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기농업의 기초상식
1) 질소과잉을 막아라
다수확을 하려고 비료를 많이 준 것이 항상 화근이 되어 도복이 되고 병이 나고 벌레가 먹게 된다. 무비료 재배는 무조건 비료를 안 준다고 하기보다 토양에 양분이 충분히 있어 비료를 안주고도 잘 자라기 때문에 안준다고 봐야지, 무조건 안준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무농약재배도 비료성분(무기태, 유기태도 포함)이 과잉되지 않고 섬유질이 많고 튼튼하게 자라서 벌레가 못먹고 환경이 개선되어 병이 발생되지 못하기 때문에 농약을 안주는 것이다.
2) 적지 선정이 잘 되어야 한다
넓은 들 한복판에서 혼자 유기농업을 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타농지와 경작관계에서 피해가 없어야 하고, 농업용수가 자연수로 오염되지 않고 매연·분진·가스 등이 발생되지 않는 곳으로, 될 수 있으면 산밑 외진 곳이 적지다.
3) 작목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각 작물마다 온도와 수분, 영양흡수가 다 다르다. 양지쪽에 심을 작물, 습지에 심을 작물 등 특성을 알아야 한다.
4) 내병성이 강한 품종을 선택한다
품질이 우수하면 병에 약하고, 병해충에 강한 재래품종은 품질이 떨어진다. 우선 병발생이 안되어야 무농약 쪽으로 갈 수 있기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유기농업으로 보완하면 된다.
5) 전후작의 관계를 고려하라
한곳에서 동일 작목을 연작 생산하려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태양열 이용의 하우스토양 처리법이나 충분한 담수, 객토, 흙뒤집기 등을 하여 염류집적을 막아야 한다.
작물간의 상호기피작용도 있어 무 심었던 곳에 토마토를 재배하면 역병이 발생하고, 마늘이나 파 수확 후에 쪽파를 심으면 고자리가 먹고, 알타리무 수확 후 셀러리를 심으면 다 죽어 버린다. 그와 반대로 잘되는 작물도 있다.
6) 물 사정이 좋아야 한다
논이고 밭이고 물이 충분하지 못하면 순조로운 생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뭄의 피해는 토양의 붕소와 칼슘의 흡수를 저해하여 생리장해를 일으킨다. 오이의 꼬부라짐 현상, 고추 그을음, 토마토 배꼽썩음병, 배추 심부병 등 많은 질병 발생의 원인이 수분에 있는 것이다.
7) 병해충 발생시기를 피하고 유인 및 기피현상을 이용하여 병해충 발생조건을 차단하라.
유기농업의 최선의 방법은 병해충의 최대 발생시기가 오기 전에 질소과잉을 피하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8) 생태계 천적을 보호하라.
해충과 익충(천적)을 구별하지 못하면 유기농업을 실천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식물성 식성으로 작물을 가해하는 것은 해충이고 그 벌레를 먹이로 하는 벌레는 천적이니 벌레라면 무조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28점됫박벌레(무당벌레류)는 감자잎과 가지잎, 그리고 열매에까지도 피해를 주지만 왕무당벌레와 같이 등에 반점이 2, 4, 5, 7, 14개 있는 것들은 진딧물을 먹이로 하는 천적이다. 사람이 벌레를 잡느라 고생하느니보다는 벌레는 벌레끼리 싸우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효과적인 관리방법이다.
2. 영농화학물질의 피해
유기농업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대두된 것은 화학비료와 농약의 개발에 이은 무분별한 남용에서 연유되었다고 볼 때 그것의 사용과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화학비료의 사용과 피해
화학비료는 1859년에 독일의 화학자(생물학자가 아님) 리비히에 의한 식물의 10대 무기영향학설의 주장과 함께 사용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56년에 충주비료, 61년에 나주비료가 가동되면서 본격적으로 화학비료에 의한 영농이 시작되었는데,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한 점에 매료되어 함부로 남용한 결과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성과를 보았던 것 이상의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1) 토양의 산성화
요즈음의 농민으로서는 토양의 산성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으로 본다. 토양은 원래가 중성을 유지하여 왔던 것이나, 계속적인 화학비료의 과다살포와 공업화에 따른 산성비의 영향으로 차차 산성화의 길을 치닫게 되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농토가 pH4.5∼5.5의 강산성을 띠게 된 것이며 경기 양주군의 한지역처럼 pH2.9까지 떨어진 지역도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토양이 심하게 산성화되다 보니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식물도 따라서 산성식품이 되고, 그러한 식물을 매일같이 섭취하는 동물이나 사람도 산성화되어 가고 있다. 요즈음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 의례히 산성체질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어 버렸다 (身土不二).
토양이나 식물이나 인체가 산성화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자연계에 있는 각종 균들중에서 병원균들은 대부분이 산성속에서 잘 번식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성을 띤 토양이나 작물, 체질에 있어서는 각종 질병이 끊임없이 발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 토양의 단립화(單粒化)
화학비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에는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풀을 두세번씩 베어가며 산풀, 짚, 인분뇨 등을 활용한 퇴비를 열심히 만들어 논과 밭에 넣고 농사를 짓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꾸준히 실천하여 왔었다. 그러나 화학비료를 마음대로 사용하면서부터는 그렇게 땀흘려 풀베고 퇴비를 만들어 넣지 않아도 농사가 잘되다 보니, 차차 퇴비의 사용량이 줄어져서 지금은 예전의 10분의 1이하로 줄어져 버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양에 유기물 투입이 적다는 것은 유기물 자체의 함량부족 뿐아니라, 토양의 공극형성에 의한 통기성이나 보수성이 악화되면서 흙이 단단히 굳어져 식물의 뿌리가 뻗어갈 수 없어 생육부진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3) 화학비료의 유실
우리가 화학비료를 살포하였을 때 물에 녹았다고 해서 전량 식물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흙속의 유효미생물의 작용으로 2∼3단계의 변화를 거쳐 비로소 작물에 흡수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유효미생물의 활동은 토양중에 함유된 비료의 분해에 크게 관여하고 있는바, 경토층 1㎏에 함유된 요소를 1일에 0.1∼0.5g씩 분해하여 암모니아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10a에 20㎏의 요소를 경토층 10㎝에 시비하였다면 경토 1㎏에 요소 0.2g이 함유된 셈인데 지온 30℃일때는 요소는 약 2일이내에 암모니아로 변한다는 계산이 된다.
이 요소는 우레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암모니아로 변한다. 또한 토양에는 암모니아를 초산으로 변화시키는 초산화성균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요소가 암모니아를 거쳐 초산으로 변하게 되는데, 여름에는 요소비료가 투입되면 1일만에 암모니아로 변하고 10일만에 초산이 생성된다.
그럼에도 토양의 산성화로 유효미생물은 숫자가 줄어져 가는 반면에 유해미생물(有害微生物)은 증식되어, 질소질은 탈질균의 작용으로 유실되는 양이 많아 평균적으로 70%의 질소질이 유실되고 있다. 인산·가리성분도 거의 90%가 불용해성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학비료의 유실이 해가 갈수록 많아지니 유실되는 양만큼의 화학비료를 더 뿌려야 되고, 그러다 보니 토양은 더욱 산성화가 심해지면서 화학비료의 유실이 더욱 촉진되고 있다. 이와같이 흙이 굳어감으로써 작물의 뿌리내림이 건전치 못하고, 유기물 부족에 의한 양분흡수 불량으로 생육이 부진한데다 지속적인 산성화로 병균이나 해충이 많이 번식되게 되어 차차 병해충이 만연해지자 한손으로는 화학비료를 뿌리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병해충을 잡기 위한 농약을 뿌리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이 흡수되지 못하고 유실된 70%이상의 화학비료성분은 강으로, 댐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물속에 양분이 많아지는 부영양화현상(富營養化現狀)을 초래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끼류나 프랑크톤의 무한한 증식으로 강이나 댐 바닥이 썩고 바다에 적조현상이 나타나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인간의 생명줄인 모든 물을 죽여버리는 또다른 피해를 주고 있다.그래서 화학비료의 유실을 철저히 막아 현재 사용량의 30%만 사용하되 전량 흡수시킬 수 있는 유기농법을 조속히 적용시켜야 되는 것이다.
[출처 : 사단법인 한국유기농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