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밟으러 가는 길에 들른 실상사
남도의 보물창고라는 닉네임이 붙은 절집이라
출발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절집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해탈교 주변에 서계신 벅수
원래는 4기가 있었다는데
1기는 홍수에 유실되고 3기가 남아있습니다.
벽사의 의무를 다하시려면 무섭게 생기셔야 하는데
익살맞게 생기셨으니 귀신을 잘 잡으실 수 있을런지....
눈만 부릅뜨면 뭐하신답니까?
마냥 올라간 입꼬리는 어쩌실건데요?
해탈교입니다.
초입부터 한적한 겨울 절집 분위기가 제대로 납니다.
천왕문 너머로 보광전이 보입니다.
보광전 부처님 자리에서 이 천왕문을 넘어로 보이는 지리산 반대편 직선 거리에
일본이 위치하는 까닭에
실상사는 이래저래 일본과 엮이는 신세가 됩니다.
이곳을 차지하는 나라가 곧 조선 땅을 모두 차지한다는 둥...
그래서 실상사가 본의 아니게 호국사찰로도 유명하다는데
그런 이야기는 좀 있다가 보광전 안에 있는 동종까지 이어집니다.
보광전 앞 뜰입니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동3층석탑과 서3층석탑, 그리고 석등까지
한 눈에 쫘-악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탑이 쌍동이인지 아닌지 보다는
예의 어디서나 볼 법한 탑을 둘러친 철망(난간)이 없어서
일단 눈이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동탑입니다.
자태가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습니다.
완벽한 상륜부에 아무래도 눈길이 끌리시죠?
위에서부터 차례로 읊어보겠습니다.
찰주-보주-용차-수연-보개-보륜-양화-복발-노반...
맞나요?
이번엔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는 서탑입니다.
어디 한 곳 흡잡을데가 없는 석등입니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하고 수려합니다.
중대의 모양 때문에 고복형으로 구분되는
이 석등은 불을 켤 때 딛고 서는 돌계단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옥개석의 귀꽃과 하대의 귀꽃이 조화를 이룹니다.
아까 말씀드린 보광전 동종입니다.
상대와 하대를 따로 구분지어 당초문 등으로 장식한 유형과는 좀 다르게 보입니다.
용뉴 옆의 음통도 그냥 모양만 만들어 놓은 듯합니다.
당좌부분이 하대 쪽에 있는데
거길 자세히 보시면 점으로 콕 콕 찍어 놓은 선들이 보이실겁니다.
그게 바로 일본 열도라는데...
어떤 의도인지는 짐작이 되시죠?
이번엔
개인적으로 딱 제 취향인 약사전입니다.
현판의 글씨체부터
꽃 살문까지...
딱 제 취향입니다.
약사전에 모신 부처님이십니다.
두툼한 살집에 느긋한 표정
(부처님을 너무 속세적 수사로 표현하는 것에 당황하시지 마세요.
이 것도 제 취향이랍니다.)
손은 나무로 깍아서 만들어져 있는데
약사불이다보니 치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손길로
발질반질하게 닳아져 있습니다.
우물반자 천장에 세월로 탈색된 단청이 건물의 품격들 더해 줍니다.
극락전 앞 마당입니다.
중앙의 3분합 문은 빗살문으로 양 쪽 문은 격자문으로 단조로움을 피했습니다.
극락전으로 들어가는 중문에 달린 풍경입니다.
아기자기한 맛이 눈길을 끕니다.
정면 측면 한 칸짜리 칠성각입니다.
옛스런 맛은 없지만 앙증맞은 것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실상사는
절집을 창건한 홍척선사, 수철화상, 편운화상의 부도와 부도비도 보물로 지정된
그야말로 보물창고 입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조만간 2편, 3편 계속 올라갑니다.