이야기

- 서재필박사가 태어날 때 얽힌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

“아니, 너 여기 나와서 왜 이러고 있는 거냐?

“........”

“누가 너더러 뽕을 따오라고 했어? 빨리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뭐하고 있는 거냐?”

아버지 이기대의 난데없는 호통에 어안이 벙벙한 딸 서재필의 어머니는 뻘쭘해져 역정을 내시는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서있었다. “어서 집에 들어가란 말 안 들리냐?” 또 고함을 치니 도무지 무슨 일로 저리 화를 내시는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으로 향했다.

딸은 자라면서 내내 큰 소리 한 번 들은 적 없고 귀염을 받으며 곱게 자랐건만 시집을 가서 아이엄마가 된 출가외인에게 왜 저리 역정을 내는지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재필의 외할아버지 이기대는 아직도 생생한 그 꿈을 생각하며

“하필이면 딸아이에게.... 하필이면 딸아이에게....”하고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다.

이기대는 점심을 먹고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람이 싱싱 지나가는 마루에 누웠다가 잠시 스르르 낮잠이 들었다.

커다란 청룡이 나타나 꼬리를 스칠 듯 머리 위로 지나가더니 뽕나무가 질펀하게 늘어선 냇가 뽕밭에 잠시 머문다. 뽕밭에서 무언가를 입에 물고는 하늘을 향해 휑하니 올라가는 꿈이었다.

귀한 용꿈을 꾸고 이기대는 용이 나타난 곳을 보려고 뽕밭으로 달려간 것이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의 딸아이가 있었다. 사위는 화순군 동복 현감으로 있었기에 친정에서 60여 리나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딸아이는 친정나들이로 집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이기대가 뽕밭을 가보니 용꿈의 주인공이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라서 친손주가 아닌 외손주가 태어날게 섭섭했던 것이다. 좌절감에 죄없는 딸에게 소리를 치고 만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을 하여도 아무것도 모르는 딸아이에게 너무 갑작스럽게 소리를 친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용꿈은 태어날 아이가 보통이 아닌 아이임을 알려주는 것인데 친손자가 아닌 외손자인 게 확실해졌으니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딸은 집에 있고 사위는 동복현감으로 동헌을 지키고 있으니 어쩜 친손자가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해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아들 내외를 얼른 자기네 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집안일은 아랫것들이 맡게 하였다.

거부집안이어서 부엌에 일하는 시종이 3이나 있었고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시아버님의 호령에 며느리는 아무말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아버님이 마음속에 품은 뜻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런데 저녁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 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뒹구는 것이었다. 사람을 시켜 얼른 동네 의원을 오게 하였지만 의원은 진맥을 하고 나서 고개만 갸웃거리며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기다려 보았지만 갈수록 더 심해지고 온몸이 땀범벅 되어서 뒹구는 모양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던 친정어머니가 밖에 대고 호소를 한다.

“여보, 얼른 사람을 보내서 사위를 오라고 합시다. 저러다가 큰일을 당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네요.”하고 애원을 하였다. 말을 들은 이기대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덕만아! 말을 타고 어서 달려가거라. 가서 이 일을 알리고 빨리 오라고 하여라”

명을 받은 덕만은 말을 탈 수 있는 노비로 가장 빨리 연락을 취할 적임자였다.

덕만이 말을 빨리 몰아 달려간다면 한 시간 남짓이면 동복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를 하고 온다고 하더라도 넉넉잡고 세 시간 안에는 도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덕만이 얼마나 급히 달려갔던지 두 시간 반(한 식경)도 안 되어서 사위가 말을 타고 숨을 헐떡이며 들어섰다. 장모님은 버선발로 뛰어나와서 사위를 맞이하였다.

“어서 오시게, 저녁 잘 먹고 갑자기 저리 야단이 났다네”

“큰일은 없겠지요.” 라고 이야기 하고는 인사를 한 후 사위는 아내의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며 아우성을 치던 딸이 점차 조용해지자 안심이 되었다. 이미 야심한 시간이 되었다. 밤중에 돌아가기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산이 깊은지라 가는 도중 산적이라도 나타나면 문관인 서광언은 대적할 수가 없기에 신상이 염려 되어 자고 가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서재필이었다.

2017.10.17.20:49‘<16매>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