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의 세계배낭여행기 148>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나라 중국
장강삼협(長江三峽) 크루즈여행 3
<2> 무산(巫山) 소삼협(小三峽)과 마도하(馬渡河) 소소삼협(小小三峽)
좁고 깎아지른 천하절경 구당협은 8km정도의 협곡인데 깎아지른 기암괴석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이 협곡을 빠져나가면 무산(巫山)이라는 도시가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대영하(大寧河)라는 장강으로 흘러드는 또 다른 지류가 나타난다. 이 대영하 지류를 따라 들어가면 용문협(龍門峽), 파분협(巴雰峽), 적취협(滴翠峽)이라는 천하절경의 좁은 협곡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소삼협(小三峽)이다.
적취협(滴翠峽)에서 다시 오른쪽 지류인 마도하(馬渡河)를 따라 들어가면 삼장협(三掌峽), 진왕협(秦王峽), 장탄협(長灘峽)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다시 소소삼협(小小三峽)이라 부르는데 이곳의 경치 또한 기가 막힌 절경이다. 무산 앞에서는 소삼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크루즈 유람선은 두고 1층짜리 작은 배로 갈아타고 대영하(大寧河)를 거슬러 올라가는데 머리를 젖혀야 쳐다보이는 기기묘묘한 형상들의 산과 절벽은 까마득히 하늘에 닿아있다.
장강삼협 크루즈 선상 / 천하절경 소삼협
몇 시간을 가도 인적이 없는 협곡의 연속인데 이따금 강가 바위틈으로 황금빛 원숭이가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마침 영어를 잘하는 50대의 중국인이 있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천험(天險)의 계곡 속 까마득하게 쳐다보이는 절벽 중간에 동굴이 보이는데 저 동굴 속에 1.500여 년 전 삼국시대(吳蜀魏)의 것으로 보이는 나무 관(木棺)과 인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소삼협 마지막 협곡인 적취협(滴翠峽)이 가까운 곳에 이르면 강가 바위절벽아래 나무가 우거진 틈새에 정자각 같은 집이 있고 나가채(羅家寨)라는 글씨가 보이는데 그 곳에서 누군가 피리를 구슬프게 부는 소리가 협곡을 울려서 사람들이 뱃전에 몰려나와 귀를 기울인다.
이 부근에는 강물에서 10여m 위 바위절벽을 따라 밧줄로 매단 다리(棧道)가 있는데 4~5km는 족히 되겠다. 그 옛날 하늘을 나는 새도 넘나들기 어려웠다는 이른바 촉도(蜀道:蜀나라로 가는 길)이다.
이백(李白)의 시 ‘촉도난(蜀道難)'에 ‘촉도지난 난어상청천(蜀道之難 難於上靑天)’ 이라 했으니 풀이하면 ‘촉나라로 가는 길이 험난하여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다.’라는 의미가 되겠다.
중간에 무너져 내린 곳도 보였는데 맨 끝 부분에 오자 시멘트로 다시 만들고 있었다. 절벽 밑에 배를 대고 시멘트를 비벼서 올리고... 참 대단하다 싶고, 이것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려나 보다 생각된다.
촉도(蜀道) / 대창고진(大昌古鎭)
소삼협을 지나 대창고진(大昌古鎭)에 들렀는데 이곳은 근처에 있던 1.000여 년 전의 옛 진(鎭)의 모습으로 삼협댐을 막으면서 수몰될 형편이 되자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재현하여 놓은 진의 모습이 어쩐지 어설프고, 기념품 가게와 간단한 요기꺼리를 파는 가게만 을씨년스럽게 벌어져 있다.
이곳에서 삼국시대부터 군인들이 전투식량으로 먹기 시작했다는 이 지역의 자랑 두부(豆腐)를 맛보았는데 먹을 만했다.
다음날 배에서 눈을 뜨자 배는 소삼협(小三峽)을 도로 내려오다가 소소삼협(小小三峽)이 시작되는 마도하(馬渡河) 입구에 도착했는데 배에서 내려 노를 젓는 20인승 기다란 용선으로 옮겨 타고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잠깐 노를 젓기는 했지만 모터가 달려있어 제법 빠르게 달린다.
이곳 경관도 기가 막힌데 20여 분 달리다가 대석곡(大石谷)이라는 곳에서 배를 내린다. 이곳에는 자그마한 공연장도 있고 집도 몇 채 있다. 이곳에서는 배에서 내려 거의 맞붙을 것 같은 좁다랗고 까마득한 바위협곡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물 위에 놓은 부교(浮橋)를 따라 들어가다가 다시 계단을 따라 절벽을 올라간다.
20인승 용선(龍船) / 대석곡 잔도(大石谷 棧道) 1, 2
절벽 중간쯤 아슬아슬한 잔도(棧道)를 걷는 코스인데 정말 스릴 넘치고 경치가 기가 막힌다. 나이 먹은 10여 명 중국 늙은이들은 결국 부교 중간에서 포기하고 돌아선다. 잔도를 따라 걷다보면 다시 선착장 부근으로 나오게 되는데 공연장에서는 관광객에게 소박한 고전극(古傳劇)을 보여준다.
돌아오는 용선에서 어쭙잖은 영어를 구사하는, 화학선생이라는 뚱뚱한 50대의 중국인은 한국, 일본은 모두 중국이 뿌리라며 침을 튀긴다. 얼빠진 국수주의자 같으니라구...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곳의 물빛은 양쯔강 원류의 흙탕물이 아니라 너무도 푸르고 맑아서 이태리어로 ‘산타루치아’를 불렀더니 그 멍청한 중국 화학교사 놈 돼지 멱따는 소리로 따라 부른다. 그것도 중국어로....
장강삼협은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인데 밤에 지나쳤을 무협(巫峽)은 춘추전국시대의 대시인 굴원(屈原)의 고향이고, 또 근처의 향계하(香溪河)는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왕소군(王昭君)의 고향이다. 한나라 원제(元帝/기원전 1세기)의 궁녀였던 왕소군(王昭君)은 월(越)나라 출신의 서시(西施), 춘추전국시대의 초선(貂嬋), 당 현종의 왕비 양귀비(楊貴妃)와 더불어 중국 고대 4대(四大) 미녀로 꼽히는데 서시는 침어(沈魚), 왕소군은 낙안(落雁), 초선은 폐월(閉月), 양귀비는 수화(羞花)라는 칭송을 받았다.
이들의 미모를 두고 이야기꾼들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데... 그녀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왕소군(王昭君)- 기러기가 날개 짓을 잊고 땅에 떨어졌다<낙안(落雁)>
♤서시(西施)-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물에 가라앉았다<침어(沈魚)>
♤초선(貂嬋)- 달이 부끄러워 구름사이로 숨었다<폐월(閉月)>
♤양귀비(楊貴妃)-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수화(羞花)> 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또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시(詩)와 술(酒)과 달(月)을 너무나 사랑했던 천재시인 이태백(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의 고향이 이곳인지 만주(万州) 부근에서는 ‘시선이백지향(詩仙李白之鄕)’이라는 표지판도 보인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왕족으로 대시인이자 정객(政客)이기도 했던 굴원(屈原)은 수많은 명시를 남겼는데 정적(政敵)으로부터 모함을 당해 여러 번 유배를 당한다. 결국 유배지에서 돌을 끌어안고 강물(汨羅水:멱라수)에 뛰어들어 자살하는데 대시인의 결백과 시재(詩才)를 아낀 백성들은 수십 척의 용선을 타고 시체를 찾았으며, 또 시신이 물고기에 훼손될까봐 작은 떡을 만들어 물에 뿌렸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5월 5일이면 강물에 떡을 뿌리고 용선(龍船)경주를 하는 풍습이 남아있는데 굴원의 죽은 날을 애도하여 생겨난 풍습이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이것이 단오제(端午祭)의 효시로 본다고 한다.
용선(龍船) 경주 / 이백(李白) / 굴원(屈原)
이백, 굴원과 왕소군의 고향을 지척에 두고 직접 찾아가 그들의 흔적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저녁에 옆 선실에서 누가 부는지 플륫으로 위모레스크, 토셀리의 세레나데를 연주한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분위기 탓인가 아름답게 들린다. 유람선(遊覽船)에서의 2박 3일, 나름대로 멋진 여행이었고 특히 서양인들과 친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나의 어설픈 프랑스어, 스페인어도 몇 마디 거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부른 어설픈 아일랜드 노래 아일랜드 민요 Molly Malone과 자장가 Irish Lullaby 덕분인지 한결 가까워져서 E-mail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보내주기로 하였다. 이렇게 나의 멋진 장강삼협(長江三峽) 크루즈유람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