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15,14-21; 루카 16,1-8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 대 레오 교회 학자 기념일입니다. 성인께서는 기원후 440년 교황으로 선출되셨는데 네 가지 분야에서 업적이 있다고 일컬어집니다. 첫째는 이단 추종자들에게서 참다운 그리스도교 신앙을 안전하게 지킨 것입니다. 둘째는 451년 칼케돈 공의회를 통해 중요한 교리를 확립한 것이고요, 셋째는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로마를 보호한 것입니다. 이상의 세 가지는 교황님으로서의 업적에 해당하지만, 레오 교황님이 성인이 되신 이유는 네 번째 때문인데요, 깊은 영성을 바탕으로 교우들을 돌본 사목적 배려 때문입니다. 성서와 교회에 관한 지식이 뛰어났던 교황님의 성탄과 공현, 사순 강론집은 지금도 출판되어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리적, 행정적, 사목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신 교황님은 당신께서 하고 계신 일이 신비체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에 의해, 또한 당신이 대리하고 있는 베드로 사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확신하셨습니다.
452년 훈족이 서로마 제국을 침공하여 로마에까지 이르자, 황제(발렌티니아누스 3세)는 레오 교황님께 중재를 요청하였는데요, 레오 교황님은 직접 로마 교외로 나가 훈족 왕 아틸라와 회담을 벌인 끝에 그를 돌려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맨몸으로 나온 교황님 옆에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가 칼을 들고 호위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교황님의 믿음이 평화적인 중재를 가능하게 했다고 여겨집니다.
오늘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도 매우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데요, “다른 민족들이 순종하게 하시려고 그리스도께서 나를 통하여 이룩하신 일 외에는, 내가 감히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께서 하신 일이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이라 하십니다. 또한 “그 일은 말과 행동으로, 표징과 이적의 힘으로, 하느님 영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시는데요, 왜 예수님께서는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을까요? 설마 집사의 부정직함을 본받으라고 하시는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신학생 때, 동기 신학생들과 서로 놀리느라 오늘 복음 말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을 나중에 서품 성구로 하라고 해 놓고는 웃었는데요, 사제 생활을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약은 집사는 루카복음 12장에서 말씀하신 어리석은 부자와 비교가 되는데요, 우리가 한가위 때 들었던 복음 말씀입니다. 많은 소출을 거두자 모아 둘 데가 없어서 고민하던 부자는, 곳간들을 헐어내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기로 결정을 하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영혼아, 여러 해 동안 사용할 많은 재물을 쌓아 두었으니 쉬고 먹고 마시며 즐기자.”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이 밤에 너한테서 영혼을 되찾아 가리라.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약은 집사와 어리석은 부자는 고민의 상황이 다가오자 스스로 물음을 던집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희랍어 본문도 같은 문장입니다. (티 포이에소; Τί ποιήσω) 그러나 해결의 방향은 달랐습니다. 어리석은 부자는 자기 것을 폐쇄하는 쪽을, 약은 집사는 비록 남의 것이라 하더라도 개방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어리석은 부자는 안심하면서 더욱 닫아 놓는 방향으로, 약은 집사는 불안해하면서도 열어 놓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부자의 선택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었지만, 집사의 선택은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한 결정이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집사가 칭찬받은 이유가, 주인을 속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집사가 그토록 안전을 보장받으려 한 삶이, 언제고 끝날 삶이었다고 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물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루카 12,42)에 대해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레오 교황님처럼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 되는 것이 최상의 길입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예수님께서는 놀랍게도 약은 집사처럼 최소한 슬기로운 종이라도 되라고 하십니다.
슬기로운 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별력입니다. 올바로 식별하기 위한 첫걸음은 개방성, 곧 열린 마음입니다.
첫댓글 이해하기 어렵던 복음이었는데 신부님 강론으로 마음에 잘 담아 둡니다. 열린 마음도 함께 묵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