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황당하게도 역주행 경험을 했네요.
제가 한게 아니라 당한겁니다.
KTX타고 대구 출장 갔다가 저녁때 바로 일이 있어 차를 갖고 분당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집 근처인 목동으로 진입하는 양평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목동은 거의 일방통행이거든요.
새벽 2시가 좀 못됐었는데.... 차가 없어 한산한 시간
무척 피곤한 상태라 시속 60km정도로 느슨하게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양평교를 내려가는데 저 밑에서 헤드라이트 불빛 2개가 저를 비춥니다.
차도 없고 한산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헤드라이트 불빛.
어...이상하네...여긴 일방이라 헤드라이트가 보일리 없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뭔가 사고가 났나 ....경찰이 음주 단속하나...했네요.
아무튼 거리가 좀 있어서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데
황당하게도~(진짜 0.몇초이지만 순간 정말 황당합니다) 그 불빛이 점점 가까워오는게 아니겠어요?
이런이런... 순간 내가 피곤해서 허것을 보는 건가...내가 차선을 잘못들었나....
나는 양평교에서 내려가고 앞차는 헤드라이트 번쩍이면서 내 차선으로 올라오는 중.
두둥두둥......
수십번, 아니 수백번도 더 다닌 길이라 거의 본능적으로 왔다갔다하는 길인데
내가 뭔가 잘못왔나 싶더군요. 계속 주변을 두리번, 백미러로 차선도 확인하고
뒤도 보고...차가 오나 안오나....다행히 옆에도 뒤에서 차는 없더군요.
순간 차는 거의 50m 이내로 왔고....정신이 번쩍 들어서
하이빔 날리고, 빵빵 거리고..배기음 방방 거리고....할 수 있는 짓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당황을 했는지...차는 멈추지는 않고 계속 스물스물 앞으로 가네요....ㅠㅠ
그차는 정속 주행으로 앞으로 오고 있구요...이런 황당할 수가....으으
긴장 백만번 하고, 심호흡 하고...짧은 순간에 별걸 다하게 되더군요.
양평교를 내려오는 곳이 2차선인데 양옆은 벽면이라
하나님 보우하사 갑자기 자동차에 생명을 불어넣어 아우디가 스스로 폴짝 벽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두 차량이 마빡을 접촉할 것은 뻔했습니다.
안절부절....옆 차선으로 피할까?
그러다가 저 차도 옆으로 피하면 어케하지?
그냥 버티고 있을까?
그런데 저 차도 내가 피해주겠지 하고 그냥 버티면 어케하지?...
아띠 사고차 되기 싫은데....ㅠㅠ
이 상황이 한 5초정도 됐을까요?
저의 왼손은 창문 열고 열심히 손짓을 하고 있고
발은 브레이크 밟으면서 앞으로 가고 있고
오른손은 경적소리 빵빵 거리며 계속 쌩쑈를 해댔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황당하게도 그 소나타 택시(나중에 알았습니다만...)는 계속 전진.
.............
그런데 그 순간 비어있던 내 옆차선으로 차량 한 대가 나타나 나와 비슷하게 내려가는 상황 연출.
택시였습니다.
이런...피할 자리도 없이.
내차든 역주행하며 올라오는 택시든 이젠 피할 길 없어졌다는 얘기죠.
그런데 근접거리에서 갑자기 멈추는 역주행 택시.
한동안(한 10초정도...) 멍하니 서있습니다.
나도, 내 옆으로 내려오던 택시도 함께 멈췄습니다.
2 :1 !!!
아싸~ 내가 유리한 상황.
우리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역주행 택시는 올라오며 멈춘 상황.
그 어떤 또라이라도 이 상황에서는 올라올 수 없었습니다.
웬지 저는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내 옆 동지가 된 택시와 창문 사이로 얼굴을 마주봅니다.
저는 이미 한참전부터 맞짱뜰까 피할까 고민하며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새롭게 등장한 나의 동지 아저씨는 갑작스런 상황에서 저보다 더 황당한 듯 하더군요.
이윽고, 역주행 택시가 후진을 하는 것 같더니 유턴을 시도합니다.
호~ 물러나는구나...
양쪽은 2차선 폭의 벽면이라 폭이 매우 좁습니다.
그런데도 역주행 택시는 당황했는지 좀 급하게 핸들 조작을 합니다.
역시나 뒤로 쿵, 앞으로 쿵 해가면서 간신히 유턴을 합니다.
소나타라 2차선 폭에서 유턴을 하려니 힘들지요.
그리곤 황당하게도...!! 그냥 내려갑니다.
나와 내 옆의 동지 택시는 그냥 물끄러니 바라봅니다.
유턴하면서 쿵쿵 부딪히는 것도 놀라운데
아무일 없었던 듯 그냥 내려가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눈치를 보니 내 옆의 동지 택시는 뛰어가서 주먹이라도 한방 날리든지
욕이라도 실컷 해주고 싶은 심정인데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냥 가는 역주행 택시를 보고 망연자실 합니다.
저도 가슴 쓸어내리고 서서히 내려와서 역주행 택시를 스쳐지납니다.
역주행 택시, 길가로 차를 붙이더군요.
그냥 못 본채 합니다.
저는 약 3분간 내 동지였던 택시에게 깜빡이 인사하고 먼저 왔습니다.
하나님, 저는 오늘도 한 명의 운전자에게 관용을 베풀었습니다.
정모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나게 해주삼~
아 멘~
클럽아우디
황문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file/pds16/6_cafe_2007_05_23_18_14_465405eee8274)
아우디코리아 사장 도미니크보쉬와 함께.
지난 S8 런칭때였는데 한국에서 마지막 공식일정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영업적인 실적이 좋았고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으로 옮겨갔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나마 한국의 VIP마켓을 이해하고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첫댓글 헛~아무런 피해 없이...인명사고없이 마무리 되어 천만 다행이네요 ㅎㅎ 그 역주행 택시 음주 아니었을까 하는...음음 ㅎㅎㅎ 정말 놀라셨겠습니다~^^;;
그곳 지리에 익숙하지 못했었나부네요..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네요.. 글 너무 잼있게 읽었습니다.
글에서 땀이 나네요 참 다행입니다.
전 아주 예전에 하얏트갔다가 한남대교쪽으로 좌회전했는데 역주행을 한적 있습니다.. ㅡㅡ;; 첨엔 좌회전하고 직진하는데 앞에 라이트가 보이길래 '아니저런미친XX~'하면서 쌍라이트를 마구마구 때렸는데 알고봤는데 라이트가 한두개가 아니더군요.. ㅡㅡ;; 제가 역주행한거죠.. ㅡㅡ;;; 아찔했던 기억....
액땜하셨네요..전국정모 잘 진행되길바랍니다..항상 수고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