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어 주고 싶다 조기호 동시집
시읽는 어린이 121 | 양장
조기호 지음 | 윤지경 그림 | 청개구리 | 2020년 12월 31일 출간
책소개
조기호 시인이 『숨은 그림 찾기』 『‘반쪽’이라는 말』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동시집. 근 4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과작임에 분명하다. 그만큼 퇴고에 신중하고 작품 발표와 동시집 발간을 얼마나 심사숙고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시집은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다”는 평을 받는다. 『뻥 뚫어 주고 싶다』 역시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토대로 포착해낸 아이들의 일상을 참신한 언어로 엮어내고 있어 따뜻한 감동을 준다.
저자 : 조기호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198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박 영그는 마을」이,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영희의 관찰일기」가 각각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화집 『숨은 그림 찾기』와 학교동시집 『나비처럼 날아간다』, 『꽃처럼 향기롭게 바람처럼 훨훨』, 동시집 『‘반쪽’이라는 말』 등이 있으며 2015년 동시「‘반쪽’이라는 말」로 〈제5회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2016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한국동시문학회원과 별밭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문예교실과 작가초청 강연 등으로 학생들과 즐겁게 동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동시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림 : 윤지경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엄마가 되어서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즐거움을 주는 그런 책을 그리고자 합니다. 그린 동화책으로는 『꼴찌 연습』, 동시집 『기쁨은 이런 맛』이 있습니다.
작가의 말
시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시란 ‘따뜻한 마음이 담겨진 노래‘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포근해지고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나 봅니다.
나의 시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귀를 열고
ㅎㅎㅎ 고래고래 목청 돋우는 말들과
ㅋㅋㅋ 자꾸만 입이 근질거리는 말들과
ㅠㅠㅠ 남몰래 혼자 끙끙 앓는 말들까지도
그래그래, 웃으며 들어주면서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생각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추천사
이정석(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조기호의 동시 여러 편에는 어려운 일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훌훌 털어 버리며 웃어넘기는 관대함 또는 막히거나 거침이 없는 시적화자가 자주 등장한다. 환한 웃음과 익살을 주는 그의 작품은 재미만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어쩔 때는 남을 위한 배려심을 보여주기도 하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강조하기도 한다.
독보적인 문학세계를 이룩한 시인, 작품을 통해 웃음과 여유를 주는 시인, 서정적인 작품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인, 주제의식이 강한 조기호 시인이 더 좋은 동시를 많이 창작하여 앞으로 연속해서 제10동시집까지 발간하기를 기원해 본다
출판사 서평
환한 웃음과 해학으로
긍정적이고 따뜻한 감동을 주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21번째 동시집 『뻥 뚫어 주고 싶다』가 출간되었다. 1984년 『광주일보』와 1990년 『조선일보』로 등단한 이래 목포에서 『별밭』 동인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조기호 시인이 『숨은 그림 찾기』 『‘반쪽’이라는 말』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동시집이다. 근 4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과작임에 분명하다. 그만큼 퇴고에 신중하고 작품 발표와 동시집 발간을 얼마나 심사숙고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시집은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다”(이정석 비평가)는 평을 받는다. 『뻥 뚫어 주고 싶다』 역시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토대로 포착해낸 아이들의 일상을 참신한 언어로 엮어내고 있어 따뜻한 감동을 준다.
『뻥 뚫어 주고 싶다』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학성이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웃음과 여유와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서 유머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북돋는 요소의 하나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상 너머 삶의 원리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해내는 방편이기도 하다. 웃음은 삶을 바라보고 견디는 여유로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따뜻하고도 긍정적 태도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문제」만 봐도 현실의 어처구니없음을 가볍게 되받아치는 위트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시적화자가 물을 엎지르는 실수를 하자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아빠가/나더러/문제라고 했다//암만 봐도/답이 없다고” 한다. 이 진술에서 ‘내’가 ‘문제’인데 ‘답’이 없다는 거다. 세상에서 답 없는 문제가 있을까? 아니, 그보다도 누구나 이런 사소한 실수 정도야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를 두고 문제니 답이 없니 하는 식으로 타박하는 태도가 더 큰 문제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른들의 태도라 하겠다. 마치 자신은 완전무결한 척하는 오만함일 뿐이다. 이에 시적화자는 ‘답’이 없는 “그 이상한 문제를/도대체 누가 내었을까?”라고 아빠로 대변되는 어른들의 어처구니없고 강퍅한 심성을 위트 있게 받아친다.
표제작인 「뻥 뚫어 주고 싶다」는 시적화자의 천연덕스럽고 익살스런 행동이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화자는 만두가 먹고 싶어 꾀병을 부리기도 하고 “엄마, 집 앞 만둣집 새로 생겼대?”라며 속마음을 숨긴 채 엄마의 반응을 유도해내려 애쓴다. 화자의 능청스러움이 귀엽고 우스워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더 큰 방귀」는 보다 직접적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대중목욕탕의 탕 안에서 방귀를 참느라 애쓰는 화자가 우습기도 하지만, 참다가 몰래 방귀를 뀌는 모습이 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남의 흉,/덮는 거란다.”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풀섶에 버려진 개똥”에 돌을 덮어 가려 주었다는「개똥도 돌탑이 되는구나」 역시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조기호 동시의 해학성은 삶을 관조하는 너그러움을 바탕에 깔고 있다. 말 그대로 사물이나 일상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삶의 참모습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여유와 너그러움을 불러일으키고, 그 너그러운 자세가 삶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 동시집에 실린 다수의 작품에서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 에너지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런 탓일 터이다. 이 긍정성은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심적 강인함이 되기도 하고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긍정과 옹호로 나타나기도 한다.
팔이/왜/안으로만 굽어지는지 아니?//
안아주라는 것이지/보듬어주라는 것이지.//
꾸지람을 듣고/문 밖에 홀로 서 있는/서럽고/외로운 마음들//
괜찮아/괜찮아/품어 주라는 것이지.
-「태초에」
이 시는 한마디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 혹은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어진다는 신체 역학적 사실을 빌려와 형상화함으로써 비유가 적절하고 설득력이 있다. 곧 우리가 누군가를 돕고 품어야 하는 것은 ‘태초에’ 인간이 탄생할 때부터 정해진 가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삶에 대한 긍정과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지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긍정성이 마냥 수용적 자세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삶에 대한 적극적 자세가 전제되기도 하고, 혹은 거부나 반항적 태도 역시 긍정성을 담보하는 든든한 삶의 자세일 수 있다.
시인이 말하는 ‘마주보다’가 그러하다. 「숲에서」에서 보듯이 ‘마주보다’는 한층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귀를 연다는” 것이 “마주본다는 뜻”, 곧 “엎드리거나/고개 돌리지 않고/두 팔 벌려 맞이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비 오는 숲이 더 푸른 것도/눈 내리는 숲이 더 새하얀 것도/그 때문”이라는 삶을 바라보는 적극적인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권위에 도전하는 일도 마다않는다. 「그렇지만」에서 “아버지,/거스르는 일/함부로 하지 마라시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왜 물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일까요/왜 연은 바람을 거스르며 오르는 것일까요”라는 의문이 내포하고 있듯이 ‘거스른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들이 지닌, 삶을 지탱하는 생태적이고도 본원적인 생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인의 긍정성은 삶에 대한 적극적 의지에 기반해 있기에 더욱 건강할 수밖에 없다. 이 건강함을 「바람개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커다란 날개를 가진다 해도/바람개비는 돌지 않아요//
언덕을 올라야 하고/벌판을 달려야 하고/휘파람과 함께/뛰어야 해요//
바람개비는/바람을 맞으며 내달려야 해요
-「바람개비」
이 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다. 바람개비가 돌기 위해서는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크고 멋진 날개도 가만히 머물러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도, 아니 애든 어른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힘을 들여 언덕을 오르고 달리고 뛰어야만 제 역할을 하고 제 가치를 빛낼 수 있다. 곧 모든 존재들의 가치는 본래 지니고 있는 역할, 활동성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발휘할 때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이 동시야말로 시인의 작품세계가 추구하는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세계관과 가치를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에서 이러한 유쾌하고도 건강한 긍정적 사유를 엿볼 수 있고, 잔잔하고도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동시집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의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가 유쾌하게 마구 발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