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전자는 직접 관여하고 있던 4건의 산재소송에서 일제히 참가 취하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산재소송은 ‘재해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 간의 행정소송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재해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소송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산재소송에서 피고인 근로복지공단 측에 ‘보조참가’를 하였습니다. 소송법상 ‘보조참가’란 소송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한 쪽 당사자를 돕기 위하여 소송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산재소송에서 회사가 ‘보조참가’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산재법상 회사는 노동자의 산재보상에 적극 조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6조).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을 돕기 위해 ‘참가’를 하게 되면 오히려 노동자가 산재보상을 못 받도록 적극 나서는 것이 되므로 산재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제껏 삼성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고용하여 삼성반도체 노동자 아홉 분에 대한 산재소송에 참여해 왔습니다. 소송에 삼성 측 변호사들이 참여를 하면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은 별 역할을 하지 않았고 삼성 측 변호사들이 피고 측을 주관하다시피 했습니다. 물론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이 유해하지 않았고, 삼성은 철저한 안전관리를 해왔으며, 의학적으로도 업무환경이 백혈병 등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왔습니다. 황유미 등 5인의 1차 소송에서 고 황민웅, 김옥이, 송창호 님, 그리고 다른 소송에서 뇌종양 피해자인 한혜경 님이 패소판결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 삼성이 오늘 보조참가를 취하했다고 합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오늘 보조참가를 취하했다고 하여 이제까지 삼성 변호사들이 소송상 행한 주장이나 증거 제출 등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황유미 등 5인의 1차 소송에서 삼성 측 변호인은 지난 5월 9일까지도 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이 소송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6월 달에 잡힌 변론기일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제와서 참가 취하를 하는 것이 소송의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도 못할 것입니다.
요컨대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소송참가를 이제라도 반성하고 취하하였고 앞으로도 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