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접 제작한 영상 눈길… 장애인 이동권 침해 일상 담아
장애계, 사람 아닌 공적 시스템에 의해 보장 받는 이동권 필요성 제기
제2회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임경미)가 옥천군마을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정창영)의 지원을 받아 직접 제작한 소개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휠체어 장애인의 외출 여부가 장애인콜택시 기사의 태도에 따라 좌우되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폭로해 관객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때문에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이라는 특수 운행 직무를 수행하는 기사들의 장애인식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이 사람이 아닌 공적인 시스템에 의해 보장되는 공공성 확보에 군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실제와 실존의 삶 보여준 장애인인권영화제
지난 19일 제2회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소개 영상의 내막은 이렇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마을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들은 휠체어 장애인 이선화(23. 체험홈 거주)씨가 금강 나들이를 나서는 모습을 일상 촬영 기법으로 영상을 제작해 보여주려 했다. 휠체어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서고 지역사회를 둘러보는 일상의 단면을 그려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나들이에 들떠있던 선화씨는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 순간부터 장벽에 마주쳐야 했다. ‘장애인콜택시’라 불리는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 기사가 보호자 외 동승자 탑승 불가를 이유로 아예 선화씨마저 탑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영상 분위기는 살얼음판이 됐지만, 예삿일인양 출연진들은 군청으로 향했고 카메라는 그 뒤를 곧이어 쫓아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담당 부서의 문을 두드리고 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탑승 거부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항의하는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적나라하게 상영된 것이다.
실제 일상을 보여주려다 실존을 위한 영상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이것이 실제 삶이었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장애인콜택시 기사로부터 동승자 신분확인 요청을 당하거나 탑승을 거부 당한 사례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이번 영화제의 소개 영상으로 십분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 ‘자의’에 침해 당하기 십상인 장애인 이동권
영상에서 선화씨가 마주한 상황은 수년 전부터 지적돼 온 바다. 그간 장콜 운영규정 16조 11항(이용자는 동반 가족, 보호자 외 이용대상자가 아닌 자를 탑승시켜 목적에 맞지 않는 운행을 강요할 수 없다)을 들어 기사들이 동승자에게 신분확인을 요청하거나 탑승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
비단 동승자 관련 조항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장콜 이용자 준수사항 위반에 따른 조치가 담긴 운영규정 17조 또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이라는 본 취지를 교묘하게 제한하는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이용수칙 위반 정도에 따라 최소 3일에서 최대 2개월까지 이용제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인 장애인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이수진씨는 “지난 추운 겨울 금강유원지에서 장콜 예약을 했는데 대기 시간이 길고 체온이 떨어지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약을 변경했더니 장콜에서 3일 이용제한을 알려왔다”며 “이동수단이 장콜뿐인 장애인에겐 3일동안 아예 외출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이용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운영규정과 자의적 해석이 장애인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영화제에서도 제기된 이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는 지난 23일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동승자 탑승과 이용제한과 관련한 문제를 손 보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3년 전에도 운영위원회에서는 운영규정 16조 11항 보호자 범위를 ‘출발지와 도착지에 동행하는 자’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규정에 대한 기사들의 자의적 해석으로 탑승을 거부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았던 터라, 중요한 건 장애인에 대한 운행 기사들의 인식개선이라고 장애계는 내다봤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명호 사무국장은 “장콜 기사분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해당 조항의 취지를 무시하고 탑승 여부를 기사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때면, 장애인 혐오에 가깝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 공공성 잃은 장콜, “군 직접 운영하라” 목소리도
군내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인 장애인콜택시는 단 한 대뿐인 저상버스와 지하철이 없는 우리 농촌 지역 장애인들의 유일무이한 교통수단이지만, 공공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그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을 채택해온 군이 이제는 직접 운영에 나서 보다 근본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장애계는 입을 모았다.
이수진씨는 “그간 장콜 운영회의 때마다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오장육부가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처음 장콜을 24시간 운영하도록 원칙을 세웠는데 의견 수렴 없이 주말과 공휴일 12시부터 13시까지 운행을 안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군은 장애인을 같은 군민으로 생각한다면 직접 운영해 책임지고 이동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명호 사무국장은 장콜 기사들과 이용자인 장애인 사이에서 지속되는 마찰음이 결국 군이 공공성 확보에 나서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명호 사무국장은 “기사들 사이에서는 노동 조건 처우 개선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군이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으니 기사들은 처우 개선을 이용자인 장애인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갈등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 것 같다. 직접 운영이 어렵다면 재단 설립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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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