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가 정탐꾼을 보내며 땅과 성읍 조사를 지시했습니다.(수2:1) 정탐은 전투를 앞두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요. 그런데 정탐꾼의 보고 내용이 시원치 않습니다. “그 땅의 모든 주민이 우리 앞에서 간담이 녹더이다”(수2:24) 여호수아는 땅과 성읍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는데, 정탐꾼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관하여 대답합니다.
정탐꾼들은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겁니다. 제대로 조사하기 전에 들켜 도망자 신세가 되었거든요. “어떤 사람이 여리고 왕에게 말하여 이르되 보소서 이 밤에 이스라엘 자손 중의 몇 사람이 이 땅을 정탐하러 들어왔나이다”(수2:2) 성벽에 있는 라합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들켰다면, 정탐꾼들은 성내에 잠입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수2:15)
정탐꾼들이 겨우 알아낸 것은 성벽에서 기생 노릇하는 라합이라는 여자가 전하는 민심의 동향뿐입니다.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주민들이 다 너희 앞에서 간담이 녹나니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니라”(수2:10) 정탐꾼들이 보고는 여호수아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홍해를 건넜고 아모리를 제압한 것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이 했던 일이니까요. 정탐꾼들은 자기들에게 있었던 일을 여리고 성벽에서 듣고 왔을 뿐, 새롭게 알아낸 사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형도 지리도 성벽의 모양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부실한 보고를 받고서, 여호수아는 진영을 전진 배치합니다.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그와 모든 이스라엘 자손들과 더불어 싯딤에서 떠나 요단에 이르러 건너가기 전에 거기서 유숙하니라”(수3:1)
여리고는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 문명화된 요새였습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아직 요단강도 채 건너지 못했고, 지금 여호수아가 진을 전진 배치하는 시기는 요단강이 범람하는 계절입니다. “요단이 곡식 거두는 시기에는 항상 언덕에 넘치더라”(수3:15) 범람하는 요단강 쪽으로 진영을 전진배치시키는 것은 얼핏 어리석어 보입니다. 첩보 내용은 얕고 빈약하며 요단을 흐르는 강물은 깊고 창일하건만, 그럼에도, 여호수아는 진영을 전진 배치시킵니다.
여호수아는 땅과 성읍의 견고함보다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요소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성벽이 견고해도 성내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졌다면, 무혈입성할 거라 자신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성벽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
최초의 성벽 건축자는 가인이었습니다. “가인이 성을 쌓고 그의 아들의 이름을 에녹이라 하니라”(창4:17) 가인이 성을 쌓은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창4:14) 두려움이 클수록 성벽은 높아졌고,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성벽은 두터워졌습니다. 누군가 세상에 장벽을 쌓는 이유는 계란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땅 위에 세워진 장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땅 위에 세우신 하나님을 믿겠습니다. 세상에 세워진 장벽은 두려움의 화석이 켜켜이 쌓인 것이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나는 담대한 심장의 박동입니다. 나는 살아있고, 장벽은 죽어 있습니다. 생명 없는 장벽을 생명 있는 내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호수아는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여리고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범람하는 요단강 앞으로 바짝 전진합니다. 성벽을 의지하는 여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녹아무너졌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는 여호수아와 옛 이스라엘의 마음은 견고하고 단단했습니다. “강하고 담대하라 너는 내가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여 그들에게 주리라 한 땅을 이 백성에게 차지하게 하리라”(수1:6)
여호수아와 달리 우리는 세상에 높이 쌓인 장벽을 보며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이 우리 마음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결해야 담대합니다. “여호수아가 또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자신을 성결하게 하라 내일 너희 가운데에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리라”(수3:5) ‘사람을 더럽게’하는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을 끊어내고 성결해야 담대해집니다.(막7:21~23) 우리 성결키 위해 늘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속’, 곧 ‘사람의 마음’을 성결하게 지키는 자에게 생명이 있습니다. 성결한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은 '기이한 일들'을 행하십니다. 그래서, 생명이 이깁니다. 생명이 장벽을 이깁니다. 계란이 바위를 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