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문학 5월호 재미있는 시평_<신광철의 ‘사람’> _신광철

[成南김영태]

				재미있는 시평_   <신광철의 ‘사람’>                                          신광철 시인 월간 한비문학 편집 고문 사람, 그 앞에 서면 눈물이 난다 사람으로 살아보니 그랬다 <신광철의 ‘사람’> 어느 별에선가 상품을 받았는데 지구여행티켓이었습니다 나는 이 글에 자꾸 마음을 빼앗기는지 모르겠습니다. 4권의 시집을 냈음에도 시에 있어서는 허기지지만, 이 글을 혼자 중얼거리고는 합니다. 남들이 시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웃으며 좋아할 듯한 시입니다.  단 두 줄,             사람, 그 앞에 서면 눈물이 난다          사람으로 살아보니 그랬다                                 <사람>   이 글을 써 놓고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은유도 이미지도 상상력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형상화가 아니 되었음에도 좋아합니다. 멋도 맛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시집 <삶아, 난 너를 사랑한다> 에서 맨 앞에 놓았던 시지요. 사람이 모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아니면 제가 살아온 삶을, 이 두 줄 이상 쓸 말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사람을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는 생각을 생의 전반에 걸쳐 하고 살았습니다. 생은 벅차고 힘이 든 길이었거든요. 이 시의 완성은 <사람으로 살아보니 그랬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살아 본 자만이 알지요. 삶에 대해 아파하고 진지한 자가 알지요. 사람을 바라보면 눈물이 나는 것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적고 보니 더 이상의 글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쓴 후 적어놓았던 후기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적어봅니다. 사람은 살아있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성전입니다. 그 성소 안으로 들어가면 눈물과 웃음이 함께 공존의 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람에 빠지면 다시 헤어 나오기 힘든 미로를 알게 되지요. 사랑도, 사람에 빠지는 현상 중 하나지요. 사람에게 꿈을 주는 새는 날아오르지만 다시 내려앉는 건 언제나 저만큼 떨어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손에 닿지 않는 희망의 언덕이었습니다. 사람을 길 안내한 것은 희망이었던 게지요. 신기루 같은 희망 하나 가지고 살면서 오늘도 저물어가는 노을을 만나고 있습니다. 곧, 어둠이 오겠지요. 어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다시 치밀어 오르는 태양이 있을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살며시 이야기해 보세요. 사랑한다고, 적어도 사랑하고 싶다고. 희망은 지금 내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지요. 삶에서 저만큼 떨어져 있는 세계였지요. 삶은 결국 다 가진 풍요가 아니라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삶은 늘 허기지고 아파해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만나는 것이 눈물이었습니다. 찰랑찰랑 넘치는 눈물에는 바다의 냄새가 납니다. 소금은 사람이 바다에서 왔다는 신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에도 소금기가 들어있습니다. 영혼도 몸도 썩지 말라는 것이겠지요. 눈물은 사람의 근원에서 발원하니 맑아야 하는 것이었지요.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동물에게는 자기보호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보호본능의 핵심은 이기심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였습니다. 이기심은 본능적인 게지요. 본능은 자기억제가 안 되는 것을 말합니다. 통제할 수 있으면 이미 본능이 아니지요. 그만큼 이기심의 뿌리는 깊지요. 생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의 중심축은 사람의 한 중심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넘어지게 되어있는 구조를 지녔지요.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배우지 않고 일어서는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은 넘어지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삶은 만만하지 않았지요. 같은 날을 반복해서 살면서 이겨내야 하는 것은 허무였는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일터로 가서 일을 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잠자리에 드는 하루, 이 하루가 일주일을 만들고, 한 달을 만들고 일 년을 만듭니다. 삶 그 자체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반복하며 살아내야 하는 지루한 일이었지요. 날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별다르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은 끝없이 의미를 만들어냈습니다. 살아야 하는 가치를 창조했습니다. 그럼에도, 견디기 힘든 사람은 죽음을 선택했지요. 문명국가에서는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래도 심장은 뛰고 있었습니다. 심장을 감싼 갈비뼈를 종소리가 징검다리 건너듯 밟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갈비뼈로 촘촘히 울타리를 쳤듯이 삶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진정 삶은 아름다운 현상이었습니다.신비를 품고 있는 생명현상이었지요. 가치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어느 별에선가 착하게 살았다고 상품권을 하나씩 받았는데 지구여행 티켓이지요. 굳이 별 따러 가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별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가지세요. 우리는 지금 여행 중입니다. 초록별 여행, 아름답지 않은가요. 지구라는 별을 여행하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게지요. 이곳에서는 사랑을 마음껏 나눌 수 있지요 사랑은 어떠한 이유로도 죄가 되지 않는 곳이지요. 아니라고요, 너무 따지지 마세요. 정 따지고 싶으면 술 한 잔 하고 와서 물어보세요. 저도 술 한잔하고 답을 할 테니까요. 술을 한 잔 하면 내 몸의 지평선에서는 별이 뜨거든요. 그대는 별이 되고요   <지구여행> 저는 어디에서나 자주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하려 합니다. 지구여행에 대한 이야기지요. 어느 별에선가 살면서 선행을 한 상품으로 지구여행 티켓을 한 장씩 받았습니다. 그 지구여행티켓을 받아들고 찾아온 곳이 지구였습니다. 이 세상은 그렇게 만난 것이었지요. 우리는 모두 지구를 찾아온 여행자인 셈입니다. 허공에 떠 있는 둥근 원형에 바닷물이 찰랑찰랑합니다. 산과 들에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에 얹혔던 햇살이 떼구르르 숲에 떨어져 내리는 곳이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별을 보셨나요. 그곳이 바로 지구지요. 지구는 참 아름다운 별이었습니다. 지구여행에서는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어머니라는 분의 도움으로 이 별에 착륙하지만 도착하는 순간 전에 있었던 모든 기억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무것도 가져오지도 못하고, 떠날 갈 때도 무엇 하나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셋째는 모든 일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며 책임 또한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멋진 여행이 어디에 있습니까. 모두가 공평하게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선택에 의해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간혹은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이야기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거든요. 물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이곳의 규칙인 것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아니 여행을 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행에서 돌아가기 전에 보다 많은 경험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아주 흐뭇한 일이거든요. 실패가 아니라 내 의지대로 안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지구여행 중에서 가장 멋진 일은 또 다른 여행자를 안내하는 일인데, 참 특별한 일이 있지요. 지구를 찾아오는 여행자를 안내하는 자격은 사랑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 참 아찔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이 사랑이지요. 미치고 팔짝 뛴다는 말을 아시는지요. 사랑의 맛이 바로 그렇지요. 그 맛을 본 사람만이 또 다른 여행자를 안내하는 자격, 즉 출산을 경험하게 되는 게지요. 사랑은 천국에서 반을 가지고 온 기쁨과 지옥에서 가져 온 고통을 반씩 섞어서 만든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이해해야만 새로운 여행자를 잘 안내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힘이 들거든요. 처음 와 본 곳이어서 낯설기도 하고, 실수도 종종 하게 됩니다. 때로는 쉴 곳을 제때에 못 찾아 고생하기도 하고, 먹을 것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허기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쁨 반, 슬픈 반으로 만들어진 사랑을 겪어 본 사람이 안내해야 제대로 길을 안내하지요. 인생을 가장 멋지게 사는 건 소꿉장난 하듯 사는 것이지요. 너무 진지하지도 말고, 너무 가볍지 만도 않게 사는 게지요.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듯 웃음을 챙기어서 다니면 되는 게지요. 힘이 들 때는 술만 한 친구도 없습니다. 술을 한 잔 하면 세상이 몽롱해지면서 알딸딸해지는데 기분이 좋아지지요. 못났다고 생각되는 자기 자신을 끌어안아 주거든요. 술은 그래서 위로였지요. 술을 한잔하고 세상과 부딪히면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지요. 넉넉해지거든요. 그리고 자신이 잘나 보이거든요. 그래서 호기도 부리게 되고, 세상에 대해 큰 소리도 쳐보는 게지요. 살맛이 어디에서 오겠습니까, 제 잘난 맛을 느낄 때지요. 세상에 대해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나로 인해 세상은 열리고, 나로 인해 세상은 닫히는걸요. 세상은 중심에 내가 서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글을 하나 썼습니다. 어떤 인생도 가장 아름다운 시보다 깊다 넓다, 그리고 아름답다. 수평선을 뚝, 끊고 나무 한 그루가 일어서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갈무리하면서 일어선, 나무가 파랗다. 파란 나무는 생을, 뿌리로 깊이 흙 속에 묻어, 한 곳에 정착했다. 나무의 정착은 자신을 믿은 두터운 신앙이다. 정착은 스스로 중심을 만드는 첫 발자국이었다. 어떤 운명도 어떠한 다른 운명보다 가볍지 않다. 엉겅퀴씨 가을바람에 흩어져 날려도 중심을 끌어안고 날아간다. 중심은, 비누방울처럼 스스로를 끌어안는 것이다. 중심은 식물이다. 종탑에 걸린 시계가 중심을 놓지 않고 제자리를 도는 동안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서늘할 만큼 파랗게 날을 세운 들풀이 중심을 세우면, 들판은 순간 파랗게 생을 일으켜 세운다. 중심들의 무대가 된다. 뼈를 몸에 담지 않은 풀은 바람에 온몸으로 흔들린다. 풀은 쓰러지면서 중심을 놓지 않고 있다. 생은 춤추게 해야 한다, 중심에서.                           <중심>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그 자체가 중심이지요. 호수를 향해 돌을 던져보세요. 돌이 떨어지는 순간 원을 그리며 파문이 퍼져가지요. 생명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하늘이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데, 태어나는 순간 그는 파문의 중심처럼 독자적으로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이지요. 파문이 왜 동그랗게 퍼져 가는지 아세요. 네가 맞다는 긍정의 회오리거든요. 비가 떨어지면서 허공에 1자만을 그리지요. 세상의 모든 생명을 향하여 소리치는 겁니다. 네가 1등이다, 라고요. 그리고 빗방울이 물에 떨어져서 왜 동그란 파문을 그리는지 아세요. 마찬가지로 세상의 생명을 향하여 네가 맞다, 네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긍정의 동그라미거든요. 길을 벗어나는 순간, 모두 길이 됩니다. 이 세상에서 생명보다 아름다운 건 없습니다. 그리고 생명보다 우선해야 할 어떠한 가치도 없습니다. 우리는 더 없이 아름답고 귀한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여행이 즐겁지 않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비교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은 내 걸음의 속도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걸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저마다 특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조금씩 다릅니다. 아인슈타인에게 권투를 시키면 챔피언이 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테레사 수녀에게 사업을 하라고 하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대를 창업한 정주영 회장에게 시를 쓰라고 하면 힘들어 할 겁니다. 비교할 수 없는 나름의 특질을 가지고 이 세상에 왔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도 저마다 다릅니다. 한데 몇 가지를 놓고 비교를 하는 것이 세상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권력과 돈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권력과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는 것은 우습지요.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는 도리어 관리하기에 힘이 들지요. 돈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위해 쓴 돈이 자신의 돈이지요. 저금해 놓은 것이나 부동산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사업을 할 때 거래되는 돈은 자리만 옮겨질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요. 애초에 사람의 몫이 아니었던 땅을 내 것이라며 소유하다 죽는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를 위해 쓴 돈이 진정한 내 돈이지요. 그래서 자선을 하라고 하는 것이지요. 함께 온혈을 가진 상생의 돈 씀이거든요. 권력도 마찬가지요. 내가 행동하는데 필요한 의지만큼이 진정한 권력이지요. 권력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 것만이 권력이지요. 아니라고요. 다른 곳에 쓴 권력은 일이지요. 정치가가 가진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업가가 가진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다중의 목적을 위해 결정해야 하는 것을 내가 한 것이지요. 진정한 권력은 자신에게 내리는 권력입니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삶에 얼마만큼 충실할 것인가 하는 자기 자신을 위한 권력만이 진정한 힘입니다. 이 권력만이 한 사람을 일어서게 하는 힘이지요. 다시 말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는 권력과 그를 위해 쓴 돈, 바로 그만큼이 내 권력이고 내 돈이지요. 내게 주어진 중심을 놓지 않고 사는 일, 아주 중요합니다. 스스로 중심일 때 세상은 다가옵니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도 풀은 자신의 중심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흔들리고 쓰러지면서도 정주한 자리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산다는 일은 아름다운 별을 여행하는 행운만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구여행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지요. 지구별을 여행할 때는 무엇도 가져올 수도 없었고, 무엇 하나 가져갈 수도 없도록 한 것은 욕심을 버리라는 계시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는 데에 인생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욕심을 가지지 않아야 하는 것을 지켜야 하는 여행임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생기는 어려움입니다. 어쩌면 사람, 그 여린 존재에게 화살을 돌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재가 욕망이기 때문입니다. 그 욕망과의 싸움에서 많은 사람이 지고 맙니다. 좌절하기도 합니다.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생은 어차피 초행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우리 모두 길을 잃고 사는 미아인지도 모르지요. 가보지 않은 곳을 가는 것이 여행의 참맛인데, 길을 잃을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나거든요. 남과 같은 길을 가면 남과 같은 인생을 살겠지요. 길이 끝나면 길을 만들어서 가면 되지요. 길이 없으면 내가 가는 곳이 길이 되겠지요. 사실 길을 벗어나는 순간, 모두 길이 됩니다.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을 벌판에 내려 놓아보세요. 아니면 모래사막에 내려 놓아보세요. 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가 가는 방향이 길이 되는 게지요. 마음 한 번 바꾸니 천하가 달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생각이 맞다 고집하는 순간, 세상과는 담을 쌓게 됩니다. 내 생각이 옳다는 고집은 상대방이 틀려야 한다는 새로운 상황과 만나게 됩니다. 또한 세상의 새로운 물결로부터 고립되게 되어있습니다. 마음은 방목해야 하는 게지요. 풀어놓고 살아야 열린 세상과 열린 사고를 가지게 됩니다. 꽃이 피면 꽃이 피어서 좋고, 꽃이 지면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어서 좋고, 열매가 떨어지면 어느 생명을 먹여 살리니 좋은 게지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세우면 세상은 부드러워지지요. 중심에 서는 일이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자각과 긍정이면 되지요. 내가 선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나에게서 세상이 출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지요.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내 마음이 쓸쓸하면 세상 전체가 쓸쓸해지지요.  강물은 흐르면서 스스로를 정화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끝없이 성찰을 해야지요. 채찍은 스스로에게 들이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에게서 채찍을 맞게 되면 노예나 다름없지요. 그래서 인생의 스승은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이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가을의 어느 기슭을 걷고 있는 저는 위로의 말로 이런 말을 하나 남겨 놓고 글을 맺으려 합니다. 인생의 남은 날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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