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는 2013년 1월의 기사에서 그를 '제3계(Third Kingdom)를 발견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모든 생물학자와 상당수의 의사들이 그에게 명예 노벨상(honorary Nobel Prize)을 수여했다고 말했다."
▶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젊은 과학자 칼 우즈는 엽기적인 틈새 프로젝트niche project를 시작했다.
내용인즉, 상이한 세균종들을 수집하여 16S rRNA라는 분자를 분석한 것이다(16S rRNA는 모든 세균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과학자들은 그 연구의 가치를 알지 못했으므로, 우즈는 경쟁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나중에 “한마디로, 나의 완전한 독무대였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돈이 많이 들고 속도가 느렸으며, 제법 많은 방사성 액체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혁명적이기도 했다.당시에 생물학자들은 오로지 물리적 특성에 의존하여 종간의 관계를 유추했다.
즉, 크기, 형태, 해부학적 구조 등을 비교하여 그들 간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러나 우즈는 “생명분자(예: DNA, RNA, 단백질)를 이용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생명분자의 축적량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하므로, 가까운 친척들은 먼 친척뻘들보다 더 유사한 버전을 갖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는 이렇게 믿었다. “충분이 넓은 범위의 종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분자를 비교한다면, 계통수tree of life의 가지와 줄기가 스스로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가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16S rRNA는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유전자(16S rRNA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분자다.
그것은 필수적인 단백질 생성기구protein-making machinery의 일부를 형성하는데, 이 기구는 모든 생물에서 발견되므로, 우즈가 염원하는 보편적 비교universal comparison의 단위를 제공할 수 있다.
1976년, 그는 약 30종의 상이한 미생물을 대상으로 16S rRNA의 프로파일(개요)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해 6월에는 자신의 삶을(그리고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생물학 전체를) 바꾸게 될 종種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종은 랄프 울프에게서 건네받은 것이었는데, 울프는 메탄생산균metanogen이라는 별볼일 없는 미생물 그룹의 권위자였다.
메탄생산균은 이산화탄소와 수소만 먹고 살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메탄을 생성한다.
그들은 습지, 바다, 인간의 위장관에서 사는데, 울프가 우즈에게 건네준 메타노박테리움 테르모아우토트로피쿰Methanobacterium thermoautotrophicum은 뜨거운 하수 슬러지sewage sludge에서 발견되었다.
누구나 그렇듯, 우즈는 그게 (이상한 성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세균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6S rRNA를 분석해 보니, 그것은 세균이 아닌 게 분명해 보였다.
‘그가 자신이 본 것을 얼마나 완전히 파악했는지’, ‘그가 얼마나 덤벙대거나 신중했는지’, ‘그가 팀원들에게 실험을 다시 해보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연구팀이 그해 12월까지 여러 마리의 메탄생산균을 분석하여, 모두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울프의 기억에 의하면, 우즈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건 심지어 세균도 아니에요.”우즈는 메탄생산균의 이름을 아르카이박테리아archaebacterial(고세균)로 바꿔 1977년 출판된 논문에 실었으며, 나중에는 간단히 아르카이아archaea로 바꿨다.
우즈는 “그들은 이상한 세균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물이다”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별볼일 없는 세균을 하수구에서 꺼내, ‘온 천하에 존재하는 세균’, ‘막강한 진핵생물’과 대등한 지위를 부여했으니 말이다.
다를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데, 유독 우즈 한 사람만 땅 밑에 묻혀 있던 ‘제3의 아이템’을 조용히 꺼내 펼친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주장은 (심지어 뜻을 같이하는 우상파괴자iconoclast들에게조차)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나중에 《사이언스》는 그에게 ‘미생물학이 두려워하는 혁명가’라는 별명을 붙였고, 그는 201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견뎌야 했다.
오늘날 그의 전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고세균은 세균과 다르다’는 그의 주장은 옳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옹호했던 접근방법(유전자 비교를 통해 종간의 상호관련성을 분석함)이 현대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방법은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문을 열어줬다.
예컨대 그의 오랜 친구인 노먼 페이스는 그 방법을 이용하여 미생물계를 본격적으로 탐험하기 시작했다.※ 출처: 에드 용, 『나는 미생물 군단이다』(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