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만경평야 대간선수로 전 노선을 답사하면서 써올린 후기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146번 글(제목 ‘대간선수로 답사 (7-3)’)을 참조하십시오. 글 중 일부를 발췌합니다. 종점인 옥구호에 가까운 거의 마지막 수문의 이름이 느닷없이 지명과 관계없는 ‘전세제수문’이라고 붙어 있어서, “선제리에 있는데 왜 전세제수문이라고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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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제 제수문이 전세 제수문으로? -
그런데 수문 이름이 왜 ‘전세’일까요? 돈 전(錢), 씻을 세(洗). ‘돈을 씻는다’?
수문의 이름은 그 동네 지명을 따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는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면 「동사가 앞, 목적어가 뒤」라는 한자어의 문법을 따르지도 않았고...
(예로서, 서울의 ‘세검정’은 ‘검을 씻는다’는 뜻인데 「동사(씻는다)+목적어(칼)」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한자어로 된 사적의 이름은 거의 그런 형태입니다. 진남정, 공북루 등등.)
오후 내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선제리」의 이름을 따려던 것이, 우리말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전세리'로 잘못 알아들은 결과이다. 한자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붙였다."
또 하나는 “장난으로 붙인 이름이다.” 큰 토목사업을 완성한 끝의 해방감에서 장난기가 발동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추측, 즉 「지명오인설」이 그중 유력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제리는 한자로 '船堤'라 쓰고 배를 묶는 둑을 의미합니다. 옛날에는 이곳까지 바닷가였을테니까요.
이 이름을 지은 「호시 케이조오(星慶藏)」라는 왜인은 후세에 한 조선인이 유래를 캐내느라 머리를 싸맬 것을 예상하였을까요? (이하 생략)
이 숙제를 그 때 이후 줄곧 안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답을 얻게 되어 보고합니다.
카마쿠라(鎌倉)라는, 토오쿄오에서 멀지 않은 역사도시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신사(神社)가 있는데요, 신사 경내에 바위굴이 있고 바위벽 아래를 타고 흐르는 물에 돈(錢)을 씻으면(洗) 부자가 된다는 속설로 유명하답니다. 이 신사를 ‘우가후쿠(宇賀福)신사’라 하고 이 신사에서 모시는 신체는 재물을 관장하는 벤자이텐(弁財天)이라는 여신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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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錢洗)제수문’의 이름은 아마도 거기에서 따 온 듯하다는 것이 이 숙제의 결론입니다. 물론 장난기도 발동했겠지요. 수로를 도도하게 흐르는 물을 보니 자기네 나라에서 돈을 씻던 일이 생각나서 이곳을 ‘제니아라이 벤텐(錢洗辯天)’과 같은 신비한(?) 명소로 만들어 보겠다는 문화침탈의 욕심이 생기기도 했을 테고…
이로써 “후세에 한 조선인이 유래를 캐내느라 싸매고 있던” 머리띠를 푼 셈이 되었습니다.
첫댓글 머리띠를 풀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