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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탐구 스크랩 초소형의 `도자기 제조 기법 박람회장` - 청자칠보투각향로
울산 추천 0 조회 380 13.06.20 21: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초소형의 '도자기 제조 기법 박람회장'

청자칠보투각향로


        
  다양한 모습의 청자들이 각기 위세를 뽐낸 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자'가 막을 내린지도 어언 3개월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청자 전시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당시 특별전에 출품된 유물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했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청자 유물들은 물론, 평상시 보기 힘들었던 간송미술관 소장의 청자들도 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자'에 그 선을 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자'를 둘러본 관람객들에게,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유물이 무엇이었는가를 질문한다면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연꽃넝쿨 무늬로 수놓은 매병(국보 제97호)을 언급하실 분도 있을 거고, 참외 모양의 단아하게 생긴 병(국보 제94호)을 꼽으실 분도 있을 겁니다. 혹은 물가의 맑은 풍경으로 장식된 정병(국보 제92호)이 최고였다는 분도 있을 것이며, 학이 구름 사이를 노니는 모습을 상감 처리한 매병(국보 제68호)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테죠.

 

  이렇듯 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유물이 뭐였는지에 대한 대답은 관람객들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각양각색의 성향을 가진 관람객들 중 십중팔구가 마치 서로 사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들 적잖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흥미롭게 감상했을 유물 한 점이 있었으리라고 감히 장담해 봅니다. 바로 청자칠보투각향로(국보 제95호)죠.

 

 

 

  '청자(靑磁) 투각칠보문뚜껑[透刻七寶文蓋] 향로(香爐)'로도 불리는 청자칠보투각향로는, 도자기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을 한 군데에 모아 놓은 가히 초소형의 '도자기 제조 기법 박람회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가치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크게 세 부분, 즉 뚜껑 - 몸체 - 바닥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유물에는 각 부위 곳곳에 형형색색의 도자기 제조 기법들이 스며들어 있죠. 덕분에 관람객들은 청자칠보투각향로라는 문화재 한 점을 봄으로써 여러 도자기 제조 기법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청자칠보투각향로의 각 부위에 반영된 다양한 도자기 제조 기법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① 뚜껑 부분 - 투각 기법과 상감 기법
  

  청자칠보투각향로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는 부분을 꼽자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뚜껑일 것입니다. 이는 '칠보무늬'를 투각한 것인데요. 여기서 칠보무늬란 인도 신화에서 전륜성왕이 가진 일곱 가지 보물에서 유래한 길상무늬이며, 이러한 무늬의 바깥 부분을 도려내는 식으로 도자기를 제조하는 기법이 바로 '투각 기법'이라 하겠습니다.

 

  투각 기법은 단순히 무늬를 새기는 게 아닌, 그 무늬가 돋보이도록 무늬 바깥 부분을 완전히 파내어 없애는 방법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기에 그 작업 과정은 타 기법들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죠. 물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투각 기법이 사용된 도자기는 선명한 무늬, 뛰어난 입체감으로 그 가치가 높은데, 그중에서도 투각의 양이 많으면서 그 크기도 작은 도자기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청자칠보투각향로의 뚜껑을 자세히 보면, 칠보무늬가 교차하는 지점에 하얀색 동그라미가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붓으로 흰색 점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만든 게 아닌, '상감 기법'을 이용해서 하나하나 정성 들여 연출한 것이죠. '고려'하면 '상감 청자'라는 이미지가 반사적으로 연상될 정도로, 상감 기법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도자기 제조 기법이라 하겠습니다.

 

  상감 무늬의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완성된 도자기의 바탕흙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그 파인 부분을 색깔 있는 흙으로 메웁니다. 여기에 유약을 입혀 구우면 도자기의 바탕색과는 다른 무늬가 나오게 되는데, 흰색 흙을 넣은 부분은 흰색 무늬로, 붉은색 흙을 넣은 부분은 검은색 무늬로 나타나게 되죠.

 

  상감 기법 역시 그 작업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다른 종류인 바탕흙과 무늬흙 간의 결합을 얼마나 조화롭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둘이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면 무늬가 떨어진다든지, 아니면 유약이 무늬에 번진다든지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상감 청자는, 비색 청자와 더불어 고려청자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② 몸체 부분 - 첩화 기법과 양각 기법
  

  청자칠보투각향로의 가운데 부분은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즉 연꽃 형상의 몸체가 칠보무늬로 장식된 구형(球形) 뚜껑을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죠. 혹자는 몸체 부분의 연꽃 장식이 흙 한 덩어리에 연꽃잎들을 새긴 뒤 이를 통째로 구워 내는 식으로 간단히 제조된 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는 대충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려 장인들은 이 연꽃 장식을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 덩어리'의 연꽃 장식을 통째로 구워 낸 것이 아닌, 연꽃잎 장식들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 뒤 이를 일일이 짜 맞추는 방식으로 향로 몸체 부분을 완성해 냈죠. 이러한 기법을 '첩화 기법'이라고 합니다. 과거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유명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자기 옷을 자랑하면서 "이 옷은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거야"라고 말한 것처럼, 청자칠보투각향로의 연꽃 장식도 '고려 장인이 연꽃잎 장식들을 하나씩 하나씩 피땀 흘려 가면서 붙인' 노력의 결과물이었던 것이죠.

 

 

 

  또한 연꽃잎 장식들을 자세히 보면 꽃잎들마다 잎맥이 가늘게 표현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잎맥은 안으로 움푹 들어간 게 아닌, 밖으로 약간 돌출되었는데요. 이렇게 무늬 주변을 조각칼로 파내어 무늬 자체가 도드라지게 하는 기법을 '양각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조각칼로 그릇 표면에 홈을 내어 무늬를 새기는 기법을 '음각 기법'이라고 하죠. 쉽게 말해 양각 기법은 '돋을새김 기법', 음각 기법은 '오목새김 기법'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이상 언급한 바와 같이 청자칠보투각향로는 낱개의 연꽃잎 장식도 결코 그냥 만들지 않았던 선조들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문화재라 하겠습니다.

 

 

 ③ 바닥 부분 - 상형 기법과 철화 기법
  

  어린이들이 이 청자 향로를 보고 가장 좋아라하는 부분을 꼽자면, 단연 도자기의 바닥 부분일 겁니다. 왜냐하면 앙증맞게 생긴 토끼 세 마리가 맨 아랫부분에서 향로를 떠받들고 있거든요. 그 커다랗고 무거워 보이는 향로 몸체를 작은 몸집으로 힘겹게 이고 있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측은한 감정이 들게 하는 토끼들입니다.

 

  이렇게 동물이나 인물, 식물의 모양을 본떠 도자기를 만드는 기법을 '상형 기법'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특징만을 살려서 간결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실물보다 강한 느낌을 주기도 하죠. 상형 기법이 표현한 대상들은 실로 다양했는데요. 참외도 있고, 복숭아도 있고, 새도 있고, 원숭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사람도 있고, 용도 있고, … . 이렇듯 장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투영할 사물들을 찾고자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토끼들을 자세히 보시면 다들 눈이 찍혀 있습니다. 그냥 먹물로 눈을 찍어낸 거나 보다 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사실 여기에도 장인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즉 '철화 기법'을 이용해서 토끼의 눈을 표현했다는 얘기인데요. 철화 기법이란 산화철 성분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유약을 입힌 뒤 이를 구워 내 무늬가 검게 나타나도록 한 제조 방식을 말합니다. 선조들은 이렇게 작은 부분을 연출하는 데에도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던 거죠.

 

  이러한 철화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버드나무무늬 청자 병(국보 제113호)입니다. '청자의 색깔은 비색이다'는 고정 관념이 무색하게 전체가 갈색인 이 병 앞뒤에는 버드나무가 한 그루씩 그려져 있는데, 굽는 과정에서 우연히 은은한 푸른색으로 변한 버드나무 주변은 그 회화적 효과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도자기 제조 기법들이 한번에 녹아든 청자칠보투각향로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3층 '청자실'에 상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를 우리는 그 어느 때라도 쉽게 볼 수 있다는 뜻이지요. 현대인들은 이 조그마한 크기의 향로를 통해, 아무리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도 결코 소홀함 없이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던 선조들의 크나큰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깊은 소중한 문화재라 하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기자 한 대 일
http://blog.naver.com/correct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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