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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산문에 서서]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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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山門에 서서]
윤정희 시집 / 정은출판(2012.05.29) / 값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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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山門에 서서
윤정희
하늘 기둥 서 있는 오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무량겁을 걸어서
걸림 없는 자리에 일어서는
산문에 기대어 흐르는 것은
너뿐만이 아닌 모두가 흐른다
길목에 떨어지는 아상我像
세월이 흘러 떠나고 돌아오는
내일이 숨쉬는
그날을 향해 손님처럼 서 있다.
식탁에 서서
윤정희
매일
입맛이 다르다
요리를 선택해서
맛깔나게 해야
간소한 재료
여름의 별미 수제비를
눌려서 다듬는
반질반질히게 밀어
구수한 정갈함
썰어 넣고 빚어내는
고명으로 호박 담아내는
쫄깃쫄깃한 맛 위에 입맛 돋운다.
흔들리고 싶다
윤정희
하나의 삶
바람에 기대어 흔들리다
하늘 높이 치솟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지난 것은
현재가 될 수 없는 지금
순간 스쳐 지나가는 꿈으로
과거를 그려놓고 달려가는
흔들리지 못하는 시간들만이
일상을 움켜쥐고 서 있다.
겨울나무
윤정희
겸허한
어젯밤 내린 비에 매달린
물방울 만삭으로 한아름 안은
투명한 떨어지는 아픔 한 겹 한 겹
벗어 던져버린 햇살 속으로
교차되는 시간 앞에
보내야 하는
우뚝 서 있는 겨울나무.
병실
윤정희
오늘
시간 속으로
죽음이
가까이 오는 그곳에
아무도 없는데
들리지 않는 숨소리
풀어내지 못한 상흔
초점을 잃어버린
눈동자 슬픔 떨림으로
손 꼭 잡은 채 응석을 부린다.
- 호스피스 자원봉사
가까이에서
윤정희
시작도
끝도 없이
먼 곳을 두리번거리다
돌아오는 시선
사랑을 주는 마음
세상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사라져 버리고
마른가지에 살아있듯
가슴이 말라버려도
그 모습
살아남은 향기가 있었다.
안개꽃
윤정희
강둑으로
흩어지는 허무의 손짓
촉촉이 젖은
가냘픈 몸이 되어
아침이면 눈 속에
빛을 등진 사랑받지 못한
어느
강 언덕 저 멀리
말없이 사라지는 안개꽃.
끈.1
윤정희
늦가을 마른버섯처럼
얼룩진 시간
실오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어진 명줄
길 떠나지 못한 채
엉겅퀴 부여잡고
저녁별을 밀어내고
이 밤을 지키고 서 있다
창밖엔
하늘 향해 치솟는 희망 하나.
- 경희의료원 호스피스 봉사
눈꽃.1
윤정희
헐벗은
겨울의 숨결
거리마다 가슴 위에
쏟아진 순백의 꽃
큰 소리마저 삼킨 채
허물을 덮어버린
소복이 내린 이 아름다움
그 누구의 솜씨일까
마른 공간에 눈꽃이
송이송이 바람에 휘날린다.
구름 속에서
윤정희
멀리 떠나가는 나그네처럼 향상도 없이
흘러서 그렇게 사라진다 서로 부둥켜안고
머물다 흩어지는 우리들같이 수많은 풍경 속으로
하늘 위에 또 하늘 향해 오르고 오르는
비상하는 삶이 사라지는 군상들.
비 내리는 밤
윤정희
창밖엔
투명한 시선으로
내리는 비는 무작정
거리를 헤맨다
모퉁이 돌아서
떠오른 얼굴 하나
싸늘히 젖어
잠든 세상 홀로 깨어
밀려드는 무언의 정적들
비가 내리면
흔적들이 이 밤도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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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佛心으로 구도자의 言語 찾기
곽문환(시인. 전 펜문학 주간)
인간처럼 나약한 존재는 없다. 절대자[神] 앞에 겸손하고 왜소해지고 그 앞에 서면 한없이 지고지순한 믿음으로 자기 자신의 흔적을 사르는 것이 시인일진대 매일 닥쳐오는 번뇌 속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걸쭉한 입으로부터 다불지 못하고 늘 허무들을 갈망하고 찾아가려는 무한한 기원으로 연약한 인간이기에 시를 찾아가고 벗어나려는 길에 서서 그리워하며 윤벙희 시인은 게을리 하지 않고 그 길을 가고 있다.
한마디 말도 못하고
바라만 본 언어의 집에는
표현이 뜻대로 되지 않아
문을 닫아버렸다
사람들은
가만히 누워있는데 묻지도 않는다
흔들림 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러다 지치면 잠이 들어
모든 애착을 잊어버리고 일상은 몸부림으로
살아있기에 의식 저편에 서 있을 우리들의 일상.
―「병상에서」전문
삶이 있으며, 인연을 단절하고 숨쉬기도 힘든 연민마저 떨쳐버린 수 없는 절망 속에 윤 시인은 불심으로 지극히 약하고 아파하는 사람 곁에서 위로하고 만져줄 수 있는 마음, 자기 것으로 승화하고 치유하려는 시인의 구도자적 희생정신 ,시인은 이 길을 침묵으로 택했을 것이다.
시인은 인간은 왜 죽음과 삶의 경계 사이에서 절박한 실상들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수련의 자세로 세상을 찾아가고 찾아 헤매어, 봉헌하는 시적 언어 찾기에 기도하는 자세로, 진실함과 선함으로 곱고 아름다움을 토해내는 간절한 연민을 찾아가려는 윤정희 시인은 진정 보살일진대, 그 시심이 곱고 아름답다고 볼 수밖에 없다.
씨의 시에 보듯
풀지 못한 인연
작아진 한마디 말
숨겨
가득 채운
연륜
담아도
흘러넘친 꼭 다문
무아無我의
석불石佛처럼
허무를 보듬어 안은
맑고 깨끗한 그대
―「머물게 하는」전문
윤정희 시인은 깨끗한 세계를 자신의 존재적 비존재를 늘 심오한 허무를 보듬어 종교적으로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있다는 자문자답의 견지에 가고자 하는 이상 세계가 꼭 다문 가르침을 펼쳐 실천하고자 부단히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엿보인다. 첫 시집 이후 시어를 찾고 마음속 펼치려는 시의 길을 가고자 하는 안으로 안으로 보여주고 숨기려는 허무들을 보듬어 안은 맑고 깨끗한 그대가 시인의 모습일 것이다.
이제 운 시인은 자신을 시인의 길에서 온통 불을 사르고 타고 남은 찌꺼기가 정수로 승화되어 오직 진실이라는 언어의 옥구슬처럼 세상으로 굴러 물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필자는 그 순리의 길에서 맑은 자신의 목소리를 펼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제2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2012년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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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人의 말
둥글게 동그라미 그려놓고 세상을 보려는 유년의 운동장에서 미지의 세상으로 무작정 달려가면 물방울처럼 여린 풀잎 위에 주르룩 떨어지는 소리 잘게 부서져 허물을 벗기듯 혹독하고 고독한 오솔길에 쪼아내는 아픈 기억 저 멀리 성숙하지 못한 여린 시인의 눈망울 맑은 진실 뒤에 꼭꼭 숨어 마음 쪼그리고 소리 없이 웃다 울어버린 날 고요 속으로 달려온 올해도 봄은 거센 바람으로 오고 있다.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늘 시인의 길을 지켜보고 용기를 준 님께 감사드리고 구순이 되신 어머님과 사랑하는 가족들, 먼 이국에서 살고 있는 동생 가족들과 기쁨을 같이 하고 싶다.
글빛 동인 그리고 항상 시의 모습을 투명하게 비춰준 곽문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 오월의 아침에
尹貞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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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윤정희 시인은 깨끗한 세계를 자신의 존재적 비존재를 늘 심오한 허무를 보듬어 종교적으로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잇다는 자문자답의 견지에 가고자 하는 이상 세계가 꼭 다문 가르침을 펼쳐 실천하고자 부단히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엿보인다. 첫 시집 이후 시어를 찾고 마음속 펼치려는 시의 길을 가고자 하는 안으로 안으로 보여주고 숨기려는 허무들을 보듬어 안은 맑고 깨끗한 그대가 시인의 모습일 것이다.
― 곽문환(시인. 전 펜문학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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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시인∥
![](https://t1.daumcdn.net/cfile/cafe/1727B2444FD5548E11)
∙본명: 차분
∙아호 : 온정穩庭
∙「문학예술」시부문 등단
∙「스토리문학」수필부문 등단
∙한국문인협회, 문학예술가협회은평문인협회 회원
∙글빛 동인, 글빛동인회장, 문학예술가협회부회장
∙저서∙시집『빛이 쏟지는 길목에』
공저『나리 않는 새는 울지 않는다』『글 쓰는 건 출산이다』『날으는 새는 하늘이 보인다』『아름다운 작은 목소리』『민들레의 찬란한 비상』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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