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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는 세간에 강직하고 청렴한 인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시절 대검 중수부장으로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최도술, 안희정등 정치인 40여명을 기소하고 대기업 총수를 줄소환하면서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는 또 서울 서대문구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24년째 살고 있을 만큼 청빈한 생활을 해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 그가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면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2년 9월 관보에 공개된 재산총액이 10억원을 밑돌았으나 불과 2년도 안돼 22억4093만원으로 두배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리로 내정되면서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야당이 '정치기부'로 폄하하고 나섰고, '세월호 참사' 기부 시점도 총리 지명 때와 맞닿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부의 참뜻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안 총리후보가 국회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곤혹을 치르는것을 보면 사회지도층이 평소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배울수 있다. 그가 돈을 벌기위해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만큼 올바르게 재산을 증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억울할 지도 모른다. 그는 대법관에서 물러난 이후 대형로펌으로 가지 않고 법률사무소를 열어 5개월간 착수금으로 16억원을 벌었으나 비슷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에 비해 수입이 많았던 것은 아닌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로 번돈중 4억7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6년 대법관 후보 지명당시 국회청문회에서 "(퇴직후) 변호사가 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을 변호하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기부금중 3억원은 총리발표 직전에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한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지 여부는 모르지만 강직하고 청렴한 원칙주의자라는 안 총리후보의 이미지는 이미 빛을 바랬다. 고심끝에 그를 총리로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도 상처를 입긴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존경받던 사회지도층인사의 민낱이 드러났을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비단 안 총리후보뿐만 아니다. 몇년전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원로 법조인'으로 평가받았으며 '법과 원칙'을 중심가치로 구현할 적임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헌재소장에 오르는 등, 휴먼스토리까지 더해져 누구나 총리가 될것으로 전망했으나 자녀에 대한 부동산 편법증여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미국에서는 고위공직자로 중용되거나 선출직에 나서려면 유치원시절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사청문회가 날카롭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번 안대희 총리후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재산형성과정에서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도덕적으로 당당하지 못하다면 아예 고위직에 나설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투명하고 깨끗해야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공직개혁을 앞장서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