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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六臣의 한 사람인 梅月堂 金時習(1435~1493)이 남긴 詩 가운데
茶를 소재로 혹은 주제로 한 작품은<梅月堂 全集>에 67篇 73首가 전한다.
梅月堂은 우리 나라에 茶가 전래된 이후 僧俗을 통틀어
가장 많은 茶詩를 남겼다.
작 설 (雀舌) -매월당 김시습-
南國春風軟欲起 : 남쪽 나라의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려 하니
*홍점은 茶人들 사이에서 茶神, 茶聖으로 불리는, 육우陸羽의 자字 *旗와 槍은 찻잎이 처음 나올 때 취하는 一槍二旗(또는 一芽二葉)의 형태, 즉 한 싹에 두 잎이 막 갈라져 나오는 것으로, 그 잎의 형태가 아직 완전히 펴지지 않고 약간 말려있을 때 鳳餠龍團徒範形 : 봉병․ 용단 형태의 모범을 따랐다네 *龍團鳳餠: 宋代 北苑에서 만들어 공물로 진상하던 용과 봉황새 무늬의 茶를 가리킨다 .
용단차는 황제를 비롯해 왕자, 왕손, 공주의 전용이 되고 봉병차는 그밖의 왕족, 중신, 학사, 장수들에게 하사됐다. 碧玉甌中活火烹 : 푸른 옥병 속에 물 넣고 뜨거운 불로 달이면 *설다는 작설차 혹은 춘설차의 異名
茶林葉底含尖觜 : 차나무 숲 잎사귀 아래 뾰족한 부리 머금었다네
揀出嫩芽極通靈 : 여린 싹을 가려내니 극히 신령스러움과 통하고
味品曾收鴻漸經 : 맛과 품질은 일찌기 육우의 <다경茶經>에 실렸다네
紫筍抽出旗槍間 : 자순(茶의 異稱)은 기旗와 창槍에서 뽑아낸 것이요
蟹眼初生松風鳴 : 게눈같은 거품 생기고 솔바람이 부는듯 할 때
山堂夜靜客圍坐 : 산사 고요한 밤에 손들이 빙 둘러 앉아
一啜雲膄雙眼明 : 한 번 마신 운유차에 두 눈이 밝아지네
黨家淺斟彼粗人 : 당씨(黨氏) 집에서 잔일이나 하던 저 사람이
那識雪茶如許淸 : 어찌 알겠나 설다(雪茶)가 이처럼 맑다는 것을
(註:1) 작설차(雀舌茶)는 제조 과정이 매우 복잡하여 구증구포(九蒸九曝-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림)하는
번거로움과 잔손질이 뒤따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기에서 끓이고 찻잔에 옮기는 까다로운
전통 다도 절차를 거쳐야 싱그러운 맛이 난다.
(註:2) 육우(陸羽)와 다경(茶經) 육우(733~804)는 당 현종 때 태어나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인 茶經을 쓴,
茶聖으로 일컬어지는 사람이다. 육우가 10여 년에 걸쳐 정립한 다경은 차 전문서일 뿐만 아니라
후세 차에 대한 모든 학문의 지침서가 되었다. 다경은 상중하 3권 10장에 7000여 자로 구성되었다.
육우의 子는 홍점(鴻漸) 또는 계자(季疵)이며, 號는 경능자, 상저옹이고 일명 질(疾)이라고도 한다.
養茶 (양다-차나무를 기르며)
年年茶樹長新枝 : 해마다 차나무에 새가지가 자라네
蔭養編籬謹護持 : 그늘에 키우느라 울 엮어 보호하네
陸羽經中論色味 : 육우의 <다경>에선 색과 맛 논했는데
官家榷處取槍旗 : 관가의 차세에는 창기만 취한다네
*차세茶稅 관에서 차를 세금으로 걷어감
春風未展芽先抽: 봄바람 아직 불기전 싹이 먼저 돋고
穀雨初回葉半披: 곡우가 될때는 잎이 반쯤 벌어지네
好向小園閑暖地: 작고 한갓지며 따뜻한 곳 좋아하니
不妨因雨着瓊甤: 비에 방해받지 않고 옥빛 꽃 피어내길.
煮茶1(자다-차를 끓이며)
松風輕拂煮茶煙 (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솔솔 불어 차 달이는 연기 몰아
뇨뇨斜橫落澗邊 (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흩날리며기 시냇가에 떨어지네
月上東窓猶未睡 (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이루고
설甁歸去汲寒泉 (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서 차디찬 샘물 긷네.
煮茶2 (자다-차를 끓이며)
自怪生來厭俗塵 (자괴생래염속진) : 세속 싫어하는 천성 스스로도 이상하지만
入門題鳳已經春 (입문제봉이경춘) : 입문하여 봉鳳자 쓴 게 벌써 청춘 다 지나갔네
煮茶黃葉君知否 (자다황엽군지부) : 차 끓이는 누런 잎새 그대는 아는가
却恐題詩洩隱淪 (각공제시설은륜) : 시 쓰다 숨어 삶이 누설될까 두렵네.
茶詩 - 매월당 김시습 -
생애를 점검해도 구속될 것 없나니 한 솥의 새 차와 한 줌의 향이로다
한 주먹 맑은 향에 한 권의 불경이요 한 바퀴 외로운 달 한 개울의 물소릴세
솥 속의 단차(甘茶)가 황금도 천하게 여기고 솥 아래 띠집은 붉은 관복을 가벼이 보네
한가하면 경전 두어 권 읽고 목 마르면 일곱 사발 차를 마시네
등불 아래 차 끓는 소리 나는데 꼿꼿이 앉았으니 나무 그루와 같구나
하루 종일 누워서 잠을 탐하노라 게을러서 문 밖에도 안 나갔네
책은 책상 위에 던져 버려서 권으로 질로 흩어져 있네
질화로엔 향 연기만 일어나고 돌솥에선 차와 젖이 부글거리는데
알지 못했구나 해당화가 천산에 내린 비로 다 떨어진 줄을.
성기 밭에 바람 고요하고 달은 당(堂)에 가득한데 차 달이며 오순도순 대 평상에 앉았으니
빈 뜰 남은 눈(雪)에 인적이 머물렀는데 한 그루 찬 매화에 밤 서리가 내렸구나.
만 권의 책 가지고 이 산에서 늙으려 하니 원컨데 그대 돌아오라, 내 그대를 기다리니
돌 시냇가에서 언젠가 차 끓일 적에 옷소매로 우리 함께 청산의 연기를 떨쳐 보세나.
산중에 기록할 책력 없네만 풍물 보며 짐작해 알 수 있다네
날 따뜻해지면 처마 그늘 더디가네 동산에서 서리 맞은 밤 거둔 뒤요
화로에는 눈으로 차 끓일 때라 아직은 그리 깊이 계산하지 마라
백 년쯤은 유추하여 이를 알리라.
음식이 싱거워 나물이 반찬되고 집이 가난하니 차가 그대로 술일세
한가함 달게 여겨도 맛은 좋고 꽤 쓴 게 흠이지만 정이 듬뿍 담겼네
소반에 비친 게 붉은 낟알 쌓이고 숟갈에 묻은 건 흰 소금 점일세
벼슬하면 박해도 봉급이 있네만 마음에 역사(役事)함을 어찌 할거나.
茶詩 - 매월당 김시습 - 산에 달 뜨면 등불 되고 소나무에 바람 불면 관현악이네 두 귀에 아무런 들림 없이 홀로 앉았을 때 반쯤 내린 발 비낀 저녁 해 꽃가지에 비친다 낭랑하게 시 두어 편 읊었더니 뭉게뭉게 봄 구름이 떠오르네 땅에 내던져도 아무 소리 안 들리나니 나한테 삼천 말의 벌주(罰酒)나 주소 어젯밤 산중에 비 오시더니 돌 위로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창에 새벽은 오려하고 나그네는 우짖는 새소리에도 잠들어 있다. 아득한 안게 노을같이 깨끗하고 고와라 물 위의 달이여 맑은 성품이여 한가로이 종일 잠들어도 찾는 이 없고 맑은 바람 절로 와 대 난간을 흔드시네 날 따뜻해지면 들꽃 피어나고 바람 훈훈해지면 처마 그늘 더디 가네 종이 휘장 창포 방석 흙 구들이 따뜻한데 남쪽 창 붉은 해에 매화의 넋이 따뜻해라 소나무 그늘 중(僧)은 정(定)에 들었고 청미래 칡덩굴 얽힌 담 위에 활짝 핀 이끼꽃 매미는 잎새 밑에 숨었지만 소리는 깔끄럽네 시냇물 복판에 꽂힌 무지개 그림자의 뿔이여 대 쪼개어 찬 샘물 끌어대어 놓았더니 졸졸졸 밤새도록 울어 대누나 가는 소리 꿈과 섞여 목이 메이고 맑은 운치 차(茶) 끓이는데 들어간다네 뜰 가득한 그림자 이끼는 푸르게 빛나고 하늘 반만큼 소리 흔들어 맑은 바람 차갑네 고요 속에 사는 뜻이 움직임을 기뻐하여 산바람 불어 계수나무 꽃가지 꺾어 놓았네 달 잠긴 푸른 시냇물 떠다가 푸른 돌솥에 끓이리라 밤에 듣는 소리는 패옥 같은데 새벽에 물 길으면 빛이 옥 같네 절 아이 산차를 달이려 달이 담긴 찬 샘물을 길어 오누나 새벽 해 떠 오를 때 금빛 전각 빛나고 찻(茶)김 날리는 곳 서린 용이 날개치네 절이 오래되어 솔(松)은 천 길이나 자랐고 산 깊어 달이 한 무더기라. 차나무 꽃 야설 (夜雪) 어제 늦게 흐림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 밤에 상서로운 눈 퍼붓는다. 눈이 솔가지 덮어 수북하더니 대(竹) 때리며 우수수 떨어진다. 촛불 심지 자르며 시 쓸 마음 이루니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壁)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눈 한 그릇 녹여 차(茶)와 어울리게 하니 차를 달여내는 이 마음이 고요해진다.
차나무 열매
茶詩를 통해 본 梅月堂의 茶道觀
출처 : 한국불교신문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으로서 근세 단학丹學의 대표라고도 불리는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유학자로서, 승려로서으 삶 속에서 80여 수나 되는 많은 차시茶詩를 남긴 다인茶人이다. 금오산 용정사에 머물 때는 초암차草庵茶를 일으켰으며 당시 일본 국왕사로 온 준장로俊長老란 스님에게 초암차 정신을 전해주어 일본의 초암차와 와비차가 탄생하게 하는 인연이 되기도 한다. 매월당이 차나무를 기르며 읊었던 '양다養茶'라는 시가 있다.
해마다 차나무에 새 가지가 자라네 / 그늘에 키우느라 울 엮어 보호하네.
육우의 <다경>에선 빛과 맛 논했는데 / 관가에서는 창기槍旗만을 취한다네. -下略-
이 시를 보면 매월당이 다인으로서의 경지가 어떠했는지가 잘 드러난다. 이 시에서 그가 손수 차나무를 기르며 차광遮光 재배하였음을 볼 수 있다. 빛 가림을 해 주는 차광 재배는 염록소 함량을 높여주고 차의 성분인 데아닌의 파괴를 막아줘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색과 향이 좋으면 될 터인데 관가에서는 뾰족한 어린 싹과 오그라진 작은 잎만을 취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 같다. 이 시만 보더라도 차를 직접 농사 짓고 법제하면서 차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으니 이는 조선 후기 정약용, 초의, 추사보다
350여 년이나 앞선 훌륭한 차인의 전범典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나 먼 곳에 머무니 마음이 쓸쓸하여 / 고불古佛과 산꽃으로 고적함을 달래네
쇠 다관에 차를 달여 손님과 더불어 마시고 / 질화로에 불을 더 넣으며 향을 사르네.
봄이 깊어 바다의 달빛이 초가에 젖어들고 / 비 멎으니 산山 사슴이 약초싹을 밟는구나.
선의 경지와 나그네의 여정이 함께 아담하니 / 밤새도록 다담茶談을 나누어도 무방하리라.
-'與日本僧俊長老話-일본승 준장로와 이야기하며' -梅月堂集 12권 遊金鰲錄-
이 시에 나오는 '준장로'는 일본 국왕 사절로 세조 9년(1463) 조선을 방문하여 그 이듬해 봄, 경주 용장사에 머물고 있는 매월당을 찾아가게 된다. 당시 용장사는 작은 초암으로 낮은 지붕과 흙벽, 작은 출입문 하나에 봉창 하나로 우리나라 대표적 초막, 초암의 구조이다. 방안에는 땅화로를 묻고 난방과 취사를 겸하였으며 손님이 오면 차를 끓였다. 이 같은 조선 민중들의 오두막과 초당, 승려들의 토굴 등의 주거시설을 일본 승려들이 보고 체험해 가서 일본 초암차문화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이뿐 아니라 당시 김시습이 쓰고 있던 <금오신화>는 탈고 되자마자 일본으로 흘러들어 갔으며 1653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전해오던 목판본을 최남선이 발견하여 1927년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다. 이를 보면 당시 일본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함께 문화 배워가기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당시 삼포왜관이 열리면서 그 후 약100여 년 동안 조선을 다녀간 일본스님들은 대략 2,500여 명으로 보고 있으며 그들은 보통 몇 달에서 길게는 몇 해씩 머물며 조선의 문화를 배워갔다.
매월당이 남긴 주옥같은 차시는 매월당이 완벽한 차인茶人이었음을 증명한다. 당시 대부분의 선비들은 차를 직접 재배하기 보다는 음다飮茶만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의 차시를 보면 차 심기, 차 기르기, 차 만들기, 찻물, 차 도구, 차 달이기, 차 마시기 등이 나타나 있어 그가 전인적 차인임을 알 수 있다.
오늘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 작은 솥에 차 끓이며 굽은 연못 바라보네.
홀연히 고요 속에 삶의 의미가 동함을 기뻐하네 / 산바람이 불어 계화 가지를 꺾어 놓았네.
세간에서는 안락을 청복으로 삼고 있지만 / 나는 차 달이며 평상에 앉았다네.
-산거집구山居集句 中에서-
이 경지는 바로 무사無事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차를 어떻게 마시느냐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차인이 도달하는 경지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시이다. 스스로 차나무를 가꾸어 만든 작설雀舌을 김시습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남국의 봄바람 가볍게 불려할 제 / 차나무숲 잎새 아래 뾰족한 부리 숨겼네 -(中略)-
푸른 옥병 속에 물 넣고 뜨거운 불로 달이면 / 게눈같은 거품 생기고 솔바람이 부는듯 할 때
산사 고요한 밤에 객들 둘러앉아 / 차 한잔 마시니 두 눈이 밝아오네.
-작설雀舌 中 部分-
이른 봄에 따는 새 순은 신령과 통하고 자순은 기창旗槍 사이에서 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거품 이는 모양의 해안과 물 끓는 소리의 송풍, 운유차까지 꿰뚫고 있다. 실로 매월당의 차학茶學에 관한 박식함과 조예의 깊이가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사에서 찻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 모습은 한결 평화롭고 한가하다. 한잔 차는 졸음을 몰아내고 눈도 밝게 하지만 무명無明의 먹구름이 걷히는 것도 눈을 뜨게 하는 것이다. 차의 진정한 역할은 지혜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수많은 시와 글을 남긴 매월당은 항상 책에 파묻혀 살았을 것이다. 자유로이 흩어진 책들 옆에는 항상 차가 끓고 있다. 다도가 추구하는 평화와 정적, 안락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마음은 맑아 물과 같고 / 툭 트여 막힘이 없네.
바로 이것이 물아物我를 잊는 경지 / 찻잔은 의당 자작하여 마신다네.
맑은 정신의 소유자가 홀로 차를 우려 마시는 광경이다. 차의 최고 맛은 홀로 마시는 자작이라고 한다. 홀로 차를 즐기는
그러한 맛을 알 때 비로서 진정한 차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마시며 물아를 잊는 삼매의 경지에 드는 것, 이것이 차의 최고 경지인 '다선삼매(茶禪三昧)'가 아니겠는가.
첫댓글 지난 주에 보성 녹차밭과 작설차에 대한 것을 올렸기에
茶에 대한 詩를 가장 많이 읊은 梅月堂도 조사해 보았습니다.
글을읽으며 향기로운 茶香에 흠뻑 빠졌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읽어 주시고 댓글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시습에 대하여 계속 조사하고 있는데 정리 끝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좋은 글과 좋은 사진을 정성들여 엮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에 평화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