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독일교회 주제성구(Jahreslosung)
“하갈이 자기에게 이르신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하였으니” (창 16:13)
„Du bist ein Gott, der mich sieht.“ (Genesis 16,13)
1. 애굽 여인 하갈의 서러운 심정은 그녀의 발걸음을 브엘세바 남쪽 광야에까지 이르게 한다.
임신한 몸으로 가데스 부근 광야까지의 여정이 녹녹지 않았지만, 그 너머 고국 땅에 가까이 갈수록 그간 이방인으로 겪은 아픔이 풀리는 것 같아 험한 길을 진행해 올 수 있었다.
그 시절에 주인집을 뛰쳐나온 결기도 대단하지만, 광야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생존을 유지하는 생활력은 당시로서는 여성으로서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정을 더 지속하다가는 그녀 자신도 태아의 생명도 보장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른 것이다.
2. 그때 여호와의 사자가 광야의 샘물 곁에 있는 하갈을 찾아온다.
생(生)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하갈에게 묻는다.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창 16:8)
애굽의 국경도시 술(Schur)로 향하는 광야 길, 죽음의 길에 들어서기 전의 그녀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여전히 분노와 혈기가 가시지 않은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권한다.
더 이상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여정을 중단하고,
여지껏 억세게 모진 삶을 지탱해왔던 자아(Ego) 마저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신다.
그 길이 당장은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은 지금은 물론 미래를 사는 길이기에.
- 이후 유사한 상황이 다시 일어났을 때 주께서 하갈을 도우셔서 위급한 처지를 벗어나게 하신다. 하지만 그때는 돌아가라고 권하지 않으신다. (창 21:9) 이번에는 아직 때가 아니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전 3:1) -
3. 하갈은 절박한 순간에 자신을 찾아와주신 주님의 은혜를 깨닫는다.
나보다도 나 자신을 더 아시는 주님,
나의 처지를 나 자신보다도 더 헤아리시는 주님,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피시는 나를 지으신 주님!
“하갈이 자기에게 이르신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하였으니” (창 16:13)
그리고 그 샘물의 이름을 ‘브엘라해로이’(Beer-Lachai-Roï), 나를 살피시는 살아계신 이의 우물(Brunnen des Lebendigen, der mich sieht) 이라 부른다. (창 16:14)
4.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El Roï),
올해도 광야의 샘물 곁에 서 있는 심정으로 새해를 시작합니다.
고집부리고 어리석은 길을 다시 걷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새길, 생명(生命)의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나를 살피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해설) 독일교회 연간 주제성구(Jahreslosung)는 1930년 이래로 경건주의 전통의 독일 개신교 자유교회(Freikirchen)를 중심으로 해마다 선정되어왔다.
성경말씀을 매일 묵상하며 기도하기 위해 1731년부터 헤른후트 형제단(Herrnhuter Brüdergemeinschaft)에 의해 발행되어 올해로 293번째를 맞는 Losung은 Jahreslosung의 모태가 된다.
현재 연간 주제성구를 선정하는 위원회(ÖAB)에 독일개신교회(EKD)는 물론 가톨릭교회도 참여하고 있으며 스위스, 오스트리아교회도 함께 함으로 범 독일어권(deutschsprachig) 교회연합 차원에서 주제성구(Jahreslosung)가 채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