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17) 안양검찰청에 사건 조사를 받으러 ‘피의자’ 신분으로 다녀왔습니다.
올 3.11 후쿠시마 7주기를 맞이하여, 행사 기획단에서 ‘핵쓰레기’를 주제로 사전 퍼포먼스를 기획했습니다. 작은 깡통에 노란 칠을 하고, 방사능 표시를 하여 핵폐기물 드럼통 모형을 만든 후, 편지와 홍보물을 넣어 과기부와 산자부 등 정부 부처, 국회, 지자체, 주요 언론사에 보낸다는 기획이었습니다.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약 100여개의 핵쓰레기 모형 택배를 보냈습니다. 그게 언론에서 엄청나게 보도되면서 마치 테러를 저지른 것처럼 회자가 되었고, 저와 영광의 택배가 기소가 된 사건입니다.
고준위핵폐기물 1만 5천여 톤이 쌓여 있고, 처리 방법을 모른 채 계속 쌓여만 가는 10만년도 넘게 보관해야 하는 대재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핵발전소 가동의 댓가로 나오는 핵쓰레기입니다. 엄청난 열과 맹독성 방사능을 뿜어내기 때문에, 지하 깊이 묻거나 거대한 콘크리트 안에 가둬 두는 것 외에 세계 어디에서도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재처리를 시도했으나, 그 역시 많은 위험과 비용, 잦은 사고로 중단되거나 시도 정도의 수준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는 지금도 접근할 수 없고,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방사능을 뿜어낼 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핵폐기물을 쏟아내는 발전소를 돌리고, 더 짓고, 수출하고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일상적인 핵무기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재앙을, 위험성을, 책임있게 고민하고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를 ‘협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수사하고 있습니다.
핵폐기물 불법 매각이나, 한빛 핵발전소의 구멍 숭숭 뚫린 격납건물의 위험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고작 깡통이 무서워 경찰과 군대, 소방대원을 동원하여 작전을 벌인 민첩함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열 달 가까이 흐른 후에 말입니다.
아무튼 오늘도 검사의 질문 요지는 “소란과 공무 집행 방해의 ‘의도’가 있었냐?, 불안을 조장할 ‘의도’가 있었냐?”에 집중되었습니다.
* 전체 기사 보기
http://www.a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