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청안문학상 작품상 작품>
원두막
임화선
저장한 메모리는 내팽개친 원두막에
가끔씩 그립다가 줄행랑을 치며 온다
온화한 달걀귀신이 줄팽이를 돌리면서.
그리움 함량 미달 저울추에 매달고서
수박이 굴러간다 마귀 할멈 눈까풀로
참외도 익어만 간다 두 눈을 부릅뜨고.
심통 난 허깨비는 빈 공중에 매달려서
낡은 것 선명하게 수수깡의 안경 쓰고
한여름 반딧불이가 원두막을 밝혀준다.
<작품상 심사평>
임화선 시인의 「원두막」
임화선 시인은 소재가 다양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도 광대하다. 그러한 이유는 여행을 두루 많이 하여 견문을 넓히고 범상치 않은 체험을 많이 해서 그러리라고 본다.
시조 「원두막」은 토속적 향토적 색깔이 짙다. 제목 자체가 ‘원두막’이어서 어릴 적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이 글에서 ‘내팽개친 저장한 메모리’는 원두막의 상황과 대조되는 상황을 그려낸 듯하다. 수박과 참외가 굴러다니는, 되돌아온 작가의 원두막에는 그 옛날 토속적 민속적인 온갖 현상들이 재현되고 있다. 달걀귀신, 마귀할멈, 허깨비, 수수깡의 안경, 한여름 반딧불이 등 작가의 눈앞에서는 지금도 다 이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중심축은 ‘추억에 대한 그리움’에 있다. 그러기에 작가의 뇌리와 눈앞에는 온갖 옛날의 현상들이 환상으로 환각으로 원두막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작가의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이용한 시상의 전개가 오히려 독자들에게 독특한 인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있다.
임화선 시인의 범상치 않은 의식의 흐름으로부터 비롯된 그리움의 세계가 독특한 필법을 제시해 주는, 멋진 연시조이기에 작품상으로서의 가치가 넘쳐흐른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작가의 창의성과 놀라운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 심사평 : 김부배, 황의수, 이광녕(집필)
제2회 청안문학상 작품상 당선 소감/원두막
임화선
일찍이 이호우. 이영도 시조 시인이 살고 있던 고장에서 태어났다. 경북 청도는 시조 시인의 고을이다.
2019년〈청도문인협회〉에 입회하면서, 이영도 시조 시인에게 3년간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사사(師事) 받은 민병도 시조 시인을 만나게 되었고, 시조를 더 깊이 관조하게 되었다.
이광녕 교수님의 시조 강의를 들으면서 오늘에 이르러 원두막이 작품으로 승화하여 작품상으로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원두막은 내 고향의 원천이자 내 시의 원류이기도 하다. 아산 곡교천을 정원으로 삼고 하루에 한 번씩은 걷고 있다. 이때 원두막으로 작품상 소식을 접하게 된다.
미리, 예상되는 꿈은 꾸지 않았다. 작품상을 계기로 더 오래 시조 쓰기에 전념하려고 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