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예 스타의 산실이기도 한 KB리그. 랭킹 96위 문민종 3단(왼쪽)이 3위 신민준 9단을 상대로 손안까지 넣었던 승리를 스스로 내주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면서 그 좋던 바둑을 놓쳤다.
2020-2021 KB바둑리그 5라운드 3경기
바둑메카의정부, 한국물가정보에 일격
"그냥 쉽게 두면 많이 좋은데 이해가 안 되는 바둑입니다." (유창혁 해설자)
"솔직히 마지막에 역전당하는 장면은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김지석 9단)
문민종 3단에게 붙는 수식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루키, 최연소, 글로비스배 챔피언 등등이다. 최연소 리거로, 그것도 일약 3지명으로 발탁된 17세의 루키. 신진서 9단 아래로 두각을 나타내는 후배들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문민종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
지난 8월 비공식 대회로 치른 20세 이하의 국제대회인 제7회 글로비스배에서 중국의 2000년생 3인방을 차례로 제압한 우승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문민종은 그러나 그 후 눈에 띄는 '후속타'가 없다.
▲ 전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지석 9단(오른쪽)이 정상권을 바짝 쫓고 있는 박하민 7단을 맞아 중반 이후의 난전에서 역전승했다. 김지석은 5연승, 박하민은 3승2패.
신예 스타의 산실이기도 한 KB리그. 될 듯하면서도, '큰 것' 한방을 터트릴 듯하면서도 스스로 무너지는 패턴이 잦다. 26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5라운드 3경기에서 마주한 신민준 9단과의 대국에서도 그랬다.
"신민준 선수가 잘 둔 게 없어요. 그냥 혼자서 자멸해 버렸어요." (유창혁 해설자)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걱정도 되네요." (이소용 진행자)
역전되기 힘든 형세를 역전패당하는 모습은 중계석의 안타까운 멘트로도 그대로 표출됐다. 조금 전까지 "승부호흡도 좋고, 상당히 힘차고 강하게 잘 둔다"고 했던 유창혁 9단이다. 김지석 9단은 "솔직히 위로를 해주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일침했다.
▲ 공표된 오더는 세 판에서 동지명 대진.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사였던 한국물가정보의 연승은 신생팀 바둑메카의정부에 잡혔다.
개막 4연승의 디펜딩 챔피언과 3승1패의 신생 군단. 결과에 따라 1위 자리가 바뀔 수 있는 상위권의 대결에서는 바둑메카의정부가 한국물가정보에 첫 패점을 안겼다. 세 판의 동지명 대결에서 두 판을 가져온 것이 주장 김지석 9단의 선취점과 어우러져 3-2 승리를 결정했다.
바둑메카의정부는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신진서의 셀트리온과 디펜딩 챔피언을 잠재운 4승째다. 이쯤 되면 반짝 돌풍이 아니다.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우리를 약팀으로 평가한 사람들의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리겠다"던 김영삼 감독의 다짐이 초반부터 '태풍의 눈'으로 자리했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7일 수려한합천과 컴투스타이젬이 5라운드 4경기에서 맞선다. 개별대진은 박정환-최정(2:0), 송지훈-이영구(1:2), 박진솔-한승주(1-2), 윤준상-심재익(1:0), 강유택-나현(5-7, 괄호 안은 상대전적).
▲ 2지명 대결. 랭킹을 13위까지 끌어올린 설현준 6단(왼쪽)이 3년 만에 KB리그에서 다시 만난 6위 강동윤 9단을 또 한 번 꺾었다.
▲ 4지명 대결. 잔잔한 흐름을 보인 형세 그래프를 후반 들어 안정기 6단(오른쪽)이 끌어당겼다. 박상진 5단을 상대로 3전 전승. 시즌 전적은 나란히 3승2패.
▲ 전역 후 신생 고향팀에 둥지를 튼 이원영 8단(오른쪽)이 3라운드부터 3연승으로 살아났다. 허영호 9단의 대마를 잡으면서 1시간 13분, 121수 만의 불계승.
▲ 최연소 리거의 돌연 난조에 중계석에서는 안타까운 멘트가 이어졌다.
▲ "우리를 약팀이라고 평가한 사람들의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리겠다"는 김영삼 감독(맨 오른쪽)이다.
▲ "신생팀에 들어와서 잘해 보자는 마음이 커서 잘하고 싶었습니다"라는 김지석 9단(왼쪽), "초읽기에 많이 흔들리기는 했는데 제가 원래 그렇게 많이 둡니다"라는 설현준 6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