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 유감

[小 珍 (박기옥)]

   선배는 누가 봐도 '천상 여자' 타잎이다. 
얼굴도 이쁘고 몸도 가냘프다.
의외인 것은 식성이다.
선배는 선짓국을 유난히 좋아힌다. 
대구의 명물 국일식당을 가면 반드시 선지를 따로 더 시킨다. 
우리는 그러려니 하지만 신혼 때 이야기를 들으면 배꼽을 잡는다.

   신혼때 남편과 영화구경을 갔다고 했다.
선배는 달달한 영화를 보고 싶어했으나
남편때문에 서부 영화를 본 것 까지는 참했다. 
국일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선짓국밥이었다.
따로국밥이라고도 한다.
국밥 속에 든 선지를 남편은 싫어했고, 선배는 좋아했다.
남편이 그릇 속의 선지를 선배에게 덜어 주었다.
선배는 맛있게 먹었는데, 아쉬웠다.
    "여기 선지 조금 더 주세요."
   그것이 죄였던가.
남편이 벌떡 일어나더니 식당을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여자가 선지를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선배는 지금도 따로국밥을 먹으면 큰 소리로 말한다.
   "여기 선지 조금 더 주세요!"

[조경숙]

선지 잘먹는 게 무슨 죄라고. 그 남편 우아하고 고상한 여자만 좋아하시나 봅니다. 풀잎 같이 한들한들한. 살아보면 선지 잘 먹는 여자가 최고인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