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에 있는 괜찮은 스키장들은 전부 서부에 몰려 있습니다. 괜찮은 곳이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높은 산이 죄다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타호,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태나 등 스키 여행의 행선지가 될만한 곳들은 높은 산들을 갖고 있습니다. 베이스만 해도 해발 2,000미터 정도는 가뿐하게 넘기는 곳이 허다합니다. 베이스가 2000미터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개 스킹을 하는 지역은 2,000미터를 넘기겠지요. 스키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높은 산을 갖고 있는 스키장이나 지역을 택하는 게 여러 모로 안전한 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2. 대개 이럴 경우 스킹을 하는 지역이 해발 2,000미터에서 4,000미터 사이가 됩니다. 그 정도의 높이에서 격렬한 운동을 한다면 당연히 숨찬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기분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숨찬지 슬로프에서 한 번만 내려와 보면 바로 알게 됩니다. 즉, 운동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스키 여행이니만큼 하루 종일 스킹을 해야 할텐데..그쵸? 하지만 실망은 마십시오. 운동을 매일 하는 선수들도 고지에 가면 힘들어 합니다.
3. 적응되기 전에는 공기 중 희박해진 산소의 비율로 인해 야기되는 고통스런 상황을 누구도 피해갈 순 없습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고지에 적응하려면 대개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만, 그건 정말 최소한의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스키 여행 중에 고지에 적응한다는 건 거의 힘든 얘기입니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게다가 멀리 한국에서 온 터라 시차도 한몫을 거들게 될 것입니다.
4. 혹시 담배 피우세요? 흠..
5. 스킹이 얼마나 격렬한 운동이 될 수 있는지 모글을 타는 사람들은 압니다. off-piste에서의 스킹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고지에서 그런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것..평소와는 전혀 다른 운동의 강도가 될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운동 시간도 평소보다(한국에서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가령,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스킹을 했는데 리프트에는 5~6번 앉았다면, 순수한 스킹 시간은 압도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off-piste에서 있다가 piste로 돌아오면 그 시간은 휴식 시간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off-piste에서의 운동 강도는..감히 모글 스킹보다 더 합니다라고 하면 심정들 상하실 것 같은데.. 모글이 빠른 턴을 해야 하니까 같은 시간이라면 체력 소모가 더 많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off-piste란 건 그 모든 상황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더 힘들다 하고 따질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힘든 운동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6. off-piste에는 모글도 있고, cliff도 있고, chute도 있고..뭐든 어렵고 힘든 건 다 있고 그러니까요^^ 게다가 off-piste의 상황은 수시로 변합니다. 예를 들자면..눈이 그친 후에 하루이틀 지나서 엊그제 완전 좋았던 생각을 하며 트리런 지역으로 들어섰는데..트리런 지역이 전부 모글로 변한 겁니다. 그런 덴 널렸습니다. 그게 이미 엄청 뭉쳐있는 모글일 수도, 툭 치면 부숴지는 크러드Crud 상태일 수도 있지만..여하튼 계속 달라집니다. 엄청난 경사에다가 모글이고 나무도 있습니다. 그냥 모글보다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죠. 힘든 걸로 따지자면 중노동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짜로요. 파우더 상황이라도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설을 할 수 없는 경사, 그로 인해 체력이 더 빨리 소모되고, 정신적으로도 피로가 쌓일 수 있습니다. 공포,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거든요.
7. 미국의 메이저 스키장들은 예외 없이 인바운드에 하이킹 트레일을 갖고 있습니다. 진짜 좋은데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 안 올라가면 그 뿐이겠지만, 거기까지 가서 힘들다고 올라가지 않는 건..그럼 거기까지 간 이유는 뭔가요? 여하튼 업힐이라도 할라치면..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고지입니다. 그런 곳에서의 산행이 고될 것은 뻔한 겁니다. 한 번 정도야 뭐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고, 그 다음 날이라고 해봐야 나아질 건 별로 없습니다. 더구나 스키 한 번 타려고 한국에서 그 먼 미국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8. off-piste에서 스킹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격렬한 운동을 자청하는 겁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격렬함이 off-piste에 숨어있습니다. 진지하게 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악전고투를 할지언정 도전적인 터레인에 서기를 원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 거기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체력이 필요합니다. 격렬한 운동을 원하면서 체력이 없으면 말이 안 되는 거죠.
9. 단기간에 하는 여행이라면 고지에 적응을 할 순 없겠지만,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으려면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진 마세요. 어느 정도의 체력만 있다면 그 다음엔 재미와 즐거움이란 놈이 버티게 만들어 주거든요. 초능력이 발휘됩니다. 그래도 꼭 기본적인 체력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시즌이 끝났다고 운동 게을리 하지 마시고, 평소에 운동 좀 하시고, 시즌이 시작되면 스키 열심히 타시고.. 시즌 중에 고지로 스키 여행을 한 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언젠간 가봐야죠..
10. 근데 언제요..?
첫댓글 체력만 뒷받침 되준다면 정말 옵피스트는 다양한 재미가 있는것 같습니다.....비시즌에도 열심히 체력단련해서 내년엔?^^;;
내년만 말고, 해마다 준비를 하심이 어떨지요.
뭔가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번개 한 번 올려볼게요.
@파우더 올해 열심히 체력 더 키워서 내년에 일본에서 뵈요~ ㅋ
10번 답.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또는 지금.
저는 지금이 연중 체력이 젤 좋을 때인데 돈과 시간이 안되네요. 쩝.
요즘 회사일이 밀려서 평일 휴가 냈다가 짤릴 가능성이.. ㅋ.
주말엔 날씨가 좋아져서 다른 일이 많이 생겨서 시간 부족.
내일 토욜도 두시간 타러 산에 갑니다.
정답을 써주시네.
근데 본문을 모바일로 보면 폰트가 들쑥날쑥 한 이유가 뭘까요?
이상하네.. 내가 뭘 잘못하는 걸까요..?
5월 연휴에 일본 갈려다 좌석이 없어 예약취소 당했음 습설이라도 좀 타볼려고 했더니
그래서 미친척 내년 2월 연휴 티켓 예약 했더니 이건 뭐 미확정요금이라 결제가안되네 전화해도 계속 통화중
이렇게 미리 예약해 보는것두 처음이네요 확정만되면 참 싼데 은행이자는 너끈히 빠지고도 남는데
ski map만 보고 요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차를 렌트할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스키를 가져갈까 렌트할까
항공권도 확정이 안 되었은데 요러고 있음
아 야영 갈려면 짐 꾸려야 하는데 꾸물거리고 있음 강화도로 딸이랑 야영가기로 해서 오랫만에 백팩 맬수 있을까 별로 안 걷는데로
백팩킹텐트가 사다보니 여덟갠가 아홉갠가 기억이 가물가물
사놓고 한번도 안쓴거 가지고 가야지
한번 나가면 또 발동걸리는데
야영두 재미있어요
강화도..
하긴 캠핑 도구들 사모으는 게 남자들의 취미 생활이기도 하죠.
하지만 백팩킹텐트가 여덟갠지 아홉갠지 기억이 안 나는 건..그러고도 무사하신가요?
그리고 내년 2월 연휴(설연휴)에 어디로 가시게요..? 일본..?
@파우더 스키여행 시작은 항상 거의 대부분 제네바나 취리히공항에서 시작하죠
여긴 자주 가니깐 도착하면 푸근합니다
Verbier. Port soleil. Jungfrau지역. 이틀 정도씩 타 볼까 계획입니다
그냥 엑기스 테레인만 골라서
한지역에 일주일싹 체류하던 예전 스키 여행 패턴에서
지난번 스키여행부턴 2-3개 스키장 둘러보는 패턴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주씩 머물다간 죽을때까지 알프스에서 못 벗어 날것 같아서요
뭔 스키장이
그리도 많은지
동선를 잘 짜야죠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오랫동안 즐거운을 주죠
이렇게도 짜보고 저렇게도 짜보고
일본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패키지 여행사 상품으로 가는거니깐
내가 준비할게 별로 없어 설레는것두 별루 업
별루없어요
흠..그러시군요.
제겐 그리운 알프스인데..너무 오래 전의 일 같이 느껴집니다.
다음 시즌에 가시면 사진 많이 찍어서 스키장 별로 올려주세요^^
1-10 번호를 기준으로 글쓰는 방식 기발하다.
난 왜 그런거만 보이지? ㅋㅋ
미국 서부로 스키 여행을 계획하게되면 천천히 다시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