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는 오렌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제우스와 결혼하게 된 헤라에게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 사과밭에서 딴 사과를 선물했다.
근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 황금 사과가 사실은 오렌지였다고 믿고 있다.
오렌지 꽃은 수세기 동안 순결과 정절을 상징해왔고, 상록수라는 점에서 변함없는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향을 가진 식물 중에서 오렌지만큼 현실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드물다.
오렌지는 매우 수익성이 뛰어난 식물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향수 구성 요소의 12퍼센트 정도가 오렌지 꽃이기 때문이다.
오렌지 나무에서 꽃과 과일을 얻으려면 적어도 4년은 걸리지만 평균적으로 나무 한 그루에서 얻는 연간 12킬로그램의 꽃은 4년이라는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1리터의 순수 에센스를 만드는데 1,000킬로그램의 싱싱한 꽃잎이 필요하지만 오렌지 나무는 매우 잘 자라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원료를 넉넉히 공급할 수 있다.
인도와 중국이 원산지인 오렌지 나무는 12세기 무어인들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그들은 시리아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스페인으로 오렌지 나무를 들여왔다.
정복자와 십자군 전사들도 유럽에 돌아올 때 지중해산 오렌지를 가지고 왔다.
성 도미니크는 1200년 경 로마에 최초의 오렌지 나무를 심었는데 베르가모트가 흘러나와 먹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이 나무는 아직도 로마 인근 성 사비나 성당 수도원에 보존되어 있다.
이같이 다양한 고대의 나무들이 스페인 세비야의 알카사를 정원에서도 아직 자라고 있다.
감귤류는 매우 다양한 만큼 여러 등급의 향과 오일을 산출해낸다.
맛이 단 것과 쓴 것이 있고, 꽃에서 얻는 것과 껍질에서 얻는 것이 다르며, 나무껍질이나 잎사귀, 가지에서 얻는 것도 있다.
이 오일을 섞어 오 드 콜로뉴, 등화수, 오렌지 에센스를 만들기도 한다.
보통 오렌지 나무 전체를 수확하지만 꽃과 껍질의 향이 가장 두드러지며, 껍질 표면의 작은 알갱이들을 터뜨리는 압착방식으로 에센셜 오일을 얻는다.
네롤리는 오렌지 꽃에서 증류되며 스위트 네롤리 오렌지는 15세기에 처음 재배되었다.
향수 원료로서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1680년 오렌지 꽃의 오일은 '네롤리 에센스'라고 불렸다.
네롤리의 왕자인 플라비오 오르시니의 아내가 오렌지 꽃 에센스를 장갑과 침대에 사용하여 큰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로마 사람들은 이미 네롤리를 발견했던 것 같다.
로마 사람들에게 끌려간 불행한 사빈 여성들은 그 오일을 강하다는 뜻의 '네로'라고 불렸다.
오렌지 숲은 사빈 사람들이 살았던 이탈리아 남부에 연전히 무성하게 보존되어 있다.
폼페이와 카르타고의 프레스코 벽화에는 오렌지나 레몬과 매우 비슷한 시트러스 과일들이 묘사되어 있다.
사람들은 시트러스 과일을 먹기 오래전부터 그 아름다움을 탐하고 갈망해왔다.
오렌지 꽃은 능숙한 사람은 하루에 20킬로그램의 꽃을 딸 수 있지만 반드시 해가 쨍쨍한 날 따야 한다.
꽃이 젖으면 오일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잎사귀가 오일 향을 악화시키므로 꽃을 딴 다음에는 잎사귀를 잘 골라내야 한다.
일부 농부들이 나무를 흔들거나 막대기로 꽃을 쳐서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그런 방법을 쓰면 오일이 거칠어지고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모인 꽃을 펼쳐놓고 밤사이에 발효되지 않도록 가끔씩 뒤집어준다.
대부분의 네롤리 오일이 증류되는 현대식 증류기에는 700리터의 물과 300킬로그램의 꽃이 들어간다.
꽃은 끓는 물에서 떠다니게 놔두어야 하며 열을 가해서는 안 된다.
열이 가해지면 꽃이 서로 붙어버려 증기가 꽃과 접촉하지 못하고 그냥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증류 과정을 보면 1킬로그램의 꽃에서 약 1리터의 등화수가 얻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1밀리리터의 네롤리 오일을 만들어 낸다.
오렌지에서 추출되는 네 개의 에센셜 오일인 네롤리, 오렌지꽃 엡솔루트, 페티그레인, 베르가모트는 모두 다른 향을 가지고 있다. 네롤리와 베르가모트가 레몬이나 그레이프프루트, 만다린에 비해 향이 풍부한 반면, 오렌지 꽃 엡솔루트는 꽃향기가 진하다.
시트러스 베르가미아의 껍질에서 얻어지는 귀한 에센셜 오일인 레모니 베르가모트는 향수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때문에 향수 원료로 인기가 매우 높다.
베르가모트라는 이름은 처음 판매된 도시인 롬바르디아 주 베르가모 현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그 향이 물보라처럼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오렌지 100개의 껍질에서 얻을 수 있는 에센샬 오일의 양은 고작 1밀리리터이지만, 그 알싸한 향은 다른 향들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시트러스 노트는 향수의 탑 노트에 상큼한 맛을 선사한다.
미들 노트가 전해지기 전에 이미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이다.
레몬, 베르가모트, 오렌지, 만다린, 그레이프프루트, 그리고 라임 등이 탑 노트에 속하여 은백색의 막은 노트를 형성한다.
시트러스 노트는 신선하고 활기 넘치며 가벼운 향 때문에 향수의 피라미드 공식에서 언제나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다.
-셀리아 리틀턴-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