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관계를 배울 수 있는 ‘놀이’
“공부보다 어려운 게 친구 관계예요. 친구 관계는 어디서 가르쳐주나요? 어디 가면 배울 수 있나요?”
어느 초등학생의 질문입니다.
공부 알려주는 학원이야 널렸지만,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마음의 근육을 만들
친구 사귀는 법은 정말 어디에 가야 배울 수 있을까요?
친구관계를 배우려면 놀아야 합니다.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게 ‘놀이’입니다.
놀이는 사람과 관계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집밥만큼 중요한 놀이밥을 먹어야 합니다. 놀이밥은 몸과 마음을 모두 살찌웁니다.
‘놀이’는 사람 사이 관계를 배우는 기회입니다.
사람 사이 어울림에 관심이 있는 사회복지사이기에 여기에 주목합니다.
풍성한 인간관계가 우리 삶의 저력이라면,
그런 관계를 맺는 기회와 방법을 터득하는 ‘놀이’를 어릴 때부터 흠뻑 누리게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놀이’를 게으름으로 이야기합니다.
신나게 놀수록 죄책감을 들게 합니다.
놀지 못한다는 건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다는 뜻이고,
결국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놀이를 빼앗겨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이끌어갈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다가올 미래가 두렵습니다.
사람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이 같은 사람의 본연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는 게 놀이입니다.
놀이는 어울리는 구실입니다.
어릴 때 놀았던 놀이를 떠올립니다.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 박기, 망까기, 말타기, 짬뽕…
어린 시절 놀이 가운데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여럿이 어울려 놀면서 친구를 사귀었고 규칙을 배웠습니다.
승리의 짜릿함, 패배의 좌절감 같은 여러 감정도 경험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즐기던 놀이는 ‘오징어’였습니다.
이 놀이를 하려면 아이들을 두 편으로 나누는데 한 편이 열 명, 적어도 스무 명이 모여야 가능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함께했습니다.
그 시절, 놀이가 학교이고 친구가 선생이었습니다.
진짜 놀이는 아이가 주도하며 여럿이 함께할 때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게임 중독인 아이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았는데, 별것 없습니다.
게임 중독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서로 몸으로 어울려 놀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땀 흘리며 놀았습니다.
며칠 그렇게 노니 자연스레 스스로 인터넷을 조절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웃고 떠드느라 거의 컴퓨터를 만지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진짜 재미가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숨 쉬게 합시다.
스마트폰, 왕따, 자살…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하는 데 이 문제들의 실마리가 있을지 모릅니다.
사회복지사마저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킨다? 개천에서 용 나게 도와야 한다?
용이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이기에, 그 세상이 바르고 마땅한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개천을 벗어나 용이 사는 세상에 들어가기만 하면 잘 도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입니다.
경쟁이 아닌 공생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부모와 교사마저도 친구를 밟고 올라가라고 할 때,
우리 사회복지사라도 친구를 경쟁 대상이 아니라 우정을 쌓는 존재로 여기게 돕길 간절히 바랍니다.
더하여, 이런 놀이를 아이들이 상상하고 이뤄갈 수 있게 거듭니다.
아이들의 이루고 부족한 만큼 둘레 사람에게 직접 부탁하게 돕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만약 누군가 이런 만남을 주선하고 활동을 제안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하는데 대도시에서는 그런 친구를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찾는 일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누군가 주선만 해 준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겁니다.
“공부보다 어려운 게 친구 관계예요. 친구 관계는 어디서 가르쳐주나요? 어디 가면 배울 수 있나요?”
가까운 복지관을 찾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복지관은 사람 사이 관계를 생동하는 곳이라고,
그곳에서 펼치는 다양한 놀이와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 배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안내하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다양한 놀이를 제안하는 일.
이 일로 아이들의 주체의식과 공동체의식을 길러내는 일. 사회복지사가 나서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몫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가방에 짊어지고
늦은 밤까지 학원 사이를 배회하는 우리 사회.
다양한 사람과 놀아본 경험이 없는 이런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결코 약자와 더불어 살아갈 리 없습니다.
약자도 살 만한 세상은 만들지 못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삭막한 사회 속에서
또다시 무엇가로 경쟁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