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날 때부터 우리 집은 한옥으로 본채는 서향이고 사랑채는 남향이었다. 겨울이 되면 차가운 서풍이 불어와 외풍이 심했다. 여름에는 오후 해가 그대로 안방까지 들어와 비추어 더위 견디기가 몹시 어려웠다. 명당 조건과 관계없이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번득였다. 이런 잘못된 방향은 누가 봐도 알게 되는 이치다. 왜 이런 방향으로 지었을까 의문이다. 아마도 풍수 사상에 명당자리 위치 보다가 그런가 하는 생각이다. 어디 전문가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바꾸어야 건강을 지키며 살 것 같았다.
평소 생활이 불편해 당시 사랑채의 남향처럼 새로 고쳐 지어야 한다고 벼르던 참이다. 앞집의 모양과 뒷집도 마찬가지로 우리 집과같이 똑같은 방향을 하고 있다. 환경이 건강을 해치는 조건에서 늘 개선해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이었다. 남향과 동향의 전형적인 가옥이라야 생활에 맞는 조건이다. 실내 온도 조절이 바깥 날씨와 같아서야 질병 유발이 심한 원인이다.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햇볕을 받아들이는 환경이라야 한다. 남향의 주택이라야 이런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오십 년을 살아오신 어머니는 천식 기침 때문에 견디기 어려웠다. 병원 치료 도움으로 겨우 건강을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고모님이 한 번씩 다녀가시면서 어머니가 저래서 회갑까지 살기도 어렵다고 혀를 찼다. 내가 어릴 때도 옆 방에서 태어난 사촌 동생이 홍진으로 죽었다. 그 후 큰 누님이 친정에 와서 해산한다고 안방에서 키우다 역시 홍진으로 죽었다. 사촌 동생과 생질을 잃은 일이 어린 마음에도 너무 아팠다. 나의 형도 있었으나 어릴 때 홍진으로 여기서 죽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의 방향을 바꾸어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집을 다시 짓고 담당 마을 이장이 풍수 전문가라 출장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전문가 도움 없이 했냐며 의아스러운 표정이다. 집도 방향을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위채 본당은 산맥 능선을 등지도록 하는 방향 설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 방향을 마음대로 설정했다고 큰일 낼뻔한 행위란다. 그래도 운이 좋아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옛날 집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풍수설이다.
현재 한옥은 기존 한옥의 방향을 확 바꾸어 남향으로 새로 지은 건물이다. 전체 한옥 ㄱ자로 사랑채가 있던 자리에 본체가 세워지고 서편 방향의 절반을 꺾어 세워 사랑채 역할이다. 북쪽과 서편을 집체로 막아 북서풍을 차단한 셈이다. 그제야 바라고 소원했던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건물의 방향이 90도로 바뀌는 전형적인 남향 건물이다.
마침 대구로 전학하는 큰딸과 함께 어머니는 아파트 생활로 바꾸었던 때도 있었다. 그랬더니 아파트 환경이 온도조절로 천식 치료에는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새로운 한옥이 완벽한 단열 시공과 남향 주택이라 아파트보다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해 주었다. 어머니는 다시 고향의 새로 지은 집에 모시고 94세 되도록 사셨다. 천식 기침 완치 후에는 병원 가실 일도 없이 사셨다. 걱정하시던 고모님이 나이도 적으면서 오히려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셨다. 집의 방향이 생활의 영향을 크게 작용함을 느낀 일이다. (글 : 박용 202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