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그리고 영화
폴란드 침공
1918년 1차대전이 끝나고 1919년에 파리 평화회의가 있었지만, 전쟁의 앙금은 남아 있었다. 1차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은 자신들의 패전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또 하나의 전쟁을 통해 빼앗긴 영토와 제한된 주권을 되찾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은 2차대전의 시작을 알렸다. 바로 이 순간을 담은 영화가 바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
피아니스트](2002). 폴란드계 유태인이자 어머니를 수용소 가스실에서 잃었던 폴란스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실존 인물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을 통해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예술 혼을 전한다.
역시 폴란드 감독이자 세계적인 거장인 안드레 바이다의 [
카틴](2007)은 2차대전 당시 소련에 의해 침공 당했던 폴란드 이야기(전쟁 초기 독일과 소련은 불가침 조약을 맺은 동맹국이었다). 카틴 숲에서 살해당한 폴란드 장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바이다 감독은 '전쟁 3부작'의 첫 작품인 [
카날](1957)에서도 2차대전을 다룬 바 있다.
[
컴 앤 씨](1985)는 1943년 독일에 의해 침공당한 소련의 어느 도시 이야기. 한편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
언더그라운드](1995)는 2차대전과 내전 시기의 유고 지역을 지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묘하게 연결시킨 영화로, 두 전쟁 사이에 땅 속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은 전쟁이 여전히 지속되었다고 믿는다.
대서양 전투
2차대전의 수많은 교전지 중 가장 길게 전투가 지속되었던 곳은 바로 대서양이었다. 이른바 '대서양 전투'(Battle of the Atlantic)로, 1939년 9월 3일부터 1945년 5월 8일까지, 거의 전쟁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약 5년 동안 지속되었고, 영국의 보급선을 차단하려는 독일의 해군 제독 카를 되니츠의 계획에 의해 시작되었다. 대서양 전투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독일의 잠수함 U-보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 볼프강 페테르젠 감독의 [
특전 유보트](1981)는 이제 전설이 된 작품으로, 카를 되니츠는 300척의 U-보트가 대서양에서 영국을 압박하면 전쟁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
U-571](2000)는 그 뒤를 잇는 작품. [
상과 하](1957)는 북대서양 지역에서 독일 잠수함과 미국 폭격기 사이의 대결을 그린다.
대서양 전투에 대한 또 한 편의 걸작은 [
토린호의 운명](1942). 1941년 영국 해군의 자존심이었던 토린호의 이야기로, 토린호가 격침된 지 1년 만에 발 빠르게 만든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화로, 데이비드 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한편 [
비스마르크호를 격침하라](1960)는 독일 전함의 자존심인 비스마르크호가 영국 해군에 의해 격침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잔인한 바다](1953)도 당시 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겨울 전쟁
2차대전 초기 독일과 동맹 관계를 맺은 스탈린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고, 1939년 11월 30일부터 1940년 3월 13일까지 핀란드를 상대로 이른바 '겨울 전쟁'을 벌인다. 소련은 1개월 안에 접수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핀란드의 저항은 예상 외로 강했고, 결국 양국은 휴전 협정을 맺게 된다. [
겨울 전쟁](1989)은 당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섰던 핀란드 국민들의 드라마. 1992년에 나온 [
겨울 전쟁]은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전쟁 멜로드라마다.
영국 본토 항공전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낸 독일은 영국마저 삼키려 했고, 그러기 위해 영국 본토에 상륙하기 위한 이른바 '바다사자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선 제공권을 장악하는 게 우선. 1940년 7월부터 1941년 5월까지 치러진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의 배경이다. 이 전투에서 독일은 2차대전 발발 후 첫 패배를 경험했고, 영국 국민들을 단결시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
공군 대전략](1969)은 열세였던 영국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그린 영화. 실제 전투기들을 사용해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실감나는 전쟁영화다. 존 부어맨 감독은 자신의 유년기를 토대로 [
희망과 영광](1987)에서, 폭격 당시 영국의 상황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진주만 공격
연합군을 지원하곤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들진 않고 있던 미국. 아시아를 장악해가던 일본.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함으로써 두 나라는 전면전을 시작하고, 2차대전의 전선은 단숨에 태평양으로 확산된다. 미국과 일본이 합작해 진주만 공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려 한 [
도라 도라 도라](1970)은 당시 상황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영화. D-데이 전의 긴박한 상황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야마모토 사령관(야마무라 소)의 탄식. 미군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지만 항공모함엔 전혀 손실을 입히지 못했고, 사령관은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며 이후 전쟁의 패배를 예감한 듯 읊조린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
진주만](2001)은 미국식 영웅주의와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진주만 스토리다.
태평양 전쟁 중에 나온 두 편의 영화 [
에어 포스](1943)와 [
써티 세컨즈 오버 도쿄](1944)도 특기할 만한데, [에어 포스]는 진주만 공격 이후 일본군을 공격하기 위해 파견된 전투기가 필리핀 전선으로 파견되는 이야기이며, [써티 세컨즈 오버 도쿄]는 미군이 일본 본토를 공격했던 1942년 4월 18일의 이른바 '둘리틀 공습'(Doolittle Raid)을 담은 영화다. [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는 진주만 공격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 멜로드라마. 스필버그의 [
1941](1979)은 전쟁 코미디다.
버마 침략
일본의 동남 아시아 침투는 1941년 12월 버마(현 미얀마) 침공으로 본격화된다 [
오브젝티브 버마](1945)는 미군이 버마에서 일본군을 물리치는 이야기. 일본군의 레이더 기지를 미국의 특공대가 파괴하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메릴의 약탈자들](1962)은 미 공군이 버마 지역의 일본군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이 시기 일본은 동남 아시아를 관통하는 철도 계획을 세웠는데, [
콰이강의 다리](1957)는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픽션 영화. 배경은 태국의 어느 밀림으로, 포로들이 만든 다리는 영국군에 의해 폭파된다. 전쟁의 어리석음과 허무함을 잘 드러낸 영화.
토브럭 전투 & 엘 알라메인 전투
북아프리카는 2차대전의 중요한 전선 중 하나. 바로 '사막의 여우'로 일컬어지는 독일군의 롬멜 장군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여러 중요한 전투가 일어났지만, 리비아의 토브럭 전투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투. 영국군의 요충지였던 토브럭을 에르윈 롬멜이 공격하면서 긴 전투는 시작되었는데, [
사막의 대진격](1953)은 이곳에 파견된 호주군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록 허드슨이 주연을 맡은 [
토브럭](1967)도 롬멜의 군대를 물리치는 연합군의 모습을 담았다.
토브럭 전투와 맞물려 있는 엘 알라메인 전투는, 북아프리카 전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이다. 총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지는데, 1942년 7월 1일~21일에 있었던 1차 전투가 독일군과 연합군의 무승부였다면, 1942년 10월 23일~11월 2일에 있었던 2차 전투는 연합군의 승리였다. [
엘 알라메인](2002)은 당시 독일을 지원했던 이탈리아군의 시선으로 본 알라메인 전투. 전쟁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전쟁을 위해 사막으로 내몰린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을 담는다. [
사하라 전차대](1943)은 당시 연합군 탱크 사단의 승전기를 그린 영화. [
사막의 여우 롬멜](1951)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을 이끌었던 롬멜 장군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 영화는 그를 히틀러의 광기에 반기를 드는 인물로 그리는데, 히틀러 암살 계획에 참가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그는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한편 엘 알라메인 전투의 패배로 독일군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바탄 전투
버마를 시작으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차례로 접수한 일본은 필리핀의 바탄을 점령하게 되고, 급기야 필리핀의 군사 요충지 바탄도 손에 넣게 된다. 1942년 1월 7일 ~ 4월 9일에 걸친 전투의 결과. 이후 일본군은 7만 명의 미군과 필리핀군 포로들을 강제 이동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1만 명에 가까운 군인들이 구타와 굶주림과 더위 등으로 목숨을 잃었고, 이것이 바로 '바탄 죽음의 행진'이다. [
백 투 바탄](1945)는 그 '죽음의 행진'에서 살아남은 군인이 필리핀 게릴라들과 함께 일본군을 물리치는, 다소 영웅주의적인 작품. 하지만 [
그들은 희생양이다](1945)는, [백 투 바탄]처럼 존 웨인이 주연을 맡았지만, 영웅주의적인 색채는 없이 바탄의 패배를 다소 음울하게 담아낸다.
둘리틀 폭격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
써티 세컨즈 오버 도쿄]와 함께, 둘리틀 공습에 대한 대표적인 영화라면 1943년에 나온 캐리 그랜트 주연의 [
데스티네이션 도쿄]. 일본 본토에 대한 미 공군의 공격으로, 실제 공습이 1942년 4월 18일에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발 빠른 영화 제작인 셈인데, 당시 할리우드는 전쟁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승리의 기록을 재빨리 영화화해 미국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했다.
레닌그라드 포위전
불가침조약을 깬 독일은 1941년 6월 22일 소련을 침공했고, 모스크바 공격에 이어 1941년 9월 8일부터 1944년 1월 27일까지 그 유명한 레닌그라드 포위전에 들어간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당시의 레닌그라드는, 소련 제2의 도시. 시민들은 100만 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내고, 보급마저 끊긴 상황에서 약 900일을 버티며 항전했다. 그 중요성에 비해 영화에선 거의 조명 받지 못했던 이 사건은 2009년 [
레닌그라드]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2차대전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인 스탈린그라드(현재 볼고그라드) 전투는 1942년 8월 21일부터 1943년 2월 2일까지 벌어졌던 혈전. 200만 명이 죽거나 다친 처참한 전투로, 이를 계기로 소련군은 독일군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다. [
스탈린그라드](1993)은 이 역사적 사건을 그린 대표적인 영화. 독일에서 제작되었지만 꽤 객관적인 시각으로 당시를 재현하고 있으며, 은근히 독일 내부에도 인간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도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한편 샘 페킨파 감독의 [
철십자 훈장](1977)은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당시 동부 전선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준다. 독일군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전쟁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전쟁 액션 영화다.
다윈 공습
2차대전 초기부터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가했지만, 호주에 대한 전쟁 영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상황. [
오스트레일리아](2008)는 '호주판 진주만 공습'으로 일컬어지던 1942년 2월 19일의 다윈 공습을 포함해, 호주 국민들이 겪었던 전쟁을 보여준다. 일본군이 진주만 공격보다 더 많은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알려진 다윈 공습. 영화는 이러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남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미드웨이 해전
둘리틀 공습으로 본토를 공격당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본은, 방어선을 좀 더 멀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미국의 최전방 기지인 미드웨이 섬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1942년 6월 5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동안 치러진 전투는 미국의 승리. 항공모함의 탑재기만으로 승리를 거둔 미국은 태평양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고, 일본은 점점 내리막길로 치닫게 된다. [
미드웨이](1976)는 이 전투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영화. 찰턴 헤스턴, 헨리 폰다, 글렌 포드, 제임스 코번, 로버트 미첨, 로버트 와그너 등 당대의 남성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전쟁 대작이다.
과달카날 전투
[과달카날 다이어리]와 1998년의 [씬 레드 라인]
미드웨이에서의 성공적인 응전 이후, 연합군은 솔로몬 제도에 있는 과달카날 섬의 일본군 요충지를 공격한다. 일본군에 대한 최초의 공세였던 이 전투는 육해공에 걸친 대규모 작전이었고,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수복에 실패한 일본은 이후 태평양 전선에서 수세에 몰리게 된다.
1942년 8월 7일부터 1943년 2월 9일까지 있었던 이 전투는, 승리가 확정된 1943년 바로 그 해에 [
과달카날 다이어리](1943)라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기동성을 보이기도. 종군 기자의 기록을 바탕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전쟁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
몬테즈마의 영웅들](1950)는 과달카날 전투 이후 승기를 잡은 미군의 남태평양 전선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
배틀 크라이](1955)는 과달카날 전투부터 사이판 전투까지, 태평양 전선의 주요 승전을 아우른다. 제임스 존스의 소설 '씬 레드 라인'은 1964년에 이어 1998년에 테렌스 맬릭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전쟁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벗어난, 사유하는 전쟁 영화.
루르 댐 폭격
1943년 5월 16일에 있었던 루르 댐 폭격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작전이었지만, 온갖 난관을 뚫고 성공했고 그 결과 독일의 군수 시설 상당 부분이 마비되었다. [
댐 버스터](1953)은 이 과정을 꼼꼼히 담은 영화로, 거대한 폭탄을 개발한 윌리스 박사와 전투기 조종사인 깁슨 중령이 중심 인물. 당대로선 뛰어난 특수효과를 보여준다.
안지오 전투
1943년 8월 17일에 시칠리아에 상륙한 연합군은 살레르노 전투를 통해 처음으로 이탈리아 본토에 상륙했고, 이후 안지오로 향한다. 로마 남서쪽의 작은 도시인 안지오에 이어 1944년 6월엔 로마에 입성하게 되는 연합군. 역사에선 영국과 미국의 연합군이 곧장 로마로 향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영화 [
안지오의 영웅들](1968)에도 약간은 그런 관점이 배어 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지상 최대의 작전].
강제규 감독의 [
마이웨이](2011)에도 등장하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1944년 6월 6일)은, 유럽에 대한 연합군의 본격적인 진공 작전이었으며,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 해안 지역을 다섯 개로 나누어 상륙 작전이 실행되었다. 그 중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곳이 바로 오마하 비치로, [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바로 그곳이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영화는 [
지상 최대의 작전](1962). 존 웨인, 로버트 미첨, 헨리 폰다, 로버트 라이언, 리처드 버튼 등의 명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세 시간짜리 영화로, 미국 전쟁 영화사에서 그 스케일 면에서 어떤 절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마켓 가든 작전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서부 전선에서 자신감을 얻은 연합군은 단숨에 라인강을 넘어 독일을 삼키려는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라인강의 아른험 다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영국의 공수 부대는 독일군에 의해 궤멸된다. 1944년 9월 17일부터 25일까지 있었던 이른바 마켓 가든 작전은, 서부 전선에서 독일군이 거둔 마지막 승리. 미국과 영국이 합작한 영화 [
머나먼 다리](1977)는 이 쓰라린 패배의 기억을 되새긴다.
사이판 전투
미국의 일본 본토 공격의 발판이 된 사이판 전투(1944년 6월 11일 ~ 7월 9일)는, 패배한 일본군이 사이판에 살고 있던 일본의 민간인들도 모두 죽음으로 내몬 끔찍한 사건이다. 오우삼 감독의 [
윈드토커](2002)는 사이판 전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나바호족 통신병 이야기.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
[작전명 발키리], 오른쪽 사진은 실제 인물과 톰 크루즈의 비교
독일군을 위협하는 존재는 연합군만은 아니었다. 그 내부에서도 점점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가는 히틀러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 [
작전명 발키리](2008)는 대표적인 영화로, 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의 '발키리 작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1944년 7월 20일에 감행되었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1945년 4월 30일에 히틀러는 정부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크루즈를 선택한 건 폰 슈타펜버그의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면을 부각시켜줄 배우가 필요했기 때문. 북아프리카 전투에서 한쪽 눈과 세 손가락을 잃은 폰 슈타펜버그 역을 연기하기 위해 크루즈는 핸디캡을 감수해야 했다. 이미 독일에선 TV 영화로 두 차례 영화화되었던 소재. 한편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에선 히틀러가 처참하게 죽는 장면이(물론 픽션이지만) 등장한다.
발지 전투
수세에 몰린 독일군은 최후의 대반격을 시도한다. 바로 1944년 12월 16일부터 1945년 1월 27일까지 있었던 벌지 전투. 결과는 연합군의 승리였고, 예비 전력까지 모두 소진한 독일은 곧 패망의 길에 오르게 된다. 101 공수부대의 활약을 그린 [
배틀그라운드](1949)에 이어, 발지 전투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영화라면 [
발지 대전투](1965). 헨리 폰다, 로버트 라이언 등이 등장하는 전쟁 영화의 고전이다. 결국은 '연합군 만세'지만, 그 과정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공평성(?)을 보여준다. 한편 [
휴전](1991)은 이 삼엄한 전쟁터에서 크리스마스를 겪는 양군의 병사들이 잠시 맛보는 평화를 그린다.
이오지마 전투
태평양 전쟁의 끝은 무엇일까? 바로 1945년 2월 19일부터 3월 26일까지 있었던 이오지마 전투였다. 2만 명에 달하는 일본의 수비 병력이 거의 전사한 이 전투 이후 일본군은 태평양에서 그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 전투에 대한 본격적인 첫 영화는 [
유황도의 모래](1949). 과달카날 전투 이후 타라와 전투와 이오지마 전투까지, 한 군인의 회상을 통해 아우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006년에 이오지마 전투에 대한 두 편의 영화를 내놓았다. 미국의 시선인 [
아버지의 깃발](2006)과 일본의 시선인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 [아버지의 깃발]을 준비하던 중 접한 자료에서 출발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비평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 원폭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사살되고, 히틀러가 자살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소련이 베를린을 점령하고 독일군이 항복했으며 필리핀까지 해방되었지만, 일본은 아직 백기를 들지 않았다. 이때 미국은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에, 8월 9일에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리고, 6년에 걸쳤던 긴 전쟁은 드디어 막을 내린다. [
반딧불의 묘](1988) 같은 애니메이션이 있긴 하지만, 원폭에 대한 영화가 거의 없는 건 의외의 사실. [
멸망의 창조](1989)는 원자폭탄 제조 과정에 대한 영화로, 폴 뉴먼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그로브즈 역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원폭으로 2차대전을 끝낸 건 냉전 시대를 가져왔고, 인류에게 커다란 공포를 안겨주게 되었다.
홀로코스트
원폭과 함께 2차대전이 인류에게 안겨준 가장 큰 비극은 바로 나치의 유태인 학살. 이에 대해 수많은 영화들이 나왔다. 먼저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
쉰들러 리스트](1993). 로베르토 베니니의 [
인생은 아름다워](1997)는 부성애를 바탕으로, 웃음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선사한다. [
일사 - 나치 친위대의 색녀](1974)는 에로틱하면서도 고문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8)는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홀로코스트다. 클로드 란츠만의 556분에 달하는 다큐멘터리 [
쇼아](1985)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방대한 기록이나 증언.
그 상처를 다룬 영화로는 [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1974) [
소피의 선택](1982) [
전당포](1964) 등이 있으며, [
안네의 일기](1959)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 루이 말 감독의 [
굿바이 칠드런](1987)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애잔하게 역사의 비극을 전한다. [
카운터페이터](2007)는 위조 기술로 나치에게 부역하는 유태인의 고뇌를 담은 이야기. 이외에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
정보요원 및 스파이
전장에서 총탄이 오가는 전쟁이 아닌, 정보전을 다룬 2차대전 영화도 꽤 존재한다. [O.S.S](1946)는 CIA의 전신인 OSS를 중심으로 다룬 영화. [
반역](1951) [
다섯 손가락](1952) [
존재한 적 없는 사나이](1956) [
바람에 대항한 여인](1992) 등도 모두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더욱 치열하게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콜린 퍼스의 데뷔작인 [
어나더 컨트리](1984), 마이클 더글러스와 멜라니 그리피스가 만난 [
사랑의 용기](1992) 그리고 암호 해독에 관한 [
에니그마](2001) 등도 있다.
전쟁 그리고 인간
2차 대전을 이끈 인물들에 대한 몇몇 영화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조지 C 스코트의 명연기가 빛나는 [
패튼 대전차 군단](1970). 스코트는 TV 영화 [
최후의 패튼](1986) 역을 맡아, 독특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레고리 펙이 주인공을 맡은 [
맥아더](1977)도 장군 캐릭터를 통해 2차대전을 돌아보는 영화. 한편 TV 시리즈 [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는 '이지 중대'의 병사들을 통해 전쟁의 다양한 면들을 보여준다.
멤피스 벨
B-17 폭격기로 유럽을 폭격하던 '멤피스 벨'은 2차 대전의 전설 중 하나. 영화 [
멤피스 벨](1990)은 1943년 여름을 배경으로, 매일 죽음과 직면하는 공군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멤피스 벨]이 집단을 조명한다면,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은 [
정오의 출격](1949)은 주인공 프랭크 중심으로 펼쳐지는 멤피스 벨의 이야기다.
나치 전범
전쟁이 끝난 후 국제 사회에서 가장 심각했던 부분은 전쟁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
뉘른베르크의 재판](1961)은 이 문제를 할리우드가 본격적으로 다룬 첫 영화이다. [아이히만 체포작전](1961)은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잡기 위해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펼치는 작전을 담은 영화.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2008)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전쟁 죄수
POW(Prisoner of War), 즉 전쟁 죄수에 대한 이야기도 2차대전에 대한 영화에서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한다. 빌리 와일더의 [
북위 49도선](1941)이나 [캡티브 하트](1946) 그리고 빌리 와일더의 [
제17포로수용소](1953)나 스티브 맥퀸이 등장하는 [
대탈주](1967)는 POW 영화의 고전.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을 맡은 [
승리의 탈출](1981)은 스포츠 영화와 결합된 드라마다. 스필버그의 [
태양의 제국](1987)은 중국을 배경으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을 그린 이야기. 크리스천 베일의 아역 시절을 만날 수 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도 POW 영화의 걸작. 이외에도 [
마루타](1988) [
암본의 심판](1990) [
파라다이스 로드](1997) [
하트의 전쟁](2002) 등의 영화가 있다.
전쟁 멜로드라마
비비언 리와 로버트 테일러 주연의 [
애수](1940) 이후,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멜로드라마들이 등장했다.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
사랑할 때와 죽을 때](1958)를 비롯, 해리슨 포드의 젊은 날을 만날 수 있는 [
하노버 스트리트](1979),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의 [
마지막 지하철](1980) 그리고 닐 조던 감독의 [
엔드 오브 어페어](1999)가 전쟁 멜로의 대표작들. [
말레나](2000)는 전쟁으로 인한 한 여성의 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으며, 이외에도 [
코렐리의 만돌린](2001) [
러브 인 클라우즈](2004) [
블랙북](2006) 등의 작품이 있다.
전쟁 액션, 전쟁 코미디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보다는 전쟁 그 자체가 주는 설정과 스펙터클에 중점을 두는 영화들이 1950년대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다. [
나바론 요새](1961) [
지옥의 영웅](1962) [
텔레마크 요새의 영웅들](1965) [
특공 대작전](1967) [
독수리 요새](1968) [
머피의 전쟁](1971) [
독수리 착륙하다](1976) [
나바론 요새 2](1978) [
지옥의 영웅들](1980) 등은 전쟁 영화임과 동시에 액션 영화로서도 강한 성격을 띠는 작품들. 한편 [
미스터 로버츠](1955) [
오퍼레이션 페티코트](1959) [
파더 구즈](1964) [
켈리의 영웅들](1970) [
엘리트 특공대](1977) 등은 2차대전의 병영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