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Broke'(다 쓰고 죽자)
2차 대전 종료 후 20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세대를 베이비 부머라고 합니다. 이들 베이비 부머는 갑자기 늘어난 인구로 치열한 경쟁은 물론 여러 가지 사회적 특징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베이비 부머의 특징으로 벌어 놓은 돈을 죽기 전에 다 쓰자는 현상이 있습니다. 과거 노년층들은 자신의 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해주려는 경향이 강했으나, 베이비부머는 부의 상속보다는 자신을 위해 다 쓰고 죽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복지 혜택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들은 노인들의 경우 연금으로 주택 임대료 내고 생활비 쓰다가 죽으면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변한 이유로는 우선 이기적으로 변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자식은 학교를 마쳤으면 알아서 독립해 나갈 능력을 키워야 하며 이제는 내 인생을 즐겨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식들의 효성도 옛날만 못 해서 굳이 재산 상속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죽기 전에 남은 재산을 다 쓸 수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힘든 것이 몇 년이나 더 살다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돈은 다 써 버렸는데 아직 살아 있다면 남은 장래가 불안해지는 것입니다.
돈도 써 본 사람이 쓸 줄 안다고 아무나 돈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 돈 쓰던 습관이 있어 갑자기 흥청망청 돈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배포가 적어 큰 돈은 못 쓴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기본인 의식주를 보더라도 집은 살만한 곳에서 살고 있으면 더 욕심 부릴 것도 없고 옷도 그동안 사 둔 것만으로도 처치 곤란인데 또 거금을 들일 이유가 별로 없을지 모릅니다. 늘 갖고 싶던 밍크코트를 큰 마음 먹고 하나 장만했다고 칩시다. 그것으로 그만이지 또 다른 밍크코트를 사지는 않을 것입니다. 먹는 것도 사람이 하루에 3식이 기본인데 더 먹을 수도 없습니다. 약간 고급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는 있지만 식비가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고급 외제차를 살 수도 있지만 굳이 고급 외제차가 필요하지도 않으면 실행에 옮기기 힘듭니다. 비싼 술집에서 돈을 흥청망청 잘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건강상 매일 그렇게는 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소비해봐야 죽기 전에 다 못 쓰고 죽는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배우자가 ‘다 쓰고 죽자’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마음대로 못 씁니다. 공동의 재산이기도 하며 죽는 날짜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흥청망청 돈을 쓰게 되면 자식들도 말릴 것입니다.
물론 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선 시급한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댄스를 즐길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정도의 수준은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돈에는 여전히 민감합니다. 학원 강습비가 비싸다, 개인 레슨은 비싸서 아예 생각이 없다, 뒤풀이에서 실컷 같이 잘 먹어 놓고는 사람 수대로 나눠 낸 회비가 과분하다, 댄스복이 너무 비싸다, 등등 불만을 터뜨립니다.
죽을 때 가져가려고 그러는 것인지, 여전히 남은 재산을 자식에게 상속을 해주려고 그러는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다다익선이라고 최대한 가지고 있어보자는 계산인지 각자의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 쓰고 죽자’는 ‘Die Broke’는 말이 그렇지 실행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번 쯤은 생각해 볼만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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