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연극인 극작가 이반 교수 별세
영원한 연극인 극작가 이반 교수가 별세한지 6년이 되었다.
이반 교수는 1940년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명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10살 때 부모님을 따라 배를 타고 포항으로 내려갔다가, 다음해 국군이 압록강까지 북진한다는 소식에 고향에 가려고 다시 배를 타고 올라오다 ‘잠깐 이면 되겠지’ 하고 내린 곳이 속초다.
“속초에서 다시 학교를 다니고 미군교회, 원산감리교 속초지소, 속초중앙교회 등에 다니며 기독교에 대해서도 눈뜨게 됐어요.”
국어교과서의 옛 시조들을 보면서 이다음에 글을 쓰면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그는 1966년 잡지 ‘새벗’에 ‘주근깨박이 꼬마천사’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1968년 서울YMCA 소극단 ‘탈’의 대표를 이반 교수가 맡아서 故 전진호 작 ‘들개’를 필자가 연출해 故 김호태, 하대경, 전우근, 유근혜, 장은정 등이 출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속초는 이반 교수를 성장시키고 극작가인 그에게 끊임없이 분단과 실향, 통일의 화두를 던져 주었던 진원지다.
그는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에게 한 마지막 강의에서 “나는 웁살라(그가 1974년 유학을 갔던 스웨덴의 한 소도시)의 춥고 어두운 겨울 속에서 통일을 염원하다 죽어간 내 아버지 세대의 처절한 삶을, 리얼을 그려야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구에서 가장 먼저 북한을 인정한 나라였던 스웨덴 웁살라에서 그는 국토와 민족의 분단 상황이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술회했다.
스웨덴 웁살라에서 경험했던 ‘친북’, ‘친남’으로 갈려 서로 반목하던 두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환상무대’(1981년)와 1901년 제주 이제수의 난을 소재로 한 ‘바람타는 城’(1982년, 제20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잇달아 발표했다. 또 그가 “내 분단 희곡의 마지막 편”이라고 했던 ‘아버지 바다’(문예진흥원 우수희곡 공연지원금. 크리스찬문학상 수상)를 1989년 극단 현대극장이 문예회관 대극장과 동숭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그는 “분단 상황이 한 개인의 의식에 미친 영향, 삶의 불안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아버지 바다’를 집필했다”고 밝혔다.
1976년 극단 현대극장 창단 멤버로 김의경, 표재순, 유경환, 김청일, 김벌래 등과 함께 이반 교수는 연극의 전문화, 현대화 운동에 적극 가담했고, 1979년 희곡 ‘그날, 그날에’로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희곡상 수상, 1984년 희곡 ‘바람타는 城’으로 제20회 동아연극상 희곡상 수상, 1989년 희곡 ‘아버지 바다’로 문예진흥원 우수희곡 공연지원금, 크리스찬문학상 수상, 2005년 희곡 ‘소현세자, 흔적과 표적’으로 제2회 창조문예상 수상했다. 2016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구대회에서 속초연합의 이반 작 변유정 연출의 <카운터 포인트>가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반 교수는 연극인 서연호 교수와 고교동창이고, 늘 건각을 자랑하기에 필자가 100m를 11초에 뛰었다고 하니 자신은 마라톤을 2시간 30분대에 주파했다고 해 놀라기도 했다.
이반 교수가 유럽에 갔을 때 빠리의 길거리에 모자를 벗어놓고 토플리스 차림의 일본여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하고 이반이 기타 반주를 하며 구걸과 흡사한 행위를 하자, 삽시간에 모자 속에 6백 달러가 들어와 놀랐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이반 교수는 9월 24일 지병으로 별세하기까지 숭의여대 교수, 덕성여대, 한국외국어대, 카톨릭대, 동국대 강사 역임, I.T.I 한국본부 희곡분과위원장, ASSITEJ(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 역임, 동북아시아 기독작가회의 한국 회장 역임. 2008년 8월 숭실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정년퇴임한 신앙심 깊은 기독교회 장로이기도 했다.
여러 해를 김청일, 고선웅, 안종관, 박훈삼, 손진책 그리고 필자와 함께 북한산 등산을 주기적으로 했을 당시는 건강했었는데, 그가 속초로 떠난 후 고교동창생인 고깃배 선주들과 매일 저녁 음주를 한 것이 지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 음주가 얼마나.....!
부디 이반 교수가 하늘나라에서도 연극에 열중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9월 24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