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별곡(夫婦別曲)
아내여, 남편이여!
둘이는 세상의 숱한 선남선녀(善男善女) 가운데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해서 만났다네
운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지
모든 게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을
살다보면 일란성 쌍둥이만큼이나
어쩜 거울 보듯 서로를 빼닮게 만든다네
아내여, 남편이여!
살면서 피터지게 싸우지들 마시게
세상엔 아내보다 더 예쁜 여자 없고
세상엔 남편보다 더 잘난 남자 없다네
행여 아내보다 더 예쁜 여자가 다가온다면
필시 그 여자는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여우가 틀림없다네
행여 남편보다 더 잘난 남자가 다가온다면
필시 그 남자는 양의 가죽을 덮어쓴
늑대가 틀림없다네
아내여, 남편이여!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가
살만큼 살다보면 서로에게 괜한 싫증이 나고
사소한 일로도 서로에게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매력으로 보이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부턴 정나미가 떨어진다네
- 누구네 마누라는 글쎄 지 남편한테 그리도 잘해준다 카더라
- 흥! 꼴에…
- 누구네 남편은 글쎄 지 마누라한테 그리도 잘해준다 카더라
- 흥! 꼴에…
아내여, 남편이여!
아들 낳고 딸 낳고 오손도손 살다보면
세상 남자들 가운데 제 남편만한 남자 없고
세상 여자들 가운데 제 마누라만한 여자 없다네
여우가 백 마리 다가온다 한들 후일에 그것들 뭣에 쓰것냐
늑대가 천 마리 다가온다 한들 후일에 그것들 뭣에 쓰것냐
첫눈에 반해 남편 삼았던 내 남자만한 남자 없고
첫눈에 반해 마누라 삼았던 내 여자만한 여자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