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현수
미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을 때는 사실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더 많았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이 그저 설레기도 했고, 그 여행지가 다른 곳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에 더 흥분되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이끄는 가장 강하고 부유한 국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반미를 외치면서 미국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와 그 문화가 미운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정책과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일 것이다. 미국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있지만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그 문화를 굉장히 많이 접하고 있다. 음식, 영화, 스포츠... 대부분의 분야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미국 여행이 더 기대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항에서 내려 처음 바라본 미국은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와 담배꽁초,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걷다 보니 우리와는 다른 점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길을 가다 어깨가 조금만 부딪혀도 Excuse me,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보고 살짝 옆으로 비키기만 했는데도 Thank you, 내가 상대방을 못 봐서 부딪혔는데도 Sorry.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정말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듯 했다. 감사와 사과의 표현은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미국인들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그런 표현에 익숙해져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우리보다 인간관계에서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역사는 300년도 채 되지 않지만 미국은 누가 뭐래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다. 경제력, 군사력,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그렇게 엄청난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내면서, 아무리 봐도 미국인들과 우리의 차이점을 크게 느낄 수가 없었다. 생활과 표현이 조금 자유롭고 편하다는 것, 친화력이 좋다는 것 정도였다. 물론 한 달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주간 미국인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그들과 우리가 크게 다른 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미국인이나 우리나 겉으로 드러나는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하다면, 대체 어떻게 미국은 그렇게 큰 국가를 몇백년 만에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그들과 우리의 역사와 환경은 많이 다르고 우리가 모르는 미국의 어두운 면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생겨날 때부터 특별해서 미국이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이 미국과 같은 나라를 만들 수 있었다면, 우리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을 바라보면서 대단하다, 멋지다 하면서 침만 흘리고 있는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했는데 우리는 못한 이유를 찾고 그 것을 고쳐 나가야하고, 그런 것을 고쳐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미국인들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을 이뤘기 때문에 미국인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