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야기
주총이 끝나고 그날 6시부터 바비큐가 있다.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미리 가봐야 별볼일 없다는 걸 알고 숙소에 가서 잠을 자고는 7시쯤에 네브레스카 가구 마트로 갔다.
그 전날 보쉐하임에서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 즐길 만큼 즐긴 뒤는 나가줘야지 처음부터 끝가지 계속 있어봐야 별로 재미도 없고 버펫을 만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주총이 끝나고 긴장도 풀리면서 버펫도 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고, 물론 어두운 곳에선 일회용 카메라는 힘을 못 쓴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빨리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워렌을 만나서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는 행사는 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네브레스카 가구 마트에서의 바비큐 파티
가구 마트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가구 마트의 뒷편에 대형 천막이 세워져 있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가고 있었다. 줄은 굽이굽이를 쳐서 가구 마트를 감싸고 돌 정도였다. 보쉐하임이 파티였다면 가구 마트에서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버셔 자회사의 캐릭터들도 총출동해서 주주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GEICO보험의 도마뱀과 FRUIT OF THE LOOM의 포도송이 캐릭터들 말이다. 이 캐릭터들과 같이 사진 찍고 싶었지만 워낙 줄이 길어서 중간에 빠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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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레스카 가구 마트에서의 바비큐 파티-여기는 가구마트 뒷 마당인데 마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주총 행사 기간 중 많은 주주들이 가구를 구입한다.
보쉐하임도 그렇지만 주주에 한해 20~40%까지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줄을 선지 1시간 가량 음식 앞에 이르러 1달러를 내고 음식을 받는데 돼지 갈비나 닭다리를 생각했지만 막상 음식은 핫도그다. 난 주총 때도 핫도그를 먹어서 저녁은 푸짐하게 먹겠구나 생각했는데 정말 조금 실망했다. 물어보니 핫도그도 바비큐란 장르에 포함되는 음식이란다. 어쨌든 맛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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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24시의 레이싱 카처럼 생긴 바비큐 레이싱카-이 차는 모형이 아닌 진짜 레이싱 카였다. 여하튼 여러 가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주주들의 축제였다.
여기서 바비큐는 벅셔 직원들이 준비하는게 아니다. 외부 업체에서 한다. 우리의 출장 부페 같은걸 생각하면 된다. 정말 이 때는 축제로서 즐길 수가 있었다. 주총도 끝났겠다 부담이 없었다. 숙소에서 옷도 벅셔 셔츠로 갈아입고 와서 주주의 기분을 만끽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워렌이 주총 끝나자 바로 와서 노래도 부르고 갔다고 한다. 난 이 사실을 한국에서야 알았다. 이런…이래서 뭐든 끝까지 봐야 한다니까...
바비큐를 먹고 있는 필자-핫도그 하나와 감자 으깬 것,콩 칠리 슾,감자 칲과 오레오 쿠키,탄산 음료 등이 제공되고 1달러를 내야 한다.
그 다음 날은 무슨 일이 벌어졌나?
전편에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 그랬는데 더불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선택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나 보다. 내가 투자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필자는 그 다음 날의 보쉐하임에서의 주주만의 위한 쇼핑에 가지않았는데 그건 실수였다. 사실 보석이 필요도 없었는데 그 때 워렌이 사인회를 했다는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쉽다. 사인회를 하면 한다고 일정에 적어 놔야 되는 것 아닌가...
어찌 보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그런걸 알 수는 없었고 그냥 쇼핑에 가는 건 정말 의미없는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냥 미친 척 하고 가볼걸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리고 오후의 고랏츠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예약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고 그 때 토네이도가 왔기 때문에 그냥 숙소에 있었다. 토네이도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회오리 바람을 말하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날의 토네이도로 미국에서 무려 37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마하엔 1시간 정도 왔는데 호두만한 우박들이 떨어지고 장난이 아니었다. 때로는 야구공만한 우박이 떨어져서 맞으면 거의 사망이라고 한다. 미세스 오에게 전화를 하니 건물 지하에 있는 토네이도 섹터에 몸을 숨기라고 했는데 필자의 숙소엔 그런 건 없었다.
토네이도가 불 때는 모든 것이 날아가기 때문에 대피소가 없을 경우 욕조에 몸을 숨긴 뒤 담요 등으로 뒤덮으면 된다. 그러면 다른 건 다 날아가도 욕조 파이프는 지하에 연결되어 있어서 날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거대한 네브레스카 가구 마트는 1976년에 토네이도로 인해 모두 날아가서 새로 지은 것이다. 그 큰 건물이 통째로 날아갔단 말이다. 엄청난 파괴력이 아닐 수 없다.
토네이도가 잠잠해지고 미세스 오는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도저히 배가 고파서 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숙소 근처의 한국 식당으로 가니 한국의 아저씨들이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있었다. 얘길 들으니 골프 치다 오는 길이란다. 양쪽의 반응이 이리도 다르다니...
마지막이니 만큼 단점이랄까..오마하의 안 좋은 것도 얘기하자면 내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여름에 엄청 덥고 겨울엔 엄청 춥다고 한다. 그래서 토네이도도 가끔 생긴다. 벅셔 주총기간이 가장 좋은 기후 조건이다. 역시 좋은 것이 있으면 안 좋은 것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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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파티 때의 이벤트 중 하나-필자는 이렇게 타는 거 무지하게 좋아한다. 이 사진은 무려 5달러나 내고 찍은 소중한 사진이다. 즐거워 하는 필자를 보라..
간략하게 주총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가장 아쉬운 건 한국인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었다. 벅셔의 주총은 세계적 행사이자 투자가의 성지로 불릴 정도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주주들이 몰려든다. 참가한 동양인 중 대다수가 차이니즈 계통이며 순수 한국인은 필자가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도 B주식을 한 주씩 사서라도 내년부턴 지속적 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말 일생에 한 번은 가볼 만한 곳 아닌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흥얼거린 노래가 있다. 떠나기가 아쉬워서인가... 마이클 조던의 은퇴식에도 쓰인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이다.
How do I say goodbye to what we had?
The good times that made us laugh outweigh the bad
I thought we'd get to see forever
But forever's gone away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
I don't know where this road is going to lead
All I know is where we've been and what we've been through
If we get to see tomorrow
I hope it's worth all the wait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
And I'll take with me the memories
To be my sunshine after the rain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
워렌 당신을 알게 돼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광적으로 들리겠지만 당신의 추종자로서 정말 행복하답니다. 오마하에서의 일들과 주총 때의 당신의 모습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이게 끝이 아니라 믿어요.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기억할게요. 고마워요...워렌
오마하 후기를 마치며
이제 오마하 탐방기는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워렌 버펫의 발자취를 따라 오마하와 벅셔 주총 등을 둘러보며 여러 가지 느낀 것도 많고 부러운 부분도 많았다. 미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선진화되어 있고 최고는 아니다. 하지만 버펫과 벅셔과 보여준 놀라운 사례들은 우리가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자본 시장은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적인 경쟁보단 크게 보고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는 결국 한국인이며 세계무대에서 동반자적인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외 기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요즘 들어 외국 자본의 기업인수가 많아졌는데 우리라고 외국 기업 인수하지 말란 법 있는가.. 우리도 GE같은 기업 인수할 날이 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회원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솔직히 오마하 가기 바로 전날에 사이트에 가입하여 글을 남겼는데 다음날 많은 리플로 격려를 해주어서 정말 많은 힘이 되었다. 후기를 써달라는 부탁이 없었다면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개인적인 여행이 글을 남김으로써 공개적 여행이 되고 그 부담으로 인해 1번 부탁할 일도 2번 3번 부탁하게 되었다. 포기할까 하는 순간에도 큰소리 치고 왔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마하에서 많은 고마운 분들이 있지만 특별히 김미아 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실 주주티켓을 구해다 준 분은 김미아 씨가 아닌가.. 처음 본 사람을 위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정말 감동이었다. 물론 미세스 오와 보쉐하임의 수잔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올해의 4월 5월 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약 10년 가까운 투자생활 중 회의를 느낀 적도 가끔 있었지만 오마하에 간 이후 모두 사라져 버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지금까진 처음이었다. 이번 여름 오마하 탐방기를 올리던 시간도 정말 행복했다. 솔직히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살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강박 증에 가까운 완벽 주의적 성격으로 인한 여러 짜증들을 잘 받아준 정석모 씨와아이투자 관계자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 동안 오마하 탐방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워렌 버펫의 팬들에게 조그만 즐거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 뵙겠으며 어설픈 천재가 아닌 노련한 대가가 되기 위해노력 하겠습니다. 현명한 투자가가 되는 그 날까지 많이 성원해 주십시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첫댓글 원도님 멋지셔요~~ ^^
죄송한데요... 사진이 안떠요... 사진보고싶은데...흐흑
원도님 정말 멋지시네요. 저도 오마하에 가보는걸 목표에 추가해야겠습니다^^
여러가지 느낌과 감사의 글을 적을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없이 이 한마디로 족할 것 같습니다...원도님~~ 멋지십니다~~~
정말 멋지시군요...부럽습니다..^^
이야...너무 멋진 얘기들이네요...윈도님 수고하셨습니다.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