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에게 혼나게 생겼다!” 마스크를 쓰고 2주 동안 길을 걸었더니 얼굴에 마스크 자국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가족들 가운데 특히 어머니 뵙기가 무서워집니다. 나이 들어 건강 생각하지 않고 길 위를 걷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어머니 앞에서 당분간 마스크를 벗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순절에 왜 사서 고생하는가?’ 이 땅의 사람들이 물질의 힘만을 키우려고 애씁니다. 정신적인 힘 또는 영적인 힘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찾을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일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더 나아가 영적인 힘입니다. 물질적 힘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영적인 가치를 쫓고 채우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을 확인해 드리기 위해 순례자들이 길 위를 걷지요. 오늘 마지막 순례길입니다. 포천 나눔의집에서 출발하여 아시아 최대의 사격장 로드리게스 사격장으로 향해 걷습니다. 지난 13일동안 순례자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주님, 우리나라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이 땅에 #전쟁을 멈추게 하소서.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