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근 전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이 25일 학교로 돌아간다. 충남교육청의 학교 복귀 발령으로 의원직을 자동 상실한 임 의원은 복귀명령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도 임 전 의원을 구제해주지 않았다. 시국선언 참여로 교직에서 해임됐다가 대법원으로부터 해임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오히려 의원직 상실로 이어졌다. 내포신도시 도의회 의원사무실을 비우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그를 만나 심경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교육현안들 해결 못해 미안할 따름 충남교육 가장 큰 병폐는 ‘관료주의’
-학교로 돌아가는 심정은 어떤가?
▲한 가닥 희망이 가처분 신청이었는데 이미 내려진 행정 명령을 번복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학교에는 복귀하지만 참담한 심경이다.
4개 시군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어떻게 이해를 구해야할지 막막하고 죄송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발령을 내면서 교직을 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없었다. 모든 것을 잊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다.
-도교육청으로부터 현직을 박탈당한 것이 두 번째인 것으로 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시국선언으로 해임됐을 때, 나를 해임시킨 사람이 바로 김종성 교육감이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며 검찰이 기소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김 교육감이 교직에 있던 나를 해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김 교육감은 비리에 연루돼 기소·구속된 상태다.
형평성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해임이나 사퇴해야 한다. 당시 나를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시켰다. 3년 3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해임 무효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판결로 다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치적으로 도 교육청에 껄끄러운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강제 복직시킨 것이다. 도민에 의해 선출된 잔여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시의원도 대법원 승소 이후 발령을 유예시켜 줘서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를 선출한 도민들이 충남도교육청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하고자 했던 사안은 무엇이었나?
▲그동안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 친환경적 학교 공간 조성 등 문제제기했던 부분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올해부터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의원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교과과정의 대안을 만드는 것도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내포신도시 학교와 주변 원도심 학교의 상생발전 문제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남은 1년 3개월 동안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에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허탈감이 더 크다.
-교육의원직을 수행하면서 충남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느꼈나?
▲관료주의적 행정이다. 그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다른 지자체나 기관에 비해 굉장히 폐쇄적이고 소통이 부재하다. 새로운 것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학연, 지연이 관료주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산초, 홍동초 등 지역의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도교육청이 발전시키지 못했다.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부족했다. 반면 최근 교과부에서 내놓은 정책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일제교사나 학교폭력 가해자를 생활기록부에 남겨 대학입시까지 불이익을 주는 등 교과부의 비교육적인 정책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학교 통폐합도 교과부의 인센티브를 위해 가장 열심히 추진한 곳이 충남도교육청이다.
지역과 교육을 위해 소신 있는 교육정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사비리도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역대 교육감들이 이 문제로 낙마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으며 쇄신하는 계기가 없었다.
-앞으로 계획은?
▲교직 해임 후 5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2~3년간 의원으로서 타성 젖어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 평교사로 신선하게 새 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평교사, 전교조 활동, 교육의원 활동을 총제적으로 정리해서 1년간 책 한권 써보려고 한다. 중간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교육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일을 맡을 것 같다. 내포신도시로 충남의 중심축이 옮겨왔다. 대전 중심에서 충남 중심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곳이 중심이 되는 시민운동을 주도해 볼 생각이다.
-지역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출직으로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심정을 지역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 선택해 주신 주민들에 대한 보답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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