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삼성전자와의 3차 교섭을 앞두고
반올림과 삼성전자와의 3차 교섭이 6월 25일(수) 오후2시에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립니다.
이번 교섭에서는 지난해 12월에 전달한 반올림의 <요구안>에 대한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교섭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지난 2차 교섭에서처럼 삼성 측 교섭단이 피해가족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고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지난 교섭에서 삼성은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나 시위를 한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ㆍ고발을 취하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6월 9일자로 고소ㆍ고발을 취하했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현재 재판이나 경찰 조사를 진행 중인 4건 중에 일부 사건만을, 동일한 사건 중에서도 교섭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피해가족과 활동가만을 골라서 고소를 취하하였습니다.
우리가 이 상황을 지적하자 삼성은 “이번 대화와 무관한 사람들은 고소 취소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교섭에 직접 참여 중인 피해가족에 대해서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건의 경우 “삼성전자가 아닌 에스원 경비요원 개인이 제기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올림 측에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행위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까지 했습니다.
이런 삼성의 입장을 접하며 우리는 삼성이 과연 2차 교섭 자리에서 고소ㆍ고발을 취하하기로 약속한 취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이 집회ㆍ시위를 벌인 이유는 지난 5월 14일 권오현 대표이사도 인정했듯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직업병 피해자들의 아픔을 방치하였기 때문입니다. 고소ㆍ고발 취하는 당시 삼성전자의 발표가 단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신뢰 회복의 첫 발걸음으로 정식 교섭에서 약속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고소ㆍ고발 취하는 그 자체로 정당한 요구일 뿐 아니라 교섭에 필요한 신뢰회복을 위하여도 당연히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의 집회ㆍ시위를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행위”인 듯 언급했고, 삼성이 책임회피로 일관했던 긴 세월 동안 피해가족들의 곁에서 함께 연대해 온 사람들을 “이번 대화와 무관한 사람들”로 치부해버렸습니다. 나아가 회사가 아닌 삼성 직원 개인이 제기한 고소라는 이유로 취하를 미루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삼성이 현재 진행 중인 고소를 모두 취하하더라도 지금까지 피해가족들이나 활동가들이 삼성의 고소 남발로 경찰 조사와 재판에 불려 다니며 받은 괴로움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불량성 빈혈로 13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유명화 씨(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노동자)의 아버지 유영종 씨의 경우, 삼성본관 앞 1인 시위 중 삼성 경비로부터 강력한 저지를 받았으나 오히려 삼성 측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200만원의 벌금이 나오기까지 하였습니다. 다행히 법원에서는 1, 2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결 받아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었지만, 그러기까지 유영종 씨는 물심양면으로 많은 부담과 상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피해가족들은 이와 비슷한 상처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삼성이 이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처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ㆍ고발을 전부 취하하고 앞으로의 교섭에서 진전된 자세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4. 6. 23.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첫댓글 삼성이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3차 교섭에 임하기를 기대합니다. 반올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