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이 넘어서 무등산을 다시 찾는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가고싶지 않은 산이지만 이번에 정상이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산세가 밋밋하고 크게 볼거리가 없는데다가 오르내림이 별로 없어 산을 타는 재미가 별로이기 때문에 무등산을 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효사주차장을 들머리로 삼아 옛길을 따라 오르기로 했다.
포장도로를 잠시 따라가면 좌측으로 무등산옛길 들머리가 있다.
초장부터 온통 너덜길이 이어지고,
제철터가 있다는데 아무 표시가 없어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국립공원이라면 유적지에 안내표지판이라도 세워놓아야 할 것 아닌가!
산죽길도 지나고,
다시 이어지는 너덜길.
치마바위가 있다는데 아마도 이곳을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표지도 없다.
오늘 처음으로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조그만 계곡 옆에는 탐방객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이곳이 목교인 줄 알았는데 좌측으로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돌계단을 오르면,
목교에 도착한다.
하지만 어째서 이곳에 목교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식사를 하고,
다시 올라가는데 능선까지 계속 돌계단이 이어지고...
시야가 트이며 중봉이 보인다.
단풍이 약간씩 드는 것 같지만 그리 곱지는 않다.
뒤로 서석대가 보이고...
다시 좌측으로 이번에 개방한 인왕봉이 보인다.
하산할 방향인 장불재.
서석대의 위용.
입석대와 함께 이곳의 주상절리가 볼만하다지만 제주도에서 2년 생활한 적이 있는 나에게는 별 감흥이 오지 않는다.
천왕봉의 남서쪽에 병풍처럼 서 있는 서석대는 해발 1,050~1,100m에 위치해 있다. 87~85백만 년 전 화산 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석영안산암질 응회암이 1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거쳐 지표에 노출되기 시작하고 긴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현재의 수려한 주상절리와 주변의 너들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무등산이 예로부터 서석산이라하여 이곳 전망대에서는 무등산이 광주를 품 듯 시가지의 전경과 멀리 월출산을 조망할 수 있고 해질녘 서석대에 비치는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응회암 : 화산재가 쌓이고 눌려 굳어진 암석.
주상절리 : 마그마가 냉각 응고함에 따라 부피가 수축하여 생기는 다각형 기둥 모양의 틈.
인왕봉이 보이고,
장불재갈림길에 올라섰다.
이제부터는 좌우전후 시야가 확 트이고, 억새밭도 이어진다.
좌우로 펼쳐진 억새밭 저 뒤로 정상이 보이는데 군기지가 있는 중앙 쪽이 실질적인 정상인 천왕봉이고 이번에 개방된 곳은 좌측의 인왕봉까지다.
인왕봉까지 이어지는 계단.
이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데 정면에 보이는 것처럼 군기지가 있는 천왕봉 방향은 마치 가림막처럼 막아 놓았다. 이 장벽 역시 인왕봉까지 이어졌다.
꼴보기가 무척 흉한 모습이었다.
인왕봉 정상.
전망대도 있지만 뭐 볼만한 것이 있어야 말이지!
올라왔던 곳으로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오후에 약한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 탓인지 시야가 별로 좋지 않다.
내려가면서 본 인왕봉.
무등산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이렇게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천왕봉(1,187m)에 올라서면 광주 뿐 아니라 담양, 영암, 나주, 전북 순창 등 호남 일원이 한 눈에 들어오며 맑은 날엔 지리산도 조망할 수 있다. 지왕봉은 꼭대기에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고 담력을 길렀다는 뜀바위가 있다. 인왕봉은 세 봉우리 중 가장 낮으며 서석대 쪽에서 가장 잘 보인다.
장불재로 향한다.
서석대 표지석이 있지만 장불재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장불재가 흐릿하게 보이고...
가을의 전령이 국화라지만 용담도 마찬가지.
백마능선.
백마능선은 해발 800~900m 사이의 2.5km 대규모 능선으로 백마의 잔등모양 지형 위 억새의 모습이 백마의 갈기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이 길은 호남정맥 길로 큰 경사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장불재를 시작으로 능선을 따라 낙타봉을 거쳐 안양산 정상으로 이어지며, 봄철에는 철쭉군락이 능선구간을 빨갛게 물들이고 가을철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입석대.
장불재 도착.
무등산 정상이 꽤 멀어졌다.
장불재에서 잠시 쉬고 중심사 방향으로 진행한다.
너덜길은 끝이 없고,
중봉 갈림길을 지나,
중머리재에 도착했다.
대부분 여기서 중심사 방향으로 하산하지만 몇이서 운소봉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서인봉 옆으로 계단을 내려가서,
새인봉으로 향한다.
머리조심!
하필이면 이곳으로 계단을 놓아서...
중심교 갈림길을 지나고,
계단을 올라서,
거대한 암릉을 돌아가니,
나무 사이로 새인봉이 보인다.
지나온 정상과 중봉, 장불재 등도 돌아보고...
새인봉 정상.
특별히 볼 것은 없다.
중심사를 살짝 당겨보고,
하산길을 이어간다.
간혹 이쪽으로 올라오는 산객들도 보이고...
곳곳에 쉼터도 있다.
중심사에서 내려오는 도로와 만나지만,
주차장까지는 아직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한다.
전통문화관.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감한다.
도상거리 12.1km, 5시간 소요.
오랜만에 찾은 무등산이지만 예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정상 개방이라 기대했건만 진짜 정상은 구경도 못하고, 계단만 잔뜩 오르내린 것 같으니 뭔지 모르게 아쉬운 느낌만 드는 듯하다. 날씨도 크게 받쳐주지 못한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