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7곡】 "네 번째 고리 탐욕과 낭비의 죄, 다섯 번째 고리에 분노의 죄,식탐"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의 네 번째 고리로 들어갔습니다. 풀루톤(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신, 재화를 낭비한 자와 같이 있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플루톤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네 번째 고리로 내려갔습니다.
마주 오는 파도와 부딪혀 부서지는
저 카릿디(거친 파도로 유명한 곳)파도처럼,
이곳의 영혼들은 한데 어울려 춤추며 부서진다.
다른 어느 곳보다도 여기서 더 많은 무리를 보았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가슴으로 무거운 짐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모으기만 하지?”, “왜, 쓰기만 하는 거야!”라는 거친 말을 되풀이하면서 가슴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맴돌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탐욕의 무리가, 한쪽은 낭비의 무리가, 음침한 고리를 한쪽은 이쪽에서, 또 다른 쪽은 저쪽에서 어두운 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반원을 그리면서 서로 충돌합니다. 두 쪽이 마주칠 때에는 몸을 돌려 자기가 걸었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또 충돌합니다. 이 영혼들은 이와 같은 고통스러운 대결을 영원히 하도록 저주받았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커다란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리는 일을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처럼 끝이 없는 형벌입니다.
단테는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뒤집힐 듯 놀라 베르길리우스에게 이들이 누구냐고 묻습니다.
이들은 모두 첫 번째 삶에서
마음을 비뚤게 써서 절제를 모르고
부를 유용한 자들이다.
서로 반대되는 죄들(탐욕과 낭비의 죄)이 이들을 갈라놓는
지점에 이르면 그들은 한결 목청을 돋우어
저렇게 소리를 질러댄단다.
이들 중에는 교황들과 추기경이 있다고 했습니다.
단테는 탐욕의 죄로 더럽혀진 망령들을 더러는 알아볼 수 있다고 하자, 선생님은 그 영혼들은 돈만 생각하는 너무 방탕한 생활로 인격이나 개성이 파괴되어 전혀 알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이 그 때문에 처절히 싸우니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라고 합니다.
단테는 그 운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의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행운이란 무엇인지 단테에게 알려줍니다.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 참고)
행운 혹은 운명은 중세 문학의 주제였습니다.
모든 것을 초월하는 지혜를 지니신 분이
하늘을 만드셨고, 인도하는 성령을 시켜
빛을 동일하게 나누어
온 하늘을 골고루 환하게 비추시는구나.
세상의 영화도 그러하게 되도록
인도하고 다스릴 자를 내세우셨다.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
그녀는 헛된 재화를 때로는 종족에서 종족으로 핏줄에서 핏줄로 인간의 간섭을 뛰어 넘어 지나다니도록 했습니다. 그녀도 신들과 마찬가지로 미리 예언하고 판단하며 시행합니다. 그녀의 변신은 쉼이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 인간 만사가 순식간에 덧없이 변합니다.
그녀에게 칭송을 바쳐야 할 사람들이 분별없이 욕하고 저주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복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하느님의 다른 첫 피조물들과 더불어
자신의 복됨을 즐기고 자신의 바퀴를 돌린다.
우리는 고리를 가로 질러 다른 언덕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개울물이 내려다 보였는데 개울물은 부글부글 끓으면서 역류했습니다. 우리는 이 물의 흐름을 따라서 낯설고 을씨년스러운 길로 내려갔습니다.
이 슬픈 흐름이 끝나는 곳에서
잿빛의 죄로 가득 찬 늪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 이름은 스틱스였다.
그 늪(지옥의 두 번째 강, 스틱스, 슬픔의 강)에서는 발가벗고 진흙에 덮여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이빨로 물어뜯고 온 몸으로 난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고리에 분노의 죄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 영혼, 폭발적 분노자들입니다.
어디서든 볼 수 있지 않느냐,
물 밑에서 사람들이 내쉬는 한숨으로
수면까지 부글거리는 구나.
‘상큼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 속에서도 불안과 분노로 음울했거늘 이 시커먼 수렁에서 어찌 더 음울하지 않겠는가!’ 내성적 분노자들이 목구멍에서만 그르렁거리는 말입니다.
분노의 다른 얼굴이 우울입니다.
여전히 진흙을 삼키는 자들을 바라보며 아치형의 핼쑥한 늪을 돌았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높은 탑의 발치에 있는 디스(Dis)의 성에 다다랐습니다.
디스(Dis) 성은 성벽에서 지심까지 이르는 지옥 전체인데 고질적으로 사악한 성정을 가진 죄인들이 가는 곳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틱스 강이 주변을 두르고 있는데 중심부에는 악마의 도시 '디스의 성‘이 있습니다.
이제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스틱스 강의 늪지를 지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높은 탑이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그곳이 바로 '디스(Dis)의 성'입니다.
디스(Dis)는 원래 디스파테르(Dis Pater), 즉 ‘부(富)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로마 신화에서 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플루톤 또는 하데스에 해당합니다. 단테는 지옥에서 반역한 천사들의 우두머리인 지옥의 마왕 루키페르, 또는 그가 자리 잡고 있는 지옥의 맨 밑바닥을 부르는 말로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