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 탈
김영자
얼굴로 공중에 떠있는 노인
한 평 땅이 없어
등짝에 붙은 아이들의 배
쌀밥 고봉으로 퍼주고 싶은 날들에도
남의 집 품삯일 뒤에도 평생 가난만
선반 위 시름으로 얹어놓는다
굶주린 들고양이 소란 할 때
술 취한 남정네 음흉한 눈길 던질 때
젊음이 부끄러웠던 과수댁시절도
눈물 속으로 감추고
한 평의 땅이라도
황금빛 낱알들이 쏟아져 나오는 내 땅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들판 가로지르는 꿈
열꽃으로 피어오르던 젊은 몸 간데없고
퀭한 눈만 내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노모
주름진 얼굴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