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하는 진달래들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었다고,정의의 승리라고 미합중국의 버락 오바마가 연설하고 자빠졌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이슬람을 위해 성전을 수행했고, 파키스탄의 도시 아보타바드 한 저택에서 사살되었다. 그는 아프카니스탄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이슬람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알카에다 전사들이나 이슬람 극단주의자(지하디스트)들에게는 이미 죽는 순간 신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고독하고 처절한 독수리 같은 심정으로 산정에서 별을 우러르는 그들의 형형한 눈빛에서는 이미 '순교자'로 부활하여 하늘로 훨 날아올랐는지도. 사람은 죽었겠지만 상징은 쉽게 죽지 않는다. 깜깜한 밤일수록 신들의 세계는 넓어지고 깊어지지 아니하던가. 지구의 어딘가에서 인간이 인간을 죽이며 환호하고(로이터통신은 "고유가 등 악재에 허우적대던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단기간에 뛰어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 사람이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여 신으로 탄생하나니, 무수한 추종자들이 그를 떠받들고 숭앙하나니.
시공원이랍시고, 작년 재작년 목포시 살림과 직원들이 아파트 앞산에 들이닥쳐 소나무들만 남기고 다 쳐내기에 쫒아가 여러 번 싸웠다. 나무들 좀 가만 놔둬라, 살던 새들도 작은 짐승들도 다 도망간다, 어르고 달래며 삿대질을 하였으나 산은 깨끗하게 다 솎아졌다. 속이 상해 통 가지 않다가 갑자기 앞산 녀석이 궁금해 올 봄 올랐더니 진달래들이며 사스레피나무며 산쥐똥나무며 청미래덩굴이며 졸참나무며 노린재나무며, 어린 잡목들이 한창 데모 중이었다. 작고 여린 주먹을 펼쳐든 풋것들이, 경찰들의 곤봉에 얻어맞았는지 벌겋게 이마가 까진 진달래 곁에서 군중의 일부가 되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사태가 무언가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가만가만 살피니 잘려나간 하나의 가지에서 서너너댓개 씩의 잔가지들이 보란 듯 솟아나서 찬란한 분홍빛 얼굴들 내민 사이사이로 귀여운 연초록 주먹들을 마구마구 펼쳐내는 것이었다. 제발 우리 모가지 좀 함부로 쳐내지 말라고, 대가리에 피 흥건히 적신 채 산꼭대기를 향해 떼거리로 우우 몰려가는 것이었다.
첫댓글 왜 우린 그렇게 못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