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용기
인도는 감염인 수가 약201만 명에 달하며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인도는 에이즈 수직감염이 심각하다. 수직 감염이란, 산모가 가지고 있는 인체 면여결핍 바이러스(HIV)가 태아로 곧장 감염되는 것으로 HIV 양성인 산모에게서 태어나는 태아는 자동적으로 감염될 확률이 높다.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의 넬로르는 화물차량과 버스가 많이 지나다니는 큰 고속도로 길목이라 에이즈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약 300만 명의 넬로르 인구 가운데 70%가 보건 시설이 마비하고 보건위생인식이 부족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골 마을은 에이즈에 취약한 지역이다. 현재 약 3만 명의 에이즈 환자와 감염인이 거주하는 넬로르에서 월드비전은 2009년부터 에이즈 감염인 가정을 지원하고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드비전에서 생계 수단인 염소를 지원받은 시리샤>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집에서도 쫓겨나 오두막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시리샤에게 워드비전은 염소 두 마리를 지원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일을 나갈 수 없던 시리샤의 엄마는 월드비전으로부터 받은 염소를 잘 키워 두 마리였던 염소가 여덟 마리로 늘었다. 시리샤 가족은 염소를 팔아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월드비전은 시리샤가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필요한 책과 학용품을 지원했다.
“월드비전이 우리에게 준 것은 희망입니다. 친척들에게 버림받고 앞이 깜깜할 때 우리를 도와준 건 월드비전이었어요. 월드비전이 아니었더라면 저와 제 딸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월드비전은 시리샤 가족처럼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에이즈 환자 가정이 스스로 수입을 만들어내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며 지속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생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세심하게 돌본다. 부부가 모두 HIV양성 진단을 받았던 카나캄 또한 월드비전이 조직한 ‘감염인 지원 그룹’에 참여한 이후, 악몽 같던 삶에 희망의 빛이 비췄다. 감염인 지원 그룹이란, 에이즈 환자와 감염인의 네트워크로 에이즈로 어려움을 겪오 있는 이들이 모여 서로 돕고 고통을 나누며 인권옹호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또 전염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도 진행한다.
<좌: 월드비전에서 지원받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시장에 팔고 있는 카나캄/ 우: 월드비전은 에이즈 취약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책과 학용품을 지원한다.>
“우리처럼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니 힘이 되었어요. 많은 정보도 교환했죠. 함께 용기를 주면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생활습관도 익히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감염사실이 알려진 뒤 모든 이에게 외면 받던 카나캄은 이 그룹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았단다. “에이즈는 결코 사형선고가 아니에요. 우리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월드비전의 감염인 지원 그룹에서 그걸 알게 되었죠.” 감염인 지원 그룹은 감염인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병과 싸울 수 있도록 돕고 권익 교육 등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차별도 이겨낼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 “지금은 양복점 사업도 시작했어요. 월드비전에서 재봉틀을 지원해준 덕분이죠.”라며 활짝 웃음 짓는 카나캄은 월드비전에서 지원한 재봉틀로 양장 사업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얻는 수입을 통해 무너진 가정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함께 살아가는 마을
월드비전은 넬로르 지역의 4개 마을에서 에이즈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에이즈 환자 의료치료를 비롯해 심리상담과 경제적 지원, 감염 아동 대상 교육 및 상담 등 단발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둔다. 무엇보다 월드비전은 에이즈 환자와 감염인이 겪는 차별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 넬로르 지역에서 에이즈 예방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인 인식 개선 교육과 캠페인을 펼친 결과, 지역 내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고 에이즈 환자에 대한 차별도 완화되었다.
<월드비전이 구성한 감염인 지원 그룹의 에이즈 예방교육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
월드비전 사업이 시작되기 전 넬로르 지역 대부분의 감염인은 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감염이 확인되면 거주하던 곳에서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함께 살던 친척이나 가족에게서 쫓겨나거나 집 주인이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 또한 감염인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고립되어 일상적인 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월드비전에서 구성한 감염인 지원 그룹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지역대표에게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감염인들을 위한 주거지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비로소 결실을 맺어 정부는 에이즈 환자와 감염인에게 ‘코타쿠두루’라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마을에 80개의 거주지를 제공했다. 갈 곳이 없던 에이즈 환자가 가정은 정부에서 지원해준 거주지에 자리를 잡고 가정을 회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청각장애인 클라라는 에이즈 감염인이다. 월드비전 감염인 그룹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에이즈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 역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일지도 모른다. 질병을 가졌다는 것이 사회에서 고립되고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서 아픈 부분을 서로 감싸 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 에이즈라는 질병이 사라지는 세상은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수많은 후원자가 지금도 그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