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가 곧 소요유(逍遙游) 일지어다. 봄 날의 소요산.
1. 일자: 2017. 4. 29 (일)
2. 장소: 소요산(587m)
3. 행로 및 시간
[주차장/자유수호박물관(08:55) -> 원각사갈림(09:42) -> 헬기장(09:52) -> 공주봉(10:13~22) -> (계단) -> 샘터갈림(10:33) -> 의상대(10:58, 587m, 상백운대 1.5km) -> 나한대(11:07, 571m) -> 칼바위(11:57) -> 상백운대(12:09) -> 중백운대(12:22) -> 하백운대(12:31, 자재암 0.65km) -> (계단) -> 자재암(12:55) -> 원효폭포(13:06) -> 주차장(13:35), 7.6km]
마음에 두면
가야 한다. 작은 배낭 메고 집을 나선다.
익숙한 길을
버리고 새 루트를 탄다. 주차장에서 바로 공주봉을 올라 타 의상대, 나한대, 백운대를 거쳐 자재암으로 내려오는 나름 종주 코스다. 공주봉 오름은
만만치 않았다. 기껏 비고 350미터를 치고 오르는 일이지만
초반 비탈의 기세는 강렬했다. 일단 원적사 갈림과 만나는 주 능선에 들어서자 등로는 조금 순해지고, 동두천 시가지와 캠프 케이시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 걸음에 여유가 생겼다,
동두천에 주둔한 미 2사단본부의 위용은 대단했다. 의상대와
나한대 지나 한참 후까지 눈에 사라지지 않을 만큼 컸다. 내 청춘의 한 때를 보낸 장소여서 더욱 감회가
컸다.
헷갈린다. 요석공주와 원효대사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아들
설총. 그렇다면 의상대가 아니라 원효대라 명명해야 아귀가 맞지 않는가?
그러나 소요산의 정상 이름은 의상대다. 내 상상이 속된 것인가 보다. 의상대에서 바라 본 풍광은 공주봉보다 못 했다. 시원한 맛이 없다. 오히려 봉우리를 내려서며 맞는 긴 계단에서의 개방감이 훨씬 좋았다. 미세먼지의
습격은 오늘이라 예외일 순 없지만 푸르게 변해가는 산줄기를 바라보는 기분은 장쾌했다.
나한대를 지나 칼바위로 가는 길은 거칠었다. 계단에 익숙해진
다리가 고생 꽤나 했다. 칼바위를 지나며 인파와 섞인다. 칼바위
능선 500미터는 다이나믹했다, 곳곳에 우회로가 있었으나
작고 뾰족한 바위 군락은 끝없이 이어졌다. 상/중/하 백운대는 비교적 평탄했고 하백운대를 지나 자재암 가는 길은 ‘계단의
공포’그 자체였다. 올라 오는 이들의 힘겨운 표정을 보며, 하산 하는 자의 여유를 느꼈다.
자재암은 부처님 오신날을 맞느라 분주하다. 올 때마다 공사중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시설들이 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축대
위에서 하늘거리며 햇살에 빛나는 민들레 홀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홀씨의 비행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해탈문과 원효폭포를 지나 일주문에 선다. 기대대로 근사한 반나절 산행이었다. 미세먼지의 기운이 약해지나 보다. 봄 햇살이 광장에 쏟아진다. 복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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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장자 사상의
핵심은 소요유(逍遙遊), 하릴없이 거니는 것이다. 도와 함께 노닐자는 게 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절대자유를 최고로
친다. 봄 날 산길을 거닐며 ‘원효, 의상, 요석공주, 나한, 백운대, 칼바위, 계단, 캠프 케이시, 폭포, 부처님
오신날 연등’등과 시공을 초월한 인연을 맺었다. 거친 숨결을
뿌리며 능선을 걸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걷는 행위 자체가 내겐 소요유였다.
자재암 지나 원효대를 향하는 길, 축대 난간에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흔들린다. 봄 햇살이 하얀 홀씨
위에 곱게 내려앉는다. 삶의 행복한 한 때를 즐기는 생명체의 축복을 읽는다. 아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행복해진다.
시간은 흘러간다. 집착하지
말지어다. 마음의 여유가 곧 소요유 일지어다.
첫댓글 어제 와이프랑 소요산 갔다오고 나서 김대장은 어떤 감상을 적어 놓으셨나 궁금해서 들와 봤어. 역시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나랑은 다르시구만요, 난 그냥 저산을 오르고 내아래 두리라만 생각했던거 같은데 ㅋㅋㅋ. 코스는 정 반대로 탔네. 초반 코스는 어디로 오르나 관계없이 빡셀거 같았음. 한번씩 새로운 산을 다녀오고나면 또 김대장 글을 찾아보리다 ㅎㅎ ^^
가을 단풍이 좋아 다음 산행지 중 하나로 점찍어 둔 곳인데 다녀오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별 의미 없는 말들을 주절거려 놓았군요.
겉멋이 잔뜩 들어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