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5주일 강론 : 성 유대철 베드로/ 포도원 일꾼과 품삯(마태 20,1-16) >(9.24.일)
* 16년 전인 2007년, 성 유대철 베드로 동상을 2개 맞춰서 하나는 포항 문덕성당(현재의 성유대철 성당)에, 다른 하나는 이곳에 모셨습니다. 저는 두 곳 모두 본당신부를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인연입니다. 성 유대철 베드로뿐만 아니라,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김길수 교수님이 2007년 3월에 발간한 책 < 하늘로 가는 나그네 하권 >, 86-90쪽에 보면 < 우리나라 최연소 소년 성인 유대철 베드로 >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유대철 베드로 성인의 아버지 유진길 아우구스티노는 역관의 집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서 1만 권의 책이 움직인다는 별명을 가질 만큼 대단한 분인데, 불교 공부하다가 천주교 신자가 되었습니다. 궤짝에 붙은 ‘천주실의’(예수회 마태오 리치 저)가 적힌 종이를 뜯어내어 공부했습니다.
유진길은 통역관이고, 1만 권을 책을 읽었고,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명연설가였습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떤 것을 물어도 다 명쾌하게 대답해줘서 많은 사람이 그의 얘기를 듣고 회두했습니다. 그는 정하상 바오로와 함께 사제영입운동에도 헌신적으로 애썼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유진길이었지만, 아내를 회두시키지 못해 영세시키지 못했고, 딸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중인계급 여인답지 않게 지식인이었고, 훌륭한 가정주부였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신앙에 대해 강조했지만, 자기가 신자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설명했습니다.
“당신이 백 번 말해도 당신 말은 틀렸소. 당신 언변으로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오. 분명한 것은, 당신이 믿는 그 믿음 때문에 죽어간 사람이 몇 명이요? 당신도 결국에는 죽소. 당신이 죽으면 패가망신이요, 패가망신하면 자손이 없어지고, 집안이 멸문당하는데, 내가 유씨 집안에 시집와서 유씨 집안을 지키지 못하면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 아니오? 그러니 그 믿음을 버리고, 유씨 집안을 일으키시오.”
아내의 말은 일리가 있었지만, 신앙 깊은 남편에게 소용없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자녀들을 철저히 가르쳤습니다. “절대 너희 아버지 따라가지 마라. 죽는다.” 딸은 엄마 말을 들었지만, 아들 유대철은 아버지를 따랐습니다.
엄마와 누나는 가슴이 너무 아파, 어린 유대철을 밤마다 괴롭혔습니다. 계속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타일렀습니다.
“엄마의 눈을 바로 봐라. 엄마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 아버지가 믿고 있는 천주학을 믿다가 누구도 죽었고, 누구도 죽었다. 아버지가 천주학을 믿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잡혀간다. 잡혀가면 죽는다. 너도 잡혀가면 죽는다. 너마저 죽으면 후손이 있느냐 없느냐? 사서삼경 읽어봐라. 자손을 번창하게 하는 것이 가문의 할 일인데, 네가 그럴 수 있느냐?”
그때 열세 살밖에 안 된 어린 소년이 어머니의 그런 논리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말에 긴 얘기하지 않고, 딱 한 마디로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말씀 다 맞고, 어머니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순서가 있습니다. 아버지 말씀보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먼저 들어야 하고, 할아버지 말씀보다 하느님 말씀부터 먼저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어머니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더 미워하고, 어리광 한 번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잡혀가자, 유대철 성인은 “나도 천주교 신자요.”라며 신앙을 고백하고 자수했는데, 그 후 옥에서 심문받고, 엄포와 고문 등 무자비한 혹형을 당했습니다.
첫 번째 매를 맞고 상처투성이로 옥에 돌아왔을 때 옥중 교우들은 어린 것이 이 고통을 어찌 겪어내겠냐고 걱정하자 “너무 염려 마세요. 이쯤으로는 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고, 교우들이 앞으로의 형벌에 대해 걱정하자, 유대철은 “저도 잘 압니다. 제가 맞은 매가 한 되의 쌀 중에서 몇 톨밖에 안 되는 것인 줄 압니다.”라며 안심시켰습니다.
모진 매에도 전혀 굽히지 않자, 화가 난 형리가 벌겋게 달군 숯덩이를 들고 위협하면서 “이래도 천주교를 버리지 않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리고 다가가자, 교우들이 감탄했고, 형리도 놀라 뒷걸음쳤습니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헤어져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지만 늘 기쁜 모습이었던 성인이 온갖 고문에도 죽지 않자, 여론을 두려워해서 1839년 10월 31일, 옥 안으로 들어가 목졸라 죽였습니다. 그래서 유대철 베드로는 우리나라 최연소 성인, 주일학교 주보성인이 되었습니다.
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주인과 같다며, 처음에 일하러 온 사람뿐만 아니라 맨 마지막에 왔던 사람들에게도 같은 품삯을 주는 관대한 주인의 비유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포도원 일꾼의 품삯은 ‘하루 1데나리온’이었습니다. 성서에는 로마시대 화폐기준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중에 ‘달란트’가 있죠? 달란트와 데나리온을 비교해보면, 1달란트는 6000 데나리온입니다. 그러니 달란트는 엄청난 돈입니다. 예를 들어, 막노동 일당을 10만원, 최고기술자는 20만원이라고 할 때, 1데나리온이 10만원이라면 1달란트는 6억 원입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일한 사람이나, 9시, 12시, 오후 3시, 5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1데나리온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의 불평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포도밭 주인이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주인은 계약대로 이행했을 뿐입니다.
포도밭 주인처럼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넘치도록 구원의 은총을 베푸십니다. 일꾼들처럼 불평하지 말고, 주님 은총에 늘 감사하며, 주위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이끌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
첫댓글 🙏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