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지만 크고 옹골찬 순창의 자랑, 강천산
1. 일자: 2017. 4. 8 (토)
2. 장소: 강천산(584m)
3. 행로 및 시간
[주차장(11:54)
-> 병풍폭포(12:03) -> 깃대봉 갈림(12:37,
왕자봉 1.6km) -> 깃대봉(12:52)
-> (조릿대) -> 왕자봉 삼거리(13:04)
-> 왕자봉/정상(13:09~20) -> 형제봉(13:29) -> 북문(14:18) -> 산성산/연대봉(603m, 14:33) -> (산성길) -> 운대봉(14:55) -> 동문(15:03) -> (Back) -> 강천사 갈림(15:07)
-> 연대암 삼거리(15:32, 강천사 1.8km)
-> 탁족(15:37~45) -> 비룡폭포(15:47)
-> 폭포(15:56) -> 구름다리(16:13)
-> 강천사(16:25) -> 주차장(16:50),
13.4km]
추체험,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 체험처럼 또는 이전 체험을 다시 체험하는 것처럼 느낌. 언제부턴가 이미 다녀온 산을 다시 갈 준비를 하며 지난 산행기를 끄집어내 추체험해 보는 일은 습관이 되었다. 희미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잊혀졌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대개는 공지된 사실 확인보다 그날의 특별한 사건들이 강화된다. 강천산은
미투리 최대장님이 기억의 첫 장을 장식한다. 알아 주는 이 적어도 늘 자신만의 길을 가는 명인과 눈
덮인 산성을 걸으며 나누던 말들이 귓가에 생생하다. 구름다리, 강천사가
희미한 기억이라면, 국내 최초 군립공원, 담양호, 산 위는 육산 아래는 골산 등은 잊혀졌다가 새로워진 사실들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갈 곳을 정하지 못하다 금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마음을 굳힌다. 원적산은 언제든 전철 타고
갈 수 있지 않은가? 라며 선택 변경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한다.
길이 무지 막힌다. 자다 깨다 반복해도 들머리는 요원하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강천사 주차장에 선다. 경험했던 길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게 낯설다. 병풍폭포를 지나며 시작된 된비알은 걷는 행위는 반복할수록 덜 힘겹다는
믿음의 회의를 불러온다. 그나마 주능선에 들어서니 등로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깃대봉을 지나 왕자봉에서 북문까지는 높낮이의 변화가 크지 않은 사색하기에 좋은 길이었다. 진달래 꽃 물이 짙어지는 것 말고는 산 어디에서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흔적은 없다. 오히려 지난 겨울에도 그랬을 조릿대만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그래도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시원함을 느끼고,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걸 보면 산에서도
겨울은 이제 멀리 갔나 보다.
잊혀졌던 일들이 문득문득 되살아 난다. 망각은 그 어느 약보다도
효과가 확실한 명약이리라. 애써 불러내 후벼 팔 일이 무예 있을랴.
북문에 선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였던 때 이곳에서 서성이던 기억이 난다. 금성산성망루에 기대어 선다. 담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물이 푸른 빛을 잃었다. 이놈의 미세먼지, 이쯤 되면 국가적 재난으로 다루어야 되지 않은가? 한참을 서성이다 방향을 잡는다. 큰 길을 따라 동문으로 향한다. 길의 느낌이 새롭다. 문득 생각이 미친다. 지도를 꺼내 살핀다. 느낌이 맞다.
예전엔 철마봉, 노적봉 지나 남문으로 갔었다. 당시
지금 걷고 있는 산성 길이 정비되어 있었는지는 몰라도 동문으로 가는 지름길임에는 틀림없다. 연대봉이라고도
불리는 산성산을 지나자 가야 할 성곽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멋지다.
기대하지 않은 횡재를 한 기분이다. 시야가 확 트인 성곽을 걷는 기분은 말로는 설명 불가다. 연신 카메라를 누른다. (와서 보니 사진은 현장을 설명하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멋진 소나무가 있는 운대봉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강천산은
높이에 비해 다이나믹하고 옹골진 산임을 틀림없다.
동문에 도착했다. 남문으로
크지 돌아 광덕산 지나 날머리로 내려올 수 있지만 시간 가늠이 되지 않아 돌아 나와 강천사 하신 길로 접어든다.
3시가 막 지난다. 강천사까지의 거리는 3.2km, 시간
여유는 충분하다. 길가에 핀 양지꽃의 샛노란 빛깔이 시선을 끈다. 눈
길 한 번 주고 길을 내려선다. 이내 이끼 계곡이 시작된다. 지난
비는 숲과 계곡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계곡 옆 돌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신발을 벗는다. 흐르는 물에 발을 맡긴다. 온 몸으로 기분 좋은 찬 기운이 올라온다. 오늘 산행 최고의 순간이다. 그렇게 한참을 앉았다 일어난다. 작은 호사에 기분이 날아간다.
길이 평탄해진다. 눈에
익은 사방댐과 인공 폭포가 나타나고 행락객들이 많아진다. 인파에 섞인다. 강천사에도 들르고 구름다리 위도 오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보낸다.
주차장 앞 식당에 앉는다. 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 놓고 지난 여정을 담은 사진을 살핀다. 기대보다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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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날은 맑은데
하늘은 뿌옇다. 감각이 무뎌진다 덩달아 생각의 날도 무뎌진다. 연이은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비한 앞선 생각은 번번히 기대대로 전개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좌절을 반복한다. 시간의
흐름과 망각이 그나마 힘이 되어 준다,
산행 내내 기억은 마음의 냄새 속으로 번져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강천산은 작지만 옹골찬 내실 있는 순창의 자랑이었다. 내
일상에서도 내실의 힘을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