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 DNA
권한과 책임 3
권한은 주되 책임은 묻지 않는다
내 맘대로 할게, 네 맘에 들게!
회사에서 제발 회사 돈 좀 쓰라고 종용한다고 말하면 다들 의아해합니다. 그 단위도 상상 이상이어서 몇십 억, 몇백 억이라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비용을 집행할 때 윗사람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애터미는 철저히 실무 담당자 본인의 판단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지출을 결정합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회계 세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결재 시스템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회사 설립 초기, 영상 담당자는 결재판을 들고 회장님 앞에 섰습니다. 영상 장비 구매를 위해 1억 원을 사용하겠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서 였습니다. 당시 회사 매출이 몇십 억 대 수준, 1억 원이라는 돈은 담당자 생각에 결코 혼자 결정해서는 안 되는 규모로 여겼졌습니다. 그러나 박회장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영상 장비 구입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또 제일 잘 아는 전문가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습니다. 설령 내일 새로운 장비가 출시되어 오늘 구입한 장비들이 무용지물이 된다 하더라도 절대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회사로서 결코 가벼운 수준의 지출은 아니었지만 그럴수록 담당자가 더 치밀하게 고민하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애터미 임직원의 판단에 관한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무한대의 권한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마음대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2016년 1월 해외사업팀 멕시코 담당 매니저는 시장 진출 시기에 대해 박한길 회장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멕시코 법인을 10월에 오픈하려고 하는데 '회장님 마음에 들게' '제 맘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회장은 웃으며 "네 맘대로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담당자에게 해야 할 답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 시장에 대해서는 담당 매니저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그의 판단이 우선입니다. 반대 의견 혹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설득하는 것 역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스스로 종합적인 판단이 섰는데 협조가 안 된다면 그것은 정보의 비대칭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각자 가진 정보의 수준이 다르므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논의하고 동조하게 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내 맘대로 하되, 네 마음에도 들게 하려면 끊임없는 조직 간 소통과 협조가 필수입니다.
애터미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스스로 위임된 권한의 무게를 느끼며 책임을 다하는 것은 권한은 주되 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174,175쪽
2021.07.29
옮김 : 박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