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꿈을 찾는 국어 수업 -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저자 경기 광동고 국어 교사 송승훈

[유담]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저자 경기 광동고 국어 교사 송승훈

스스로 꿈을 찾는 국어 수업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저자 경기 광동고 국어 교사 송승훈

새해다. ‘아이가 책 좀 읽었으면’은 흔한 새해 바람 중 하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여념 없는 요즘 학생이 과연 책 읽기에 호응할까? 문제집 풀기에도 바쁜데 불만이 없을까?
경기 광동고 송승훈 교사의 독서 수업은 ‘국어 수업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최대치를 보여주며, 수업에 대한 상상력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을 동료 교사로부터 받고 있다.
학생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만든 노하우를 들어보자.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현준

많은 독서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은 수업 경험
송승훈 교사는 전체 수업 시간 중 30% 정도만 교과서 수업에 할애한다. 많아도 5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교과서가 요구하는 지식을 그 정도로 익혀 활동과 실습으로 활용해야 그 이상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송 교사의 수업은 교과서 진도에 맞춘 지식 수업,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독서 수업, 저자나 학부모 또는 동네 어른을 만나 인터뷰하는 활동 수업으로 나뉜다.
지식 수업은 모둠별 토론이다. 모둠별로 교과서에서 질문 10개 정도를 준비한 다음, 수업 시간에 서로 설명하고 토론한다. 독서 수업은 학생의 수준과 관심사, 생활환경에 걸맞은 책을 한 학기에 두 권씩 선택해 읽는다. 수업 시작할 때나 끝나기 전 10분 동안 읽는다. 일주일에 한 시간은 통째로 책 읽는 시간이다. 활동 수업은 모둠별로 1학기에는 학부모나 동네 어른 한 분을, 2학기에는 모둠별 책의 저자를 섭외해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 준비와 보고서 수정은 수업 시간에 한다. 고3은 시간 부담이 많은 교외 활동 대신 1학기에만 ‘소설 대화하기 수업’을 한다. 네 명이 한 모둠으로 같은 작가의 여러 작품을 돌아가며 읽은 뒤, 서로 나눈 대화를 적는다.

수업을 세 가지로 나눈 이유가 무엇인가요?
교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삐뚤어진 적이 있어요. 교사가 삐뚤어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자기 혼자 이야기해요. 강의식 수업이 되는 거죠. 수업은 안정적으로 굴러갑니다. 정작 저는 쓸쓸해지고 학생들은 멍청해졌어요. 단편영화를 찍는다고 해봐요. 영화 교과서만 달달 외워서는 못 찍어요. 반은 교과서를 외우고 반은 나가서 실습을 해야 해요. 팀원끼리 대화도 해보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좌절도 겪어봐야 알게 되는 거죠. 학문을 고급스럽게 가르치려면 실습을 50% 정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과서를 만든 사람도 교과서로만 공부하기를 원하지 않을 꺼예요.

지금 중2 학생이 고1이 되면 독서 수업이 정규 교과목으로 들어온다면서요?
고등학생은 2018년 1학기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습니다. 독서 과목은 일주일에 한 권씩 정규 수업 시간에 책을 읽는 것으로,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활동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독후 활동으로 이미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 중 보편화할 만한 것 11가지가 교과서 집필진에게 제시됐습니다. 서평 쓰기·토론하기·매체 활용해 발표하고 토론하기·저자 인터뷰·주제에 맞는 보고서 작성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교과서에 안내될 예정입니다. 초등학교는 별 충격이 없겠지만, 제대로 시행한다면 중·고등학교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읽어날 것입니다. 제도권 안으로 독서가 들어왔으니까요.

독서 수업을 오래 하셨습니다. 어떻던가요?
학생들이 똑똑해져요. 교과서를 뛰어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를 보면 학생들의 겉모습이나 성적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요. 문제 풀이를 잘하는 학생도 있지만, 글 쓰고 토론하는 것을 잘하는 학생도 있어요. 학교는 입시 경쟁이 강해요. 사회는 학벌을 무시 못하죠. 모든 학생이 다 좋은 학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인간다운 능력을 높여야 해요. 핵심을 빨리 알아차리고 자료를 모아서 정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이나 인간관계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학교에서 협력하고 대화하고 과업을 성취하는 연습을 하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밑천이 되요.

글쓰기를 어려워하지 않던가요?
여전히 학생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해요. 교사가 정확하게 안내해줘야 합니다. 처음엔 훌륭한 과제와 목표를 제시했다 생각했는데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더라고요. 고민 끝에 활동의 절차를 알려주는 설명회와 잘된 사례를 수업 전에 나눠 줬어요. 그랬더니 공부 잘하는 학생들 몇 명만 좋아하더라고요. 다시 생각을 거듭해서 또래 학생들이 쓴 글 중 모범적인 것, 10대들이 쓴 글 중 잘 쓴 것을 골라 나눠 줬어요. 서평 쓰는 방법도 재고했어요. 책의 내용과 연관된 세상의 일,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체험 등을 적어보게 했더니, 학생들이 A4 세 장 분량을 어렵지 않게 쓰더라고요. 자신이 흥미를 가지던 책에서 세상이나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를 글로 옮기니 글쓰기가 좀 쉬워지는 거죠.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요?
학생들은 의외로 책 읽기를 좋아해요. 본인에게 맞는 책을 찾아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열심히 읽어요.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학생에게는 성교육에 관한 책이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성장 소설을 권해요. <예민해도 괜찮아>라는 책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읽고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책이에요. 남성의 군입대를 주제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양성평등을 이야기해 볼 수 있고, 예쁜 여학생이라서 대접을 받는 것은 능력으로 평가받지 않는 것이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죠.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교사가 책을 알고 목록을 15권 이상 제시해야 해요. 교사가 한 권을 제시하면 한 교실의 30%가 따라와요. 3~5권 알려주면 50%가 따라오죠. 15권 보여주면 한두 명 빼고 거의 다 따라와요. 중학생용 5권-고등학생용 5권-대학생용 5권 정도로 제시해요. 개인의 취향이 들어갈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의 추천도 받고 <학교도서관저널>의 도서 목록도 자주 살펴봐요.

고등학생이면 입시 부담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없잖아요.
저도 고3 수업을 계속했어요. 수능 검토위원이었고, 교육청 연합학력평가도 계속 출제했습니다. 문제 풀이 요령만 알아서는 점수를 올리지 못해요. 수능 국어는 글을 읽고 이해하고 대화하는 상황을 오지선다형으로 출제하고 있어요. 읽기 능력이 높은 학생이 잘 풀 수 있는 문제죠. 독서를 하며 여러 관련 활동을 하면 어휘력이 늘고, 교과와 관련된 개념과 지식을 더 얻고, 독해력이 높아집니다. 논술과 면접은 물론, 수능에 유리해집니다. 고3이 되어 문제 풀이를 했을 때 더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어요.

학생들은 국어가 어렵다고 해요. 어려워진 건가요 아니면 어려워하는 건가요?
20년째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0년 동안 아이들은 늘 맞춤법을 틀리고, 짧은 글도 못 쓰고, 한자를 못 읽었어요. 한자는 이제 다 같이 못 읽으니 개탄하는 목소리가 좀 줄어든 것이 달라진 점이랄까요.
출제자는 난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어요. 다섯 개의 선지 중 유사 정답의 간격을 정답과 가깝게 붙여놓으면 오답률이 높아져요. 답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거죠. 지문이 길어진 것은 맞는데, 바람직한 방향이에요.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문법이 많이 들어가 교사도 아차 하면 틀리니, 문법 때문에 국어를 더 어려워하는 것은 맞아요. 2015 개정 교육 과정에서 문법이 많이 줄어요. 전반적으로 학생 참여가 많이 강조되니, 변화된 교육과정을 지켜봐야죠.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