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풀릴 예정이지만 부동산시장에는 아직 보상금 여파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전 같으면 보상금이 풀리기 전부터 움직일테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규제가 많고 주택시장 전망도 불투명해 보상자들이 좀더 두고 보자는 관망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은 조용한 편이지만 보상금이 본격적으로 지급되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11일부터 고양삼송지구에서 2700여명의 지주들을 대상으로 2조4000억원의 보상금이 풀린다. 성남 여수지구 보상도 곧 들어간다. 앞서 지난달 20일부터 평택 소사벌지구에서 1118여명을 대상으로 9444억원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까지 60억원 정도가 나갔다.
지주들, 아직은 움직이지 않아
보상금이 가장 많이 몰려 갈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주택시장에선 아직 보상금이 흘러들고 있지 않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재건축단지 주변의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보상금 수령자들이 투자용으로 매수를 하는 움직임이 없다”며 “예전 판교 보상 때는 꽤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보상 초기여서 두고 보자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수요가 많이 몰리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11ㆍ15대책 이후인 데다 비수기로 인해 시장이 보합세를 보일 뿐 보상금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
분당에도 별 조짐이 없고 삼송지구에서 가까운 일산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삼송지구 인근 대지공인 유정빈 사장은 “3년 이내에 대토를 구입하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지주들이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금이 강남 주택시장과 보상지역 인근 토지시장을 들썩이게 할 가능성은 크다.
송파구 잠실5단지의 경우 주인들이 보상금이 흘러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벌써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추세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34평형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36평형 매물도 3개뿐이고 호가가 2000만원 정도 오른 16억원이다”고 말했다.
개포주공 인근 베스트공인 정영진 사장은 “여전히 강남권 재건축이 가장 투자성이 높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상금이 움직인다면 이쪽으로 올 것”이라며 “시장동향을 알아보는 문의 전화는 간간이 있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근영 사장은 “파주신도시 인근까지는 대토가 되는 땅이어서 개발호재가 많은 이쪽으로 보상금이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파주신도시 인근, 성남일대 등도 투자 영향권
일산 풍동지구 LG공인 장순영 사장은 “기존 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올라 추천하기가 부담스럽다”며 “파주신도시 등의 새 아파트 분양을 권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중동 대원공인 박용훈 사장은 “각 지주들에게 이미 통보된 보상금액이 적게는 5억원대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갑자기 손에 쥐게 된 거액의 보상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요즘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금의 30~40%는 광주ㆍ이천ㆍ여주 등지의 논을 대토용으로 구입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성남시 일대의 재개발ㆍ재건축에 투자하겠다는 지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15일부터 보상금이 풀릴 오산 세교2지구 인근 원동 한샘공인 김종철 사장은 “정남ㆍ서탄ㆍ향남면 등지의 논을 대토용으로 미리 구입한 지주들이 많고, 실제 보상금을 받으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나 상가를 사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산 일대에는 100억원대 이상의 ‘현금 부자’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산시 누읍동 서동미래공인 조충례 사장은 “세교1지구 보상금으로 두곡ㆍ벌음동 일대의 논을 대토로 구입한 지주들이 많았는데, 두곡ㆍ벌음동 일대 토지도 수용되면서 2번이나 보상을 받게 된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